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플랫폼, 빅데이터, 스마트 000...는 양반이다.
비즈니스 세상은 새로운 키워드 만들기를 사랑한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끔 현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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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플랫폼, 빅데이터, 스마트 000...는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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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오는 단골 시리즈는
1) 구독경제, 공유경제, 경험경제... 00 경제 시리즈.
2) 인더스트리 4.0, 유통 4.0, 마케팅 3.0 같은 버전 시리즈
3) OKR, BPR, ERP, CSV, SFA, PLG 같은 알파벳 세글자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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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의 맥락을 자세히 까보면 약간의 뉘앙스, 메시지는 분명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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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 그걸 굳이 정의해서 어쩌자는 건지 모를 정의를 열심히 세우고 차이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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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키워드들은 그럴듯하지만 추상적이다.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반증 불가능하다. 다양한 근거 사례가 있지만, 똑같이 해서 실패한 기업의 얘기는 없다. (사실 추상적이어서 '똑같이' 따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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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엔 정반대되는 느낌의 키워드를 팔기도 한다. 2021년엔 '00 경제'! 지금 세계 TOP 기업들은 00 경영! 라는 식의 헤드라인과 띠지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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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어 대부분은 '사후적으로' 유행이 된다. 이미 성공한 어떤 기업이 강조하는 메시지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미디어/출판/컨설팅 업계에서 키워드화하고 열심히 펌핑시키면서 너도나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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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읽은 독자들은 키워드를 잘 기억해둔다. 공식 석상이나 전략 회의에서 열심히 쓴다.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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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OKR과 애자일로 무장한 플랫폼이 패권을 장악할 것이며, 전통 산업을 언번들링하고 고객의 밸류체인을 디커플링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니 업의 본질에 집중해야한다'라는 말 정도는 해줘야 인사이트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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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막연하게 싫어했다. 하지만 기자로 일하고 나서는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됐다. 독자들이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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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구독 경제' 'PO' 같은 핫 키워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생각보다 빵 터져서 놀랐다. 독자들은 비결이나 트렌드가 담긴 키워드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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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그게 뭔데?' 생각하게 만든다. 앞서 나가는 기업은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증명한다. ('저 회사는 저게 다르구나. 역시 우리 회사는 멀었어. 이게 없잖아') 그러면서 기억하기 쉽다. 딱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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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독 경제'와 'PO'를 깊게 조사해보고, 현업의 얘기를 듣고, 기사를 쓰면서 느꼈다. 그런 단순한 하나의 언어로 뭉뚱그릴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또는 수많은 맥락과 환경 요인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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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질은 뭐지? 하고 물어물어 파고 들어가 보면 뭐가 나오냐. 정말 뻔한 것들이 나온다. '고객 가치'라든지, '문제 해결력'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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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상 7~80%가 뻔한 얘기고 20~30% 정도만 업계, 시대, 상황에 맞는 변주다. 그저..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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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뻔한 말을 쓰면 독자들은 보지 않는다. '우씨, 그거 누가 모르냐? 나 무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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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콘텐츠란 읽혀야 가치가 있다. '이 정도 MSG는 쳐줘야지'라는 말도 틀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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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진짜 사람들을 더 나아지게 돕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고민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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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즈니스 콘텐츠 쓰는 걸 참 좋아하는데. 가끔은 현실도 모르면서 키워드만 열심히 파는 글쟁이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