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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26. 2024

금순이 : 미국 여행 이야기(4)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비현실적인 사구

오늘은 무엇에 대한 글을 쓸까?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 중에 무엇이 인상적이었나?

1년 전의 여행을 쫘르륵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서 스캔하듯이 주르륵 떠올려보고 사진도 살펴보았다!

맞다!! 이거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대자연 속의 풍경, 국립공원 여행이 여운이 남았다.

이번에 떠오르는 풍광은 윈도우 바탕화면을 연상케 하는 모래 언덕이다.

바로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그레이트 샌듄 국립공원(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and preserve)이다.


Great Sand Dunes NP에 가기 전에 이미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고 온 터였다. 그리고 화이트 샌즈는 멀리서 보기에도 하얀 눈이 쌓여 있는 모습처럼 보이고 이뻤다. 그런데 그레이트 샌듄은 멀리서보니 마치 모래만 잔뜩 있는 메마른 사막같은 모습 생겼다. 그래서 '아.. 모래 언덕에 간다고? 모래 언덕에 가나?' 한켠에는 이런 마음도 구석에 있었다.


몇박 며칠에 걸쳐서 차를 타고 다니는 로드트립이었다. 콜로라도 주로 넘어와서 그레이트 샌듄 근처에 왔을 때 멀리서 마주한 풍경은 '저게 Great Sand Dunes이라고? Great?? 잘 모르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중에 되돌아보니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고 다른 비교 대상이 없어서 사진에 보이는 이풍경이 얼마나 크고 광활한 풍경인지 멀리서 잘 와닿지 않던 것이었다.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항상 가장 먼저 하는 일은 Visitor Center에 가는 것이다. 먼저 아이가 할 주니어 레인저 북(Junior Ranger Book)을 받는다. 활동북을 마치면 각 국립공원 주니어 레인저 뱃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뱃지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 잘 살펴보고 재미있게 둘러보게 되고, 활동을 한 후에 뱃지를 받으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뱃지를 모으는 재미로 국립공원에 다니고 있었다.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샌듄(Great Sand Dunes)의 모습


방문자 센터 안의 전시물과 설명을 대략 둘러보고서 이제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 볼까? 

그런데 역시 눈앞에 보인다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챙겨나갔다. 그제서야 Great Sand Dunes 가까이 걸어갈 수 있었다.


이제 Great Sand Dunes으로 출발!


그런데 사막 느낌이 나는 모래 언덕으로 가기 전에 가까이 가니 걸어가니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사막 느낌이 나는데 물이 흐르네? 신기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레이트 샌듄 주변은 콜로라도 주의 높은 산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여름에는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물들이 사구 앞에 흘러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도랑처럼 높이가 제법 되는 시즌에는 가족 단위로 여행와서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사구 앞 도랑 같은 곳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물놀이와 모래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제법 꽤 많았다.

모래 언덕으로 가기 전에 흐르는 물이라니.. 나에게는 다른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강을 건너는 듯한 마치 하나의 의식 같은 느낌을 주었다.


멀리에는 콜로라도의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있고, 그 사이에 사막 느낌의 거대한 모래 언덕이 있고, 사구 앞에는 물이 흐르는, 그레이트 샌듄의 매력을 잘 담은 사진을 발견했다.

Great Sand Dunes Natonal Park @Getty Images


도랑같은 시원한 물에서 잠깐 놀고 나서 맨발로 모래를 밟고 걸어갔다. 그런데 발이 닿자마자 앗, 뜨거워! 

햇빛에 노출된 모래가 노출되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맨발로 모래를 밝고 갈 수가 없었다. 다시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었다.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서 석고 성분으로 이루어진 하얀 모래가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무더위에서는 발에 시원한 감촉을 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의 석영 성분으로 된 갈색 모래는 햇빛에 달구어진 프라이팬 같은 뜨거움이었다. 


그런데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색을 보니 커다란 보드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왜 보드를 챙겨가기고 다니지? 스노우 보드...? 아니 샌드 보드..??

저기요, 모래언덕에 왜 보드를 들고 가시나요?


그레이트 샌듄에 오르면 오를수록 왜 Great Sand Dunes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다!!!!

가도가도 모래 언덕이 끝이 없어 보인다. 저 멀리에 개미떼처럼 보이는 것이 개미가 기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것이없다. 하도 크고 멀어서 사람들이 아예 점으로 보였다.

와아~ 이런 것이 바로 윈도우 바탕화면이구나!!!

저 멀리 보이는 까만 점이 사람들이다.
우와아~~

그레이트 샌듄을 걸어올라가는데 모래 바람이 엄청 불어왔다. 손으로 모자를 꼭 잡아도, 강한 바람에 모자가 몇 번이나 날아가고 모자를 여러 번 주워왔다. 입안으로, 옷으로 모래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이 워낙 쎄서 발을 딛기 어려웠다. 영화 같은 풍경 속에서 영화 같은 장면이 떠오르면서 사방에 모래 밖에 없는 이렇게 경사진 높은 모래 언덕에서 이러다가 조난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이 잠깐 스쳐갈 정도로 모래 바람이 세게 불었다. 정말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사람들이 메고 가는 보드의 용도를 바로 알게 되었다. 거대한 모래 언덕에서 보드를 탄다!!

와아~ 화이트 샌즈의 언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이트 샌즈의 모래 언덕이 10m 정도 높이라면 그레이트 샌듄의 높이는 100m도 훨씬 넘는 것 같다. 여기서 보드를 탈 생각을 하다니? 정말 모험심이 가득하고 자연을 즐기는구나!! 나중에 찾아보니 그레이트 샌듄의 모래 언덕(사구)은 그 높이가 무려 최대 230m라고 한다. 

게다가 모래 언덕의 경사도 꽤 가파른데, 이런 곳에서 모래 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정말 스릴 만점이겠다.


하얀 뭉게 구름이 바람을 따라 흘러갈 때마다 햇빛이 비췄다가 구름이 해를 가리면 어두워졌다가 모래 언덕의 곳곳이 구름 그림자로 명암이 수시로 달라지는 풍경도 참 신기했다. 어마어마한 모래 바람을 뚫고 거대한 모래 언덕을 걸어서 올라갔다 온 몇 시간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 앞에서 마주 서보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힘들게 올라갔다가 내려온 경험이 뭔가 뿌듯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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