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산책 일지
다섯 번째 맞는 우리의 여름, 뱃속의 보름이(태명)와 함께 셋이 계절을 보낸다. 태아의 존재를 확인한 건 지난봄,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한 번의 유산을 겪었기에 마음을 접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남편과 함께 쓰는 올해의 감사와 내년의 소망에 나는 아이에 대한 소망을 더 이상 기록하지 않았다. 기적처럼 우리에게 생명이 찾아왔고, 매일 조마조마하던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무탈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감사했다. 젤리 곰처럼 작았던 생명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저녁 9시가 되어 퇴근하는 남편과 늦은 저녁을 먹고 오늘도 산책을 나선다.
"방금 또 꼬물꼬물 했어."
"정말? 보름아 안녕."
우리는 잠시 벤치로 가서 앉았고, 남편은 동그랗게 나온 내 배 위에 손을 얹는다. 처음엔 나 혼자 느낄 수 있던 작은 태동은 29주 차가 된 지금은 남편의 손에도 반응한다. 그의 손이 나보다 더 따뜻해서일까. 꼬물꼬물 움직이던 보름이는 콩- 하고 그와 맞장구를 친다.
"신기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움직이니까 마음에 안심이 돼."
"지난번 초음파처럼 손을 뻗은 건가?"
"응, 느낌이 그때랑 비슷해."
지난 주말, 초음파에서 보름이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이곳 병원의 초음파가 선명하지 않지만, 선생님은 눈을 떴다 감았다고도 했다. 우리 눈엔 손밖에 안 보였지만- 배 위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초음파 기계가 불편했던지, 구부렸던 손가락을 펴서 배를 콩- 하고 쳤다. 신기하고 귀여웠다.
남편과 다시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다. 몇 달 전 만났던 호수의 아가 오리는 그 사이 헤엄치는 실력이 늘었고, 초록으로 우거진 무성한 나무들 사이 새가 지저귄다. 곳곳에 피어난 들꽃의 사진을 찍느라 잠시 멈추기도 하며, 천천히 고르게 숨을 내쉰다. 우리의 여섯 번째 여름엔 눈으로 보고, 볼을 맞댈 수 있는 보름이와 함께 이 길을 걸을 수 있겠지. 마음이 꽉 차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