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주일의 순이 Jan 07. 2024

일순이 :  뚜벅뚜벅 서울 산책(1)

하늘이 예쁜 날 원서동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다가 시간의 틈을 느끼고 싶을 때 원서동을  떠올린다. 높은 건물 사이로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면 탁 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하늘을 누리고 싶다.

 며칠 비가 오더니 오늘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퇴근 후 집으로 가던 걸음을 광화문으로 돌린다. 5호선 종로 3가에서 내려 현대계동사옥 쪽으로 걸어간다. 원서공원과 창덕궁 돌담사이에 서서 하늘을 보면 바라던 풍경이 보인다. 걸리는 것이 없는 하늘을 보려면 스카이라운지나 높은 아파트에서나 가능한 도시에서 이곳만큼 하늘인심이 후한 곳은 없다. 가만히 서서 남산도 바라보고 구름도 보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눈을 간질이고 어디선가 풍기는 고소한 화덕 피자 냄새도 코끝을 건드린다.


  잠시 숨을 고르고 걷다 보면 동네커피가 나온다. 산책할 때 카페는 중간 쉼터가 된다. 늘 가던 곳만 가게 되는데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동네커피에 앉아 아메리카노와 수제쨈이 나오는 스콘을 시키고 창밖을 본다. 후원 담벼락 위의 나무를 보며 초록의 다양한 색깔을 감상한다. 간단한 드로잉 도구를 꺼내 카페 안 풍경을 그린다.

           <원서동빨래터 정류장옆 창덕궁 돌담과 문>

                      <카페 동네커피에서 그린 그림>


 걷기는 냄새 소리 사람구경 그리고 궁금증이 모두 합해진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 다른 공간을 걷다 보면 나를 누르던 걱정은 사라지고 순수한 호기심만 남는다. 도시에서 걷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이다. 낯선 곳의 사람을 관찰하며 사는 것이 나와 다르지 않음에 안심한다. 그동안 시크해서 말 걸기 어려웠던 카페사장님이 단골손님과 최애아이돌이야기하면서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니 그녀가 가깝게 느껴졌다. 걷는 동안에는 이 동네에서 관찰자가 아닌 주민이 된다 .


 하나둘 길가의 가로등이 켜진다. 원서동 빨래터에  종로 1번 마을버스가 들어오면 나의 산책은 끝난다. 꽉 닫힌 마음이 좀 가벼워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충전해서 버스를 탄다.

작가의 이전글 토순이 : 마음공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