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로망은 있다.
지난해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 퇴사 준비와 함께 여행을 준비했다.
그동안 여행은 휴가나 연휴 기간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늘 북적대거나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퇴사를 하게 되면 날짜의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에 제약이 있지만 일 년 뒤면 가능할 거라는 희망도 있었다. 향후 2년간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고르고 약 3개 ~ 4개의 여행코스를 계획했다. 그리고 그중에 우리의 첫 여행지는 나의 로망 몰디브로 정했다.
왜 몰디브인가?
20대까지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낯선 곳에서 주변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게 싫었고, 말도 안 통하는 상황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대 초 신혼여행지를 고를 때도 가까운 일본으로 짧게 다녀왔다. 하지만 그 후 여행을 좋아하게 되면서 내가 선택했던 신혼여행에 대해 후회와 아쉬움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신혼여행을 다시 가고 싶었다. 물론 결혼 후에 여행을 좋아하게 되면서 함께 여행을 많이 갔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가는 가족여행 아니면 휴가를 이용한 패키지여행이라 신혼여행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선택지가 크게 없었던 덕분에 우리의 여행지는 손쉽게 몰디브로 결정될 수 있었다.
몰디브 말고 나의 로망이 하나 있었으니, 여객기 중 가장 큰 여객기인 A380의 비즈니스를 타보는 거였다. 물론 비즈니스를 안타 본건 아니지만, A380의 2층을 타보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백수 주제에 비즈니스를 타자고 조를 수 없으니 약간의 협상을 통해 몰디브 갈 때는 환승 시간도 기니 말레 공항까지 가는 편도만 비즈니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A380 탈 확률이 높은 아랍에미레이트를 예약했다. 코로나 때문에 A380을 운행 안 하다가 2022년 6월부터 A380을 운행해 나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나는 살짝 여행 걱정증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현지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하며 동선을 미리 체크해봐야 한다. 게다가 쓰지도 않을 물건들로 캐리어를 꽉꽉 채워야지만 안심을 한다. 게다가 2년 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그 걱정증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설레어야 하는데 온통 걱정으로 가득해서인지 그다지 신나지 않았다. 몰디브에 도착해서 체크인해서야 걱정이 사라졌다.
몰디브에 간다고 하니 나보다 더 많은 여행을 하신 부모님이 '거기 가면 심심해서 뭐하냐?'라고 하셨다. 사실 이쁜 바다를 보면서 숙소에서 쉬는 게 어찌 보면 지루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에 우리는 경험보다는 휴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나이를 먹으니 여행지에서 감동을 얻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여행의 경험과 나이가 오히려 감정의 움직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에메랄드 빛 바다가 멋지게 있어도 큰 감동은 없었다. '이런 게 사진에서 보던 몰디브구나'라는 생각 정도? 그런데 셋째 날부터 몰디브에 익숙해지니 매력이 보이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얻는 즐거움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암함에 더 큰 감동이 생기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몰디브는 여유를 주는 국가라는 이미지로 남았다. 시간에 쫓겨 무언갈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으며 영어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는다. 그저 편하게 쉬기만 하면 되는 곳이다.
- 본격적인 몰디브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