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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03. 2024

수순이 : 겸손은 힘들다 (1)

2024년은 멋지고 당당하게

작년, 그러니까 2023년 남중 1학년의 담임을 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도 힘들었지만 6살의 둘째가 날 그리 힘들게 하는 시기는 지났다. 물론 학교 일과 가정 일이 합해지니 더 힘들긴 했을거다.

 


그래서 상담을 받았다. 교사카페에서는 힘들면 정신과를 가거나 상담을 받으라고 추천을 흔하게 지만  내 힘듦 앞에서는 선뜻 그 생각을 떠올리못했다. 힘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날마다 글쓰기는 하지 못했지만 터질 것 같은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거기 밖에는 없었다.

 글을 읽은 남다른샘이 댓글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해 준 덕에 바로 상담을 신청했고 연금공단과 공제회에서 총 8회의 상담을 받았다.


첫 번째 상담은 날 힘들게 하는 진상 학부모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 문제는 10 여년만의 담임이라는 것과 늘 빠듯하게 둘째 등하원을 하느라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은 내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달라져 버린 아이들과 학부모, 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교권.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교육현실 등이었다. 특히 서이초 사건 이후로 우울감으로 가라앉은 마음이 한없이 이어졌다.


학교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유형은  과잉애정형 아이와 학부모였다. 가정환경이 열악해서 결핍이 생긴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담임으로서 연민이라도 생기니 밉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할 것 없이 자라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양 하는 이기적인 아이들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아 힘들었다. 그 아이들 뒤에는 그렇게 키운 부모들이 있었고 나는  담임으로서 내 역할과 지도가 미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허탈감으로 무기력해졌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일이 터지는 힘든 날이 이어질 때 동료교사들은 겉으로는 나를 위로를 해주었지만  평소 내 반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더 외로워졌다. 관리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역시나 학부모 간 갈등은 담임의 몫인 양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담임이 원만하게 해결하기만을 바랐다.


가족, 동료에게 털어놓지 못한 외로움을 상담사에게 털어놓았다.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연금공단 3회기도 좋았지만 시작하자마자 끝난 느낌이 들어서 바로 공제회에 5회를 신청했는데 상담사분이 참 좋으셨다. 내 이야기를 모두 흡수하듯 받아들이고 신이 내린 듯한 상담사라고 할만큼  따뜻한 말로  나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첫 번째 상담을 마치고 일주일 후 두 번째 상담을 예약했다. 첫 번째 상담으로 따뜻해진 마음 덕분에 두 번째 상담부터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이 또다른 학부모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두 번째 상담을 예약해 놓아 다행이라 여길만큼 그 상담사 덕분에 한 고비를 다시 넘길 수 있었다.                                     


P.S 이 공간에 다시 학부모와 있었던 일을 쓰고 싶진 않다. 그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내 기분을 망치는 것 같고, 그 일이 이 글을 쓰려는 이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제목은 왜 겸손은 힘들다냐고?그건 나도 5편의 글을 다 써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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