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간은 이곳저곳에서 신입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를 오는 주간으로 호텔 가격이 급상승하는 시기였다. 이 도시에서는 1년중 가장 대목인 시기. 내가 예약을 처음 했을 당시의 가격보다 2-3배 이상 호텔 가격이 뛰었다.
월요일에 알아본 집 몇곳은 입주를 하려면 최소한 7일에서 10일은 기다려야 하고. 그런 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린다면, 두세달 월세를 넘는 호텔비를 내야한다.
달러 환율도 너무 안좋은데.
화요일 새벽. 새벽4시 반에 눈이 번쩍 저절로 떠졌다.
짐을 다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서둘러 했다.
리싱오피스들을 다시 들려, 다시 집을 확인하고.
이틀 동안 보고 다녔던 집 중 당장 들어갈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해보고 싶은. 내가 원했던 조건에 맞는 유일한 집이 한군데 있었다.
실은. 리싱 오피스에 제발 오늘 이사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찾아갔다가. 11시에 또 찾아가서 부탁하고 사정하고. 또 전화하고…
그렇게 그 집에
나는 그 당일 오후 3시 넘어 입주허가를 받았고,
그 집에 현재 살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정착은 여러가지로 쉽지 않았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나홀로 정착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8월… 아니.. 7월.. 언제부터인가
내가 울었던 날들을 세보자면 …
셀수 없다.
힘듬과 우울함과 고통과 불안.
그 감정들이 섞여서 나를 감쌌지만. 버텨내야 했다.
시간은 더디게갔다.
2023년 12월이 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
아니면 내가 이대로 학기를 끝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딘 시간 속에서. 결국.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3년이 다 지나갔고.
이제 2024년 1월.
올것 같지 않았던. 2024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2023년.
못 끝낼 것 같았던 첫학기.
그런 불안했던 시간들이 반복된 끝에.
이제 며칠 후에 박사 두번째 학기가 시작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의 첫 학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쓸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순간순간을 버텨내는 것만이 지상 유일한 과제였다.
다행히 지금은 그 순간들의 고통이 기억나지 않는다.
버티며 흘려보낸 시간과 나 자신에게 감사함이 남았을 뿐이다.
되돌아보면.
늘 과거에 대한 기억은 고통과 아픔을 약하게 해주고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을 부각시켜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첫학기를 되돌아보는 글은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다소 약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제된 느낌의 글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쓰면서도 덜 힘들고,
읽으면서도 덜 부담스러울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행인 것은.
생생함이 무디게 표현되었어도 기억의 왜곡은 줄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평상시의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의 나는 박사 첫학기 동안 꾸준히 기록을 남겼다.
나의 기록은 크게 네가지 종류의 기록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내가 한 일들. 읽은 논문과 처리한 다양한 일들.
둘째: 공부와 관련된 기록. 즉 수업을 듣고 수업에 대한 내용과 나의 의견 및 느낌 등을 적은 기록이다. 이 기록의 일부는 학기말 페이퍼의 자료로 사용되었다.
셋째: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적은 기록. 신변 잡기 적인 내용이나 감정. 두서없이 마구 적었다. 물론, 공개와 비공개가 섞여 있다.
넷째: 개인 노트(일기장)에 적은 기록. 나의 일종의 분신 같은 글들이다. 모든 감정. 생각. 의견. 다양한 글들을 적는다. 손으로 쓰는 만년필의 펜맛을 좋아한다. 그 소리도. 내가 현재 이 시점에 와 있을 수 있게 나를 도운 가장 큰 추진력이 이 일기장이라고 생각한다. 차마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말과 생각과 글들. 이 내용들이 학문적인 것들일지라도. 수업 시간이나 지도교수님 앞에서 말하기 힘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논문 주제 등 다양한 글들이 적혀있다.
이번 시즌 브런치의 글들은 저 네가지 종류의 기록을 토대로 써볼 예정이다. 이번 시즌 동안 쓸 내 글의 기준과 카테고리도 모르겠고, 분류체계도 없지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나의 첫학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이 기록들이 유의미한 무언가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이번 시즌 목순이로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