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주일의 순이 Jan 04. 2024

목순이 : 나의 미국 박사 유학 첫 학기(1)

2023년 8월 4일 부터

 


늦은 오후.

아는 사람이라고는  

저서와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된  

현재 지도교수님이 딱 한명 있는  

인디애나에 도착했다.

 

짐이 하나가 안왔다.  

연결편에 안실렸단다.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 들어오니

호텔로 보내주겠단다.

일이 계속 꼬이던 시기라서. 놀랍지도 않았다.

비행기를 그렇게 탔어도 일어나지 않던 일이.

이럴때 일어나는 거지. 싶었다.

 

 

공항에서 핸드폰을 켜고  

또 한가지. 알게된 사실.

9일 일정으로 예약한 렌터카 취소.  

웃음도 안나왔다.  

 

렌터카를 예약했지만, 몰아닥치는 일들을 처리하다.  

입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렌터카 예약은 취소되었다.

성수기였던가.

예약을 처음 할 당시에 입금 시기를 공지받았는데,

중간중간 계속 알람이 울렸으나  

계속되는 바쁜 일정으로 내용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입금알림이라는 내용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결국 입금은 했는데.

렌터카회사는 취소를 했고.

서비스센터 직원은

그저 차갑게 한마디 했다.

“환불조치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에 도착해서 해결해야했던  

첫번째 문제는 차를 렌트하는 일.

문제는 내가 회원가입한 렌트카 회사의 모든 차가

렌트되어서 현장에는 빌릴 차가 없었다.

 

옆의 렌트카 회사에서 부르는 가격은 터무니 없이 비쌌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공항에 앉아서 멍하니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다가.


 

 

출국 일주일을 남겨두고 간단한 수술을 하고.

여러가지 일들로 지칠대로 지친 나를 위해.

렌트카를 빌려 운전을 하기보단.

우버를 타도 된다고 스스로 허락해주기로 했다.

고생한 나를 위해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자.  

장시간 비행기와 반년 가까운 과로로  

체중도 너무 줄어들었기에.  

진짜 픽하고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여정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계속 졸았던 것 같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계속 잠만 잤다.  

새벽 6시즈음 일어나서 조식을 간단히 챙겨먹고.

계속 자다가. 간단히 요기를 때우고. 또자는 식으로.

만 이틀 조금 넘게 빛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도착해서 잠만

자던 이틀이 2023년의 가장 편안하고 천국 같았던 날이었다.

 

하지만. 월요일 새벽 6시에 눈이 저절로 떠지고.

이것저것 세팅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거의 먹지도 못하고 움직였다.


은행 계좌를 오픈하고,

렌트카를 빌려서

집을 보러 다니고.  

차를 사기위해 딜러 샵에 차를 보러갔다.


처음 온 도시. 아는 이도 없고.

생각보다 나는 영어를 버벅였고.

마음이 불안했는지 모든 것이 미심쩍었다.



렌터카를 금요일에 반납하기로 하고 빌렸고,

나는 그 전에 차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3년은

나에게 내 계획이나 바램의 대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해로.

차 사는 계획도 당시에 이루지 못했다.



화요일은 호텔 체크아웃 날이었다.

집을 못 구하면 호텔을 연장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짧은 숙박일정을 잡았는데.

칼리지 타운인 이 도시에.  

이 주간은 이곳저곳에서 신입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를 오는 주간으로 호텔 가격이 급상승하는 시기였다. 이 도시에서는 1년중 가장 대목인 시기. 내가 예약을 처음 했을 당시의 가격보다 2-3배 이상 호텔 가격이 뛰었다.

월요일에 알아본 집 몇곳은 입주를 하려면 최소한 7일에서 10일은 기다려야 하고. 그런 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린다면, 두세달 월세를 넘는 호텔비를 내야한다.


달러 환율도 너무 안좋은데.


화요일 새벽. 새벽4시 반에 눈이 번쩍 저절로 떠졌다.  


짐을 다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서둘러 했다.  

리싱오피스들을 다시 들려, 다시 집을 확인하고.  

 

이틀 동안 보고 다녔던 집 중 당장 들어갈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해보고 싶은. 내가 원했던 조건에 맞는 유일한 집이 한군데 있었다.



실은. 리싱 오피스에 제발 오늘 이사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찾아갔다가. 11시에 또 찾아가서 부탁하고 사정하고. 또 전화하고…

 

그렇게 그 집에  

나는 그 당일 오후 3시 넘어 입주허가를 받았고,

그 집에 현재 살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정착은 여러가지로 쉽지 않았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나홀로 정착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8월… 아니.. 7월.. 언제부터인가

내가 울었던 날들을 세보자면 …

셀수 없다.


힘듬과 우울함과 고통과 불안.  

그 감정들이 섞여서 나를 감쌌지만. 버텨내야 했다.

시간은 더디게갔다.  

2023년 12월이 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

아니면 내가 이대로 학기를 끝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딘 시간 속에서. 결국.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3년이 다 지나갔고.

이제 2024년 1월.

 

올것 같지 않았던. 2024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2023년.

못 끝낼 것 같았던 첫학기.

 

그런 불안했던 시간들이 반복된 끝에.

이제 며칠 후에 박사 두번째 학기가 시작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의 첫 학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쓸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순간순간을 버텨내는 것만이 지상 유일한 과제였다.

다행히 지금은 그 순간들의 고통이 기억나지 않는다.

버티며 흘려보낸 시간과 나 자신에게 감사함이 남았을 뿐이다.

 

 

되돌아보면.

늘 과거에 대한 기억은 고통과 아픔을 약하게 해주고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을 부각시켜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첫학기를 되돌아보는 글은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다소 약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제된 느낌의 글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쓰면서도 덜 힘들고,  

읽으면서도 덜 부담스러울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행인 것은.

생생함이 무디게 표현되었어도 기억의 왜곡은 줄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평상시의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의 나는 박사 첫학기 동안 꾸준히 기록을 남겼다.  

 

나의 기록은 크게 네가지 종류의 기록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내가 한 일들. 읽은 논문과 처리한 다양한 일들.

둘째: 공부와 관련된 기록. 즉 수업을 듣고 수업에 대한 내용과 나의 의견 및 느낌 등을 적은 기록이다. 이 기록의 일부는 학기말 페이퍼의 자료로 사용되었다.

셋째: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적은 기록. 신변 잡기 적인 내용이나 감정. 두서없이 마구 적었다. 물론, 공개와 비공개가 섞여 있다.

넷째: 개인 노트(일기장)에 적은 기록. 나의 일종의 분신 같은 글들이다. 모든 감정. 생각. 의견. 다양한 글들을 적는다. 손으로 쓰는 만년필의 펜맛을 좋아한다. 그 소리도. 내가 현재 이 시점에 와 있을 수 있게 나를 도운 가장 큰 추진력이 이 일기장이라고 생각한다. 차마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말과 생각과 글들. 이 내용들이 학문적인 것들일지라도. 수업 시간이나 지도교수님 앞에서 말하기 힘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논문 주제 등 다양한 글들이 적혀있다.  

 

이번 시즌 브런치의 글들은 저 네가지 종류의 기록을 토대로 써볼 예정이다. 이번 시즌 동안 쓸 내 글의 기준과 카테고리도 모르겠고, 분류체계도 없지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나의 첫학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이 기록들이 유의미한 무언가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이번 시즌 목순이로 글을 올려본다.

작가의 이전글 수순이 : 겸손은 힘들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