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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06. 2024

토순이 : 마음공부(1)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 덕분에 2주간 주4일 근무를 했다. 처음에는 3일간 휴식이 생각보다 긴 듯해서 만족감이 컸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오늘 정상적인 주말을 맞이했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돌아오며 내일만 지나면 다음 날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 


  얄팍한 마음은 감사함도 잊고 벌써 3일 연휴에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거기다 더해 평가와 이동 시즌을 맞이해 부담스러운 평가서 작성, 매일 마주치는 사람이 나에게 ‘수우미’를 주는 평가자인 사실이 실감나는 부담감, 직원 변동 등으로 어수선하며 새롭게 적응이 필요한 직장 분위기에 더욱이 출근이 부담스러운 시기이다. 


  짧지 않은데 짧은 주말, 일거리는 비우고 와서 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피곤한 금요일을 보내고는 아무 일정도 없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오늘은 인터넷 AS기사님 방문, 내일은 딸아이 과외 상담이라는 대면 일정과 카톡 모임, 온라인 수업, 그리고 글쓰기 주말 일정이 빼곡하다. 거기에 평일에 하지 못한 운동까지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해야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보내는 이틀이 짧지 않길 바란다.      


  7년 간의 도보 출근을 끝내고 작년 3월 처음으로 30분 정도 장거리 자차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운전을 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가장 시간을 잘 가게 해주는 것은 드라마를 듣는 것이다. 듣기에 괜찮은 드라마가 끝나면 다른 들을 만한 드라마를 찾기 힘들다. 그렇게 공백기가 찾아오면 책을 듣는다. 나의 계획에 1순위는 책이었고, 장거리 출퇴근을 대비해 유료독서앱도 구독했지만, 드라마가 우선순위가 되어 버렸다. 피곤하다는 이유와 나에게도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자기 변명 같은 이유를 스스로 붙여 줬다. 


  그 공백기에 듣기 시작해 완독한 책이 있다. 김혜남 작가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쓴 책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골랐다. 어려서 언니의 죽음을 겪고 파킨슨 병에 걸려 힘들어했던 작가의 삶도 크게 와 닿았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내가 삶의 흉터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나는 삶의 흉터는 생각할수록 아프고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데, 삶의 흉터를 사랑한다니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처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이란 무엇인지, 예측불허하고 불공평한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속삭임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상처를 통해 강해지는 것도 바로 자신이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자신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무엇을 듣고 싶어하며 무엇을 원하는가에 달려있다.

출처: 김혜남,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전자책 87%     


  신정 연휴에 친정에 가서 엄마와 점심을 먹었다. 떡국을 배부르게 먹고, 엄마와 나, 남편이 셋이 식탁에 모여 있었다. 한 동안 글쓰기 모임도 하시고 책도 내셨던 엄마가 요즘은 글쓰기 얘기를 안하시는 듯해 물었다. 글쓰기 모임이 끝나고 글쓰는 것도 힘들어서 그만 하신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문인회 모임도 모두 다 발길을 끊으셨다고 한다. 글쓰기는 엄마의 힘든 시절을 치유하는 상담소 같은 역할을 했다.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 한 힘든 시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책을 내셨다. 그러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지셨다고 한다. 


  엄마는 치유의 글쓰기에 성공하신 듯 하다. 그런데 엄마가 힘들었던 시절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엄마가 쓰신 책도 읽기가 힘들어서 다 읽지 못 했다. 

“글쓰기를 하면서 힘든 일을 끄집어 내고 곱씹고 하면 더 힘들지는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나의 질문에 엄마 본인은 좋으셨지만 주변에서 글쓰면서 다 지나가서 잔잔히 고요해졌던 마음이 다시 흙탕물이 된 것처럼 힘들어진 사람도 있다고 하셨다. 옆에 있던 남편도 “힘든 일 다시 꺼내서 생각하고 되짚어 내며 생생하게 글로 쓰면 더 힘들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학창시절 1년에 2~3권이나 되던 일기장을 써 내려가던 나는 일기장에 좋은 얘기보다 힘든 얘기를 더 많이 적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일기조차 쓰지 않게 됐다. 삶의 흉터를 자꾸 만져줘야 강해질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회피하는 것이 낫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이것도 진짜 마음을 글로 쓰기 어려운 나에게 은신처 같은 또 하나의 핑계거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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