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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02. 2024

화순이 : 도슨트를 합니다 (1)

1부. 도슨트는 큐레이터가 아닙니다만,

  나는 횟수로 따지자면 12년 차 도슨트이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하여 서울대학교미술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해왔고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현대차시리즈 : 2023 정연두 – 백년여행기》 에서 전시해설을 하는 중이다. 10여 년 동안 중간에 공백이 꽤 있었지만 한 번도 이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미술관을 사랑하고 이 일을 동경해서 시작했고 그 마음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여러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흔히 볼 수 있고 적어도 십여 년 전보다는 활성화되긴 했지만 내가 도슨트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물었다.

 

도슨트가 뭔가요?
도슨트가 큐레이터인가요?


 도슨트에 대해 검색창에 검색하면 어디에든 나오는 설명은 어원에서 시작한다.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이다." (출처: 위키백과)


 한 마디로 도슨트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 주제와 작가, 작품에 대해 해설하는 전문 안내인이라 볼 수 있다. 도슨트의 활동 목적은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큐레이터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큐레이터는 '학예사'라고도 하는데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작품 수집, 전시 기획 등을 하는 전문 직업이다." (출처 : 위키백과)


 도슨트는 관람객을 위해 전시 해설하고, 주로 자원봉사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반면, 큐레이터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속된 직업인으로 작품 수집 및 연구, 전시 기획 및 전시 디자인, 홍보 등 전시와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직업과 자원봉사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고용과 급여라 할 수 있다. 도슨트는 봉사 활동으로 순전히 활동가의 자발성에 의존한다. 어느 기관에 소속되거나 급여를 받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능기부를 함으로써 미술관에서 하나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에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전시 해설을 할 기회가 열려있다. 강제성과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도슨트 개인의 선택이며 책임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직업으로서 도슨트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유명 스타 도슨트를 보기 위해 전시장 찾는 이들이 생길 정도다. 이들은 자원봉사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로 전시기획사와 계약을 맺거나 회사에 소속되어 돈을 받고 전시해설을 한다. 그리고 전업도슨트들이 활동하는 전시는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 운영되는 국공립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는 예술의 전당 등 특정 사설 전시장에서 기획하는 전시들이 주가 된다. 

 

 미술관에 따라 도슨트 외 "전문전시해설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에듀케이터'라 부르는 전문전시해설사가 있어 전시해설뿐 아니라 도슨트 교육을 담당한다. 전문해설사는 수시해설과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의 해설, 또 단체 해설을 담당하고 때에 따라 정기해설에 참여하기도 한다. 







 도슨트는 미술관 직원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다. 큐레이터나 에듀케이터처럼 전공, 학위와 같은 검증된 자격을 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이라는 말이 붙은 것에 대해 나는 도슨트로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작품과 작가, 현대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전문 지식 없이는 해설이 어렵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폭넓게 공부를 하고도 나의 말로 바꾸어 입에 붙도록 연습하는 일은 매번 녹록지 않다. 아는 것과 잘 전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관람객을 위한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고 이를 미술관이라는 전시공간에 펼쳐놓았을 때, 관람객의 마음에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도슨트의 역할이 미술관과 관람객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정수를, 새롭고 재미있는 생각과 가치들이 표현된 시각적 매체를 관람객들이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도슨트의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시해설을 할 때 관람객의 눈을 마주치며 같이 작품을 보고 관람객의 마음에 닿고 싶다. 객관성을 담보로 한 지식을 기반으로 작품과 전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되, 마음은 "이 작품, 이 전시 정말 좋지 않나요?"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또 작가와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며 실제 전시실에서 작품을 자주 들여다보면 볼수록 애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전시 기간 동안 전시와, 작가와,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 

 나의 언어들과 몸짓이 어느 한 부분이라도 관람객의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래서 작품에 대해 가까이 느끼고 미술관에 다시 와서 전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매우 기쁠 것이고 나는 도슨트로서의 나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도슨트









1부. 도슨트는 큐레이터가 아닙니다만, 

2부. 도슨트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ㅇㅈ만 있으시다면

3부. 전시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4부. 돈도 안되는데 도슨트를 왜 해?라고 물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5부. 나의 도슨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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