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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25. 2024

목순이 : 나의 미국 박사 유학 첫학기(4)

외로움 다루기


유학 첫학기 동안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감정은 외로움,열등감, 불안함이었다. 그 중에서도 쉽게 해결이 안되고, 가장 다루기 힘들었던 감정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외로움은 어떤 측면에서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사람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낯선 땅에 와서, 유학 첫학기 내내 공부에 대한 마음의 부담으로 친구를 사귀기 위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물론, 같은 신입생들과 어울리고 시간을 나누기는 했지만, 나는 그 친구들이 모일때 여러가지 이유로 자주 빠졌다. 그래서인지, 내 원래 태생적인 문제인것인지 내 외로움은 생각보다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외로움이 한국의 친구들에게 전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화를 끊고 나서 밀려드는 허무함을 감당하기 힘들때가 더 많았고, 외로운 상황이라는 것을 더 떠올리게 되서 힘들었다. 그럼에도 또 한국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고, 외로움을 느끼고를 반복했다. 내가 이 글들에서 자세히 밝히지 않은 나의 개인적인 몇 가지 상황과 맞물려서 나는 이 외로움을 다루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수업을 가는 날이 일주일에 3일 있었는데, 그 3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4일 동안 아무도 안만나고 하루 종일 말도 안하고 지내던 날들도 꽤 있었다 누구를 만나고 싶었지만, 누군가를 만나면서 사용해야하는 시간이 너무 부담스럽고 아까웠다.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자주 들었지만, 힘이 없거나 피곤했다. 만나면 너무 재미있어서 자주 만나고 싶었던 몇명의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다들 너무 바빴고,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외로움을 스스로 달래가면서 공부를 했던 시간들이 당시에는 진짜 삭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동시에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만큼 마음이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이 나는 세계 어디에 가나 친구를 잘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늘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성격에 대한   스스로의 착각이었나 하는 생각을 캐나다에서부터 하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으면서부터는 새로운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도 힘들고, 새로운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점점 낯선 느낌이 많이 났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성향이 미국 유학 첫학기에는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이 세번째 하는 해외생활이라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더 조심하거나 약간은 포기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기도 했다. 예전 경험을 통해 보면, 새로운 곳에 가서 1-2년쯤 지나면서부터 사귄 친구랑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었기에 처음에 만나는 사람들과 너무 깊게 관계를 맺지 않기위해 경계를 하기도 했었다. 물론, 과거에 가자마자 만난 인연과 아주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니면 작년 말에 친구,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나눈다는 것에 대한 아주 깊은 회의감이었던지. 이곳에 와서 뼈속까지 외롭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었음에도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와서 내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몇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상황이 안맞았던 것인지 성향이 안맞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의 차이인지, 만난지 5개월밖에 안됐는데 몇명과는 벌써 너무 소원한 느낌마저 들어서 인지. 혹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에게 너무 된통 당한 경험을 몇번 했어서 인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 회의감인지 설레임없는 그런 건조한 생각이 많이 든다. 단순히 마음을 나누는 친구여도, 그 단순히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들기가 아주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너무 오랫만에 하는 생각이다. 현재 나는 외로움에 대해서 전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지금 나는 나의 두 아이와 함께 있다. 더이상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학교에 가고,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첫학기와는 너무 다른 두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기에. 외로움을 그저 느껴보고 싶을 만큼. 한가함을 한번 느껴보고 싶을 만큼 한달 가까이 전력질주 중이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지만, 지난학기에는 스스로 너무 바쁘다고 생각했었으나,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그렇게 골똘 할 수 있었던 아주 여유롭고 감사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갈망의 욕구는 자고싶거나 먹고 싶다. 이렇게 단 두가지이다. 그만큼 잠도 못자고 여유있게 먹을 시간이 없기에. 외로움을 느끼던 지난 학기의 내가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하거나 유학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꼭 정기적으로 일정한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를 추천한다. 나도 지난학기에 그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번 혹은 이주일에 한번, 물론 심하게 바쁘면 삼주에 한번이라도 꼭 친구들과 외식을 했다. 외식을 못하더라도 친구와 간단한 대화라도 하고, 허그라도 하면서 토닥토닥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실제로 사람을 보고 온기를 느끼며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에게 중요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그 무엇이든, 그 그룹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나를 공감을 해주는 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룹으로 함께 만나거나, 아니면 단 한명의 친구라도 만나서 꼭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일정시간 확보하기를 추천한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지금의 나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스케줄이 너무 많고 계속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떼문에 현재에는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중이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스스로가 이 쳇바퀴도는 생활에 너무 버거워지지 않도록. 그저 여유있는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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