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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05. 2024

금순이 : 미국 여행 이야기 (1)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보스톤(Boston)

미국 일년살이 후 귀국한지 5개월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초고속으로 강제 적응이다.

곧바로 복직을 하고 다시 이전의 분주하고 정신없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마치 “Red Sun!”하고 최면술 주문을 외운 것처럼 잠깐 달콤한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 같다.

머릿 속에 꿈처럼 남아 있는 추억이 가득, 마음은 분주한 삶에서 한걸음 떨어져 지냈던 그 때를 너무나도 그리워하고 있다. 앨범을 뒤적여 그 때의 사진들을 봤다.

그래, 이렇게 사진이 남아있는데.. 꿈이 아니었구나!

    

시간이 지나서 세부 디테일을 잊은 것도 꽤 많이 있지만, 더 많이 잊기 전에 글로 정리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지금 되돌아 생각해볼 때 기억에 많이 남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우리가 살던 곳은 미국 동남부의 대학 도시였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유명한 대도시 빼고는 인구 밀도가 높지 않고 집들도 대부분 1-3층이고 건물도 낮고 나무도 많고 가장 마트는 차를 타고 5분 정도, 걸어서 20분 정도 가야하고, 나에게는 매우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야 그런 여유롭고 평화로운 그 때가 그립지만, 당시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에 당시만 해도 나는 도시의 복작복작함이 그리웠다.      


그즈음 미국 도착 후 한달 후에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간 곳은 바로 보스톤!!

보스톤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동북부의 쌀쌀한 날씨였다. 남쪽의 따뜻한 곳에서 살아서 가을에도 반팔을 입은 채로 새벽에 보스톤 공항에 내린 우리는 가을 날씨 치고도 추운 날씨에 깜짝 놀라고 몸이 덜덜 떨었다. 하지만 높은 건물이 보이는 도시 풍경에 웬지 모르게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온 사람처럼 기뻤다. 그리고 분명히 미국인데,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공존하면서 거리에서 느껴지는 활기찬 기운이 가득한 보스톤 특유의 그 분위기가 좋았다.

보스톤 거리 분위기. 고풍스러운 유럽 느낌과 현대적 미국 느낌이 섞여있다.
대도시니까 높은 건물들이 있는데 난 시골쥐 마냥 높은 건물을 바라봤다.


보스톤은 워낙 유명한 대도시이고 이야기할 게 너무나도 많아서 주관적으로 나의 기억에 남는 것을 몇 가지 적어볼께요!


우선 보스톤 관광하면 떠오르는 덕 투어(Duck Tour)이다.

육지와 수상을 모두 다닐 수 있는 덕 보트가 사람들을 싣고서 지나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보스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가이드가 설명을 하고, 이후 보스톤 시내를 가로질러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찰스강을 떠다니면 보스톤 강가를 구경한다. 슬프게도 나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가이드 아저씨가 재미있었고 덕 보트를 타고 육상과 강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덕 투어가 신났다. 보스톤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찰스강 투어가 인상적이었다. 찰스강을 끼고 있는 보스톤과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이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한강변은 아파트인데 반해, 찰스강 주변은 과학관도 있고 유명한 대학들도 있고 여유로운 문화와 운치가 느껴졌다.

Duck Boat. 음성 지원 서비스 8개 국어에 한국어도 있어서 뿌듯했다.
Duck Tour로 찰스강 투어 중. 찰스강 강가에 위치한 보스톤 과학관


그리고 보스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명한 아이비 리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대학이다.

예전에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라는 드라마도 있을 정도로 말이 필요없는 하버드 대학과 수학 과학 천재들이 다닐 것만 같은 MIT가 바로 보스톤에 있다. 아직 우리 딸은 어리지만 엄마인 내가 가보고 싶어서 대학 캠퍼스 투어를 미리 예약했다. 대학 투어의 첫 순서는 하버드 대학 설명회이다. 설명회에 온 사람들은 자녀가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라 초등학생인 우리딸이 가장 어려 보였다. 근데 하버드는 등록금이.. 환율로 따져보니 후덜덜하다. 음.. 장학금을 받아야 다닐 수 있겠다! 동문들이 빵빵해서 기부금이 많은지 장학금도 많은 것 같긴 하다.

설명회가 끝나고 여러 개의 조로 나누어서 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캠퍼스 여기저기로 이끌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 준다. 하버드 대학생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고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특히 더 어려보이는 신입생일수록 더 그런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조 학생은 좀 샤이한 남학생이었는데 자기도 자신이 왜 하버드에 붙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떻게 합격했냐는 질문 빼고 다른 질문은 다 해도 괜찮다고 했다.

하버드 투어 다니는 관광객들이 꽤 많아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는데 하버드 동상 앞이었다. 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다는 썰이 있다. 우리도 줄을 서서 하버드 동상 발을 만지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딸 나중에 올 수 있겠니?ㅎㅎㅎ

하버드 대학 설명회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하버드 대학 건물들. 우리 조의 투어를 맡은 하버드 대학생의 뒷모습이 함께 나왔다.
하버드 대학 캠퍼스 투어 중인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오전에 하버드 대학 투어를 마치고 COOP에서 기념품을 사고 나니 점심식사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서 오후 코스인 MIT 투어로 넘어갔다. 역시 캠퍼스 투어의 첫 관문은 입학설명회이다. 그리고 나서 여러 조로 나누어서 재학생 봉사자들이 함께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해 준다.

하버드의 분위기가 고풍고풍이라면, 상대적으로 MIT의 분위기는 모던모던이다. 나는 하버드 대학 분위기가 멋졌는데, 초등 꼬맹이 우리딸은 MIT 분위기가 더 좋다고 한다.ㅎㅎ 그런데 두 대학이 다른 매력이지만 둘 다 매력적이고 좋다!!! 난 대학교에 가면 기분이 참 좋다. 사실 아이리 리그 투어는 우리딸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고, 그냥 엄마인 내 만족을 위한 관광 코스로서 투어였다.

MIT 대학 설명회
MIT 대학 건물들. 역시 투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캠퍼스는 이런 느낌이었다.
와아, 대학에서 찰스강이 바라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어쩜 구름까지 이쁘다!


내가 좋아하는 보스톤의 세 번째 매력은 미술관과 박물관, 과학관, 아쿠아리움 등이 너무 좋다.

그 모든 것을 한군데만 관람해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알차서 며칠에 걸쳐 보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티켓이 하루만 유효한 게 아니라 다음날이나 며칠 이내에 더 올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이 한정이 되어있는 여행객이다보니 과학관이나 미술관에서 다 못 봤지만 나와야할 때 아쉬웠다.

보스톤 과학관에서 바라본 찰스강
찰스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강과 관련된 체험과 전시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보스톤을 좋아하는 이유는 랍스터롤이 맛있다!

우리가 갔을 때 마침 랍스터 데이라서 10%인가 할인을 해 줬다. 나는 퀸시 마켓에서 푸드 코트처럼 되어있는 가게들도 맛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단독 매장으로 된 곳에서 먹은 랍스터롤이 더 맛있었다.

내가 애정하는 랍스터롤과 클램 차우더


퀸시 마켓에도 랍스터롤 파는 가게가 많이 있다.


사진을 보니 다시 기억들이 살아났다.

글을 쓰는 동안 잠시 추억이 떠오르면서 행복 에너지가 샘솟는 시간이었다. 다시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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