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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Oct 30. 2022

걸어도 걸어도

미국 뉴욕 | 햄버거 

남미로 출장을 갔다가 스톱오버로 주말을 보낸 뉴욕에서 대학 선배를 만났다.     


“어쩜, 너는 옛날이랑 똑같다.” 

“아휴, 아니에요. 근데 선배는 미국 사람이 다 된 거 같아요.”      


검게 그을린 모습의 그는 예전보다 더 건강해 보였다. 다른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아침에 뉴욕에 왔다는 그는 여전히 씩씩했다.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어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그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몸을 움직였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며 오래전 추억의 대학 캠퍼스부터, 학생식당, 동아리방까지 거닐고 나니 금세 배가 고파졌다.      


“뉴욕에 오면 꼭 가는 버거집이 있어. 좀 걸어야 하는데 괜찮지?” 

“괜찮죠. 더 걸을 수 있어요.”      


선배와 나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가는 길에 야경 명소로 유명한 브루클린 브리지로 들어섰다. 이미 많은 이들이 난간에 기대어 뉘엿뉘엿 지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세 지평선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자, 높은 빌딩의 불빛들이 반짝였다.      


“아름다운 야경 말이야.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불빛이다.”

“주말인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도 관광객들을 위해 기꺼이 야경이 될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그는 일 년째 구직 중이라고 했다. 선배는 널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대학교 4학년이라며 취업과 대학원 중 고민하고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고민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도 회사에서 일한 지 5년 차,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맞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두 시간쯤 걸었을까. 드디어 그가 말한 버거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은 한국에도 있는 <셰이크 쉑 버거>였다.    

  

가장 기본이 되는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빵 사이 육즙이 배어 나오는 소고기 패티, 양상추, 토마토의 단순한 조합이었지만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선배, 우리 십 년 전에 맥도널드에서 버거 먹었던 거 생각나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이 맞을까, 그 선택이 맞았을까’ 우린 계속 고민하겠죠. 하지만 다시 십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그때는 우리가 지금 뉴욕에서 만나 셰이크 쉑 버거를 먹을 줄 상상도 못 했잖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도 걸어도 걱정을 안고 있겠지만, 또 상상할 수 없는 좋은 일도 있을 거라고 같이 믿어봐요.’ 시원한 콜라가 담긴 컵을 부딪치며 서로를 토닥였다.      


Newyork, USA  _ 십 년 만에 만난 선배와 먹은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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