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와 결혼한 이유
스물일곱,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그녀의 결혼식에서 비디오 촬영을 맡았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일찍 신부 대기실에서 만난 친구에게 말했다.
“넌 이제 좋겠다. 이 사람이 맞을까? 저 사람이 맞을까? 더 이상 고민 안 해도 되잖아.”
한 해가 지나, 친구는 엄마가 됐다. 친구와 그녀의 딸을 보러 작은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말했다.
“불가사리야. 결혼을 하니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무슨 고민?”
“이 사람이 맞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웃음)”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한다. 대학시절 내내 붙어 다니던 캠퍼스 커플 친구 둘은, 졸업을 하며 헤어지더니, 각각 다른 사람과 식장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청첩으로 소식을 접한 옛 친구의 이름 곁엔, 낯선 이의 이름이 있었다. 정말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는 걸까? 어떤 마음으로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는 걸까? 궁금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만날 때마다 답을 구했다.
“무엇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어?”
-“편안했어. 만날수록 편안하더라고.”
-“부모님을 만났는데, 그 집 분위기가 마음에 들더라.”
-“오랜 기간 만나면서 늘 한결같았어.”
그녀들이 말하는 답은 달라 보였지만, 하나의 답으로 연결되었다. 그녀들의 ‘마음’이었다. 어떠한 형태, 모습, 사건으로든 예비신부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는 점. 내가 만난 순조로운 결혼으로 가는 길에는 마음에 걸림돌이 없었다.
3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오랜 친구의 소개였다. 그는 친구가 알고 지낸 이의 남동생으로 러시아에 살고 있었다. 반년 전 나는 혹독한 이별을 겪었고,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 내 사정을 모두 알고 있던 친구는 말했다.
“반년 전이었으면, 내가 너한테 소개를 못했지. 운명 같지 않아?”
만약 그가 한국에 있고, 다른 평범한 소개팅처럼 바로 만날 수 있는 이였다면 우리의 인연은 이어졌을까? 그때 내 마음은 누군가를 만나기 덜컥 겁부터 났으니까... 여섯 시간의 시차, 나의 퇴근시간은 그의 점심시간이었다. 당시 맡은 업무로 새벽 퇴근이 잦았던 그는 내가 출근할 때도 일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물리적 거리가 느껴지지 않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각자 삶의 영역을 지키며, 적절한 마음의 거리로 서로 천천히 알아갔다.
3개월 후, 한국에 휴가를 나온 그를 만났다. 얼굴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지만,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했다.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렸을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만날 때마다 따뜻한 말을 황량한 내 마음에 심었고,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우리의 사랑은 눈물로 매일 자랐다.
“만날 때마다 울었잖아.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아니. 딱.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알아?”
“처음 보는 순간, 느낌이 왔어. 확신이 들었지.”
종종 우리의 첫 만남을 생각한다. 남편은 더 잘 보이고(?) 싶어 웨이브 파마를 했는데,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다. 나는 그의 헤어스타일이 나쁘지 않았다. 그를 만나고, 함께하며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매일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대해 배운다. 내가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나의 모습을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주는’ 그가 나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