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일상이나 학교생활은 매우 낯선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봐도 장애를 가두고 격리시키려는 한국사회 장애인권의 단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수학교는 집에서만 지내던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길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특수학교는 장애아 자신부터 부모, 특수교사, 특수교육지도사 등 힘들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때문에 특수학교의 이야기는 자세히 들으면 들을수록 아프고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보통의 삶도 그렇듯 힘 들수록 서로 의지하고 또 힘 들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설픈 인식으로 꺼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고, 어쩌면 사과할 일을 만드는 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공론의 장 밖에 감춰둘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겐 사회의 관심과 응원, 지지가 필요하고 장애아동들은 더욱 한줄기 빛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돌보는 교육일수록 더욱 잘 살펴야하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병원에서도 이뤄지고 가정방문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언뜻 다방면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특수교육시스템은 국가가 아닌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직접 만들어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픈 사람이 스스로 약을 개발하고 병상을 짓는 수준이었던 것이지요. 장애아동 부모들의 가장 큰 바람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것”, “사람들과 섞여서 살 수 있는 것” 오직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이런 것을 평생의 꿈으로 가질까요? 그런데 이 소박하고도 절박한 바람을 국가는 제대로 살피지 않았습니다. 학교에는 중증 장애아를 위한 침대가 필요한데, “여기가 병원이냐”며 거부하는 학교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우리 교육에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아동 교육환경에 더 각별히 신경 씁니다. 이는 단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교육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관계나 권리, 그들의 삶과 노동조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수학교에는 특수교사와 더불어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실무원)들이 아이들의 학습 등 학교활동 전반을 돌보며 함께 합니다. 그러나 그 수가 부족합니다. 정부가 예산을 적게 책정한 탓에 특수교육지도사를 늘리지도 못하고, 그들은 심지어 비정규직입니다. 아이들의 곁에서 늘 생명과 안전을 돌보는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입니다. 정부는 때론 특수교육 정책을 발표하며 마치 인권정부인 것처럼 생색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고려하지 않고 노동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교육수요를 따라가기가 힘이 듭니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은 학교에서 차별을 느낍니다. “우리를 동료로 인정해 달라”고 합니다. 책상도 PC도 없이 아무 곳이나 자리 비면 앉아있으라는 게 일하는 사람에 대한 대접일 순 없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부모들과는 말도 나누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들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정보를 학교에 개진할 수도 없습니다. 특수교사가 아니니 자격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 특수교육지도사들도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장애아라고 저마다의 개성이나 자기 의사가 없는 듯 무시해선 안 됩니다. 연필 하나도 무슨 색깔을 원하는지 고를 수 있도록 물으며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월급, 단지 돈 벌 생각만으로 일한다면 특수교육지도사 일은 10년 이상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차별받고도 봉사하듯 지내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한 사람 마음입니다. 아이들과 부대낀 세월이 10년이라도, 학교는 그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경력은커녕 초과근무나 직무 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들 비정규직은 특수교육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교육이나 학교 운영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정보도 듣지 못합니다. 전일제로 일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학교는 아이들 옆에 붙어있는 딱 6시간만 쓰는 소모품으로 취급합니다. 특수교육지도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학교들은 특수교육지도사의 존재조자 소개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선 그들의 역할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다치면 “설마 보험든 거 있겠죠”라며 스스로 처리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이들 특수교육지도사들은 본능처럼 자신들의 학생들을 “우리 아이”, “우리 아이”라고 부릅니다. 그 아이가 자신들과 따뜻한 눈빛과 몸짓, 말로 소통할 때면 모든 고단함이 순간이나마 잊혀 진다고 합니다. 늘 고맙다고 인사해주시는 부모님들, 졸업 후에도 부모와 함께 찾아와 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보람이라고 합니다. 때론 집에서 내 자식을 부르며 돌보는 장애아동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그런답니다. “엄마, 나한테 반만 좀 해봐” .... 특수학교는 장애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길입니다. 그 길에서 늘 아이들의 손을 잡고 힘겨운 입술을 바라봐주며,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피며, 때론 엄마를 대신하고 때론 전문가답게 일하는 특수교육지도사. 이제 그들 학교비정규직(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의 이야기를 들어 줄 때입니다. 어디서든 노동존중이 교육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