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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llee May 01. 2023

마지막 여행

호주_뉴질랜드 여행기 1

오늘 아침 아내가 무심코 한마디를 내뱉었다.


"나트랑 리조트 다시 가고 싶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왠지 기분이 좋았다. 퇴사 후 열심히 여행을 다닌 보람이 있구나 하고 말이다. 사실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지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않을 때 갑자기 그곳이 떠오를 때가 있다. 문득 그리운 존재로 말이다. 그런 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퇴사 후 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그리워할만한 추억을 만는게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추억을 쌓기보다는 떠올리며 살아야 할 거 같다. 얼마 전 어찌 보면 퇴사 후 여행의 마지막 편이 될 호주_뉴질랜드 패키지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 부모님을 모시고 국내 섬 투어를 갈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 엄밀히 말하면 마지막 해외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퇴사 후 예행 계획을 세울 때보다는 더 많은 나라를 가서 퇴사 전 미리 세운 여행 예산을 초과해 생활비를 줄여야 할 상황이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한참 여행에 대한 즐거움이 가득 차 있는 지금 멈춰야 한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마지막 여행지로 호주_뉴질랜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동안의 여행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호주_뉴질랜드를 가게 된 건 어찌 보면 우리의 선택이라고 보다는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로망이 있는 아버지를 위해 부모님과 함께 호주_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게 힘드셨는지 부모님은 국내 여행을 가는 걸로 마음을 바꾸신 바람에 우리끼리만 호주_뉴질랜드를 가게 됐다. 그리고 여행도 캠핑카여행에서 패키지여행으로 바뀌었다. 


 이번 여행은 출발 전부터 신경 쓸게 많았다. 호주, 뉴질랜드 둘 다 ETA를 신청해야 했다. 게다가 뉴질랜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 비상약과 간식을 신경 써서 준비해야 했다. 오랜만에 남반구로 가는 거라 옷도 꽤 신경 써야 했다. 북반구와는 반대의 계절이라 호주_뉴질랜드는 가을이었기 때문이다. 추울지 더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최대한 많은 옷을 챙겨야 했다. 그렇지만 내 맘을 가장 무겁게 한 건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이었다.  퇴사 후 많은 국가를 여행했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여행해야 할 나라가 더 많아졌다. 여행지에 가서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갈 곳이 너무 많다."였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가고 싶은 나라가 더 많아졌다. 북미도 가야 하고, 아프리카 4개국도 가고 싶지만 퇴사 한 우리에게는 한정된 예산만 허락이 되었기에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게 내 마음을 제일 무겁게 했다. 게다가 여행 상품 후기가 워낙 안 좋았다. 상품 자체 불만보다는 가이드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패키지여행은 워낙 가이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많았기에 출발 전부터 크게 흥이 나진 않았다. 그나마 날 조금 신나게 해 준 건 '모닝캄' 서비스였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우수회원 제도로 약 4년 전에 모닝캄이 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써보질 못 했고, 그 이후에는 대한항공을 탈 일이 없어서 써먹지 못하 채 금년 8월로 끝나는 모닝캄을 드디어 써 볼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위안을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지에 대한 큰 기대감 없이 8박 10일간의 호주_뉴질랜드 여행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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