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포스트프로덕션 - 음악(2)]
[지난 이야기]
감독 노경무는 음악과 미술에 대한 조예 없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느라 아주 고생이 많다. 그런데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업계 둘째가라면 서러울 커리어를 자랑하는 음악감독을 모시고자 궁리 한다. 하늘이 도와 인맥빨을 왕창 받은 다음, 주제를 모르는 끈질긴 구애 끝에 장영규 음악감독을 마침내 모시게 되는데...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안임신 주제가 만들기'다.
주인공 유진은 남편이 자기 대신 임신을 할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병원 복도를 신나게 질주한다.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10년동안 열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 했는데, 남성임신 기술 덕분에 임신과 출산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왕 신이 나는 김에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보자고 생각했다.
애니매틱을 한창 만들던 2021년 6월은 굴지의 걸그룹 에스파의 넥스트레벨이 전국을 강타한 때였다. 그 당시 나는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양치를 하면서도 ㄷ자 춤을 추며 흥얼거릴 정도로 중독되어있었다. 그래서일까. 아니 그래서였다. 이 노래에 유진의 가삿말을 붙이게 된건.
스탭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유행은 지나갈 것이고 SM엔터테인먼트와 법적분쟁을 다툴 돈도 없으니 주제가를 제대로 만들어야했다. 뭐, 장감독님이 계신데 뭐가 걱정이겠나! 당연히 잘 나오겠지!
2022년 2월, 장영규 감독님으로부터 첫 데모 파일을 받았다.
음악 파일을 재생해본 후 나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이게 뭐지?
내가 상상했던 음악과는 딴판의 노래였다. 귀엽지도 신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나 왜 이 노래가 별로지? 장영규 감독님이 만들어 준 노래가 어떻게 별로일 수 있지? 내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다시 들어보자. 몇번이고 반복하여 들었다. 여전히 낯설고 별로였다. 장감독님께 맡기기만하면 귀엽고 매력적인 주제가가 뿅하고 나올거라 생각했다.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나 자신이여.. 나도 모자라긴 하는데 너는 더 모자랐구나...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음악에 맞춰서 유진이가 춤을 춰야 했기에, 애니메이터가 완성곡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 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 감독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파일 잘 들었습니다. 아, 근데, 저기, 제가 느끼기에는 말이죠, 아, 음, 왜 신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영화는 굉장히 전복적인 영화인데, 음악이 다소, 음, 온건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음, 통통 튀는 노래를 상상했는데요…….
감독님은 나의 횡설수설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른 버전의 데모를 만들어 보내주셨다. 그러나 나의 감상은 여전히 같았다. 왜 신나지 않을까? 속도 조절도 해보고, 가사가 문제인가 싶어서 새로 써보기도 하고. 그러나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내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음악감독을 모셨는데, 왜 내 맘에 안들지? 대체 뭐가 문제야??
나, 이제 어떡해야해????!?!
-다음에 계속-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랜만입니다.
혹시 저를 기다리셨나요? 그러셨다면 저는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몇 꼭지 남지 않았는데요, 힘 닿는 데 까지 열심히 써 볼게요.
구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