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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May 30. 2021

결국 다 무너뜨리는데... 속상하지 않나요?

아뇨, 전혀요.

유튜브에서 'WIRED'를 가끔 본다. 'Obsessed'라는 시리즈가 있다. 뭔가 하나에 미친 덕후들이 나오는 시리즈. 바위 세우기만 10년 판 사람. 휘파람 세계 챔피언.. 이런 사람들이 나온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건, 카드 쌓기(Card stacking)다. 아무 도구도 없이, 얇은 카드만 쓴다. 진짜 '집'만한 구조물을 만든다. 보면 진짜 실화인가 싶다. 


브라이언 베르그는 카드 쌓기 세계 기록 보유자다. 건축공학 덕후다. "어.. 솔직히 기네스 기록 몇 개 깼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기 힘들어요"


마지막에 나온 재미있는 질문. "카드 쌓은 건 마지막에 결국 다 무너뜨리는데.. 그때 속상하지 않나요?"


아니, 전혀요. 전 어차피 이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아요. 
이걸 집에 가져갈 순 없잖아요?
차라리 이걸 부수면서 재미를 찾는 게 낫죠.
파괴하는 순수한 재미도 있거든요


무너뜨리는 건, 약간 테스트 같아요.
저는 구조물 덕후라서,
어떤 부분이 먼저 무너지는지,
어떤 형태로 무너지는지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근데 이게 생각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거든요.


“그럼 저는 알게 되죠. 다음 만들 때도 저 정도에서 무너지진 않겠구나.
한계를 더 이해하게 돼요.
저한테 일종의 직감을 줘요.
(그 직감 때문에 브라이언은 미친듯한 구조물 옆에서
카드를 올릴 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다음에 도전을 하게 만들죠."


흔히 인생도 '하우스 오브 카드'에 비유하곤 한다. 어차피 무너지고 잊혀질 거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가끔 생각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무너질 카드 집이라면, 그 과정을 즐기면 된다. 왜냐면 난 덕후니까. 


무너질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 잘 본다. 다음에 할 때 더 자신감이 생긴다.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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