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비뇽&아를 | 마카롱
파리를 떠나 아비뇽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깃발을 따르는 관광객도, 소음도 덜한 이 마을에서 이제야 숨을 돌렸다. 최종 목적지인 아를행 기차를 타기까지 2시간이 남았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마을의 시장을 찾았다. 무성한 초록의 식물들로 감싼 건물, 점심시간까지 문을 여는 아비뇽의 오랜 재래시장이라고 했다.
여행지의 시장을 좋아한다. 마을의 주민처럼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둘러본다. 언어와 문화는 낯설어도 시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눈에 익숙한 과일과 채소를 보면 더 그렇다. 서로 다르지만 같은 식자재를 쓰는, 서로 이어진 존재 같다고 할까. 무엇이 좋을까 둘러보던 차에 마카롱을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딱 한 번 먹었던 디저트, 무척 달았던 기억에 그 뒤로 손이 가지 않던 거였다. 한번 더 시도해볼까. 바구니 가득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 마카롱이 멋스러웠다.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요.”
“그럼 달지 않나요?”
“많이 달지 않아요. 제 스타일로 만들었거든요.”
차분하게 말하는 그녀의 낮은 목소리에 신뢰가 갔다. 3개를 골라 봉지에 담고 아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그는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 아를에서 일 년 넘게 머물며 187점의 작품을 남겼다. 도시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배경이 된 강가엔 그의 그림과 함께 그가 이곳에서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을 거라는 표시가 바닥에 쓰여 있었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아를의 골목길을 걸었다. 그가 입원했던 병원도, 벤치에 앉아 쉬었을 도심의 공원에도, 그의 그림과 함께 그림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밤의 카페테라스’ 배경이 된 카페를 찾았다. 옆 카페에 앉아 빈센트 반 고흐의 시선으로 그 카페를 바라보았다. 아참, 마카롱이 있었지. 주문한 커피와 함께 조심스레 마카롱이 담긴 봉지를 테이블에 올렸다. 진한 분홍빛이 도는 라즈베리맛 마카롱을 살짝 깨물었다. 세상에! 부스러지면서 머리가 아플 정도 달던 내가 먹었던 마카롱의 맛이 아니었다. 쫀득하면서 적당히 달콤한 맛, 게눈 감추듯 하나를 해치우고 두 번째 마카롱을 꺼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었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그의 편지, 아를의 거리, 카페, 공원, 강가를 거닐며 편지를 썼을 그가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었다.
* Les Halles d'Avignon (아비뇽의 실내 재래시장)
18 Pl. Pie, 84000 Avignon, 프랑스 , http://www.avignon-leshal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