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설명한 이더리움의 경쟁자 EOS
EOS는 Dapp을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2017년 6월에 약 2000억 원(1억 8천만 달러)이라는 역대급 규모의 자금을 크라우드펀딩 받아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OS의 인기는 유명한 창립자들의 덕이 큰데, 그중 CTO를 맡고 있는 댄 라리머(Dan Larimer)는 EOS에 앞서 콘텐츠 플랫폼 ‘스팀잇(Steemit)’과 ‘비트쉐어(Bitshare)’라는 거래소를 만들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으로, 처음으로 ‘위임 지분 증명’의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EOS는 속도, 수수료 등 여러 측면에서 이더리움을 능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출시가 되지 않은 미완성 프로젝트이다. 비슷한 기대를 받고 있는 카르다노(Cardano)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개발 상황과 실제 출시되는 제품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더리움, 네오, 카르다노, EOS 등의 Dapp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Dapp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개발자를 위한 서비스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 Dapp 플랫폼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건 화장품을 전혀 쓰지 않는 남자에게 색조 화장품의 브랜드를 비교해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App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쉽게, 강력한 App을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데, 개발자가 아닌 우리 대부분에게는 외계어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EOS 소개에서는 3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EOS의 기본적인 컨셉만 간단하게 소개한다.
EOS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빠른 속도와 거래 처리량이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EOS 블록은 1초에 하나씩 생성되며, 초당 1만 개에서 10만 개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이더리움이 초당 13개의 거래를 처리하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엄청난 차이다.
EOS가 이렇게 빠를 수 있는 이유는 ‘위임 지분 증명’(Delegated Proof of Stake)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EOS 토큰의 보유자들은 21명의 대표단을 뽑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토큰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임대'하는 개념) 21명의 대표단은 사용자들을 대표해서 블록을 검증한다. 수만 대의 컴퓨터가 나누어서 거래를 처리하는 것보다 21명의 참여자들이 거래를 처리하는 것이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Dapp 플랫폼인 카르다노도 이 위임 지분 증명 방식을 사용한다. 카르다노의 위임 지분 증명과 컨셉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카르다노의 위임 지분 증명 방식은 보안성, 수학적 완결성에 더 초점을 둔 반면, EOS는 속도와 실용성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뒷이야기
이오스의 댄 라리머와 카르다노의 찰스 호킨슨은 온라인 상에서 신랄한 논쟁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여기에서 두 사람의 관점 차이가 잘 드러난다.
댄은 카르다노의 위임 지분 증명 방식이 성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찰스 호킨슨은 이 비판에 대해 무조건 속도를 높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댄이 업계의 기본 규칙들도 안 지키면서 다른 프로젝트를 무시한다고 반박했다. 댄은 나는 쓸모 있는 걸 만들 테니 기본 잘 지키고 연구한 걸로 논문 쓰세요라는 식으로 재반박을 했다.
그 외에도 댄 라리머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릭과도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참고 링크
물론 '위임 지분 증명' 방식이 속도에서 우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표자들이 사용자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가능성 등 각종 정치적인 이슈들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블록체인의 처리량 한계는 너무나 큰 보틀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EOS가 목표로 하는 수준의 속도를 실제로 구현할 수만 있다면, 현재 이더리움 우위를 단숨에 뒤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EOS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더리움을 단순 숫자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EOS가 출시될 때까지 이더리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이더리움 위의 Dapp인 The DAO가 해킹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300억 원이 넘는 상당의 이더(Ether)가 해커의 계좌로 옮겨진 상황이었다. 모든 사람이 해커의 계좌를 알고, 훔친 돈임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여러 번 얘기했듯이 블록체인 위에서는 아무도 남의 돈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그 돈을 되찾기 위해, 네트워크가 갈라지는 것까지 감수하고 하드 포크를 했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수정해서 그 돈을 회수했다.
EOS는 대표단에게 강력한 권한을 줘서 이런 상황을 방지한다. EOS에서는 21명의 대표단 중 80% 이상이 동의를 하면 특정 계좌를 동결시킬 수 있다. 이미 기록된 스마트 컨트랙트의 변경까지 가능하다. 오류나 해킹으로 인한 명백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원상복구를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더리움과 이오스의 중요한 차이점은 돈을 받는 방식이다.
호텔과 전세방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호텔은 매일매일 숙박한 만큼,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돈을 낸다. 반대로 전세방은 한 번에 큰돈을 내고 산 다음, 계속해서 그 방을 쓸 수 있다. 이더리움이 호텔이라면, EOS는 전세방과 비슷하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시킬 때마다 매번 수수료를 받는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계속해서 돈을 결제해야 하니 귀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더리움의 수수료는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는 더 올라간다. (처리를 기다리는 거래가 많으면 많을수록 채굴자들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EOS의 경우는 쓸 때마다 비용을 내지 않는다. EOS 토큰을 구입하면 EOS의 컴퓨팅 파워의 일정량을 ‘전세’ 낼 수 있다. 처음에 한번 돈을 내고 EOS 토큰을 구입하면, 이 토큰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일정량의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다.
Dapp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일정량의 EOS 토큰을 구입한다. 만약 EOS가 1초에 1만 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고, Dapp 개발자가 전체 EOS 토큰의 1%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Dapp은 1초의 100개의 거래를 쓸 수 있다. 더 이상 컴퓨팅 파워가 필요 없어지면 EOS 토큰을 다시 팔아서 ’ 전세금’을 다시 찾을 수도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사용자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 실제로 전혀 돈을 내지 않고 댓글을 달고 사진을 올리는 데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Dapp의 이런 특성이 굉장히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EOS 모델을 사용하면 매번 사용자들이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문제없이 Dapp을 사용할 수 있어서 사용자 편의성이 훨씬 높아진다. 물론 처음에 큰돈이 들어가고 사용자들이 그 돈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Dapp 개발자들이 EOS를 사용하기 위한 토큰 비용(전세금)을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마찬가지지만 EOS도 아직까지는 전부 '계획'이다. 아직 아무런 출시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EOS의 미래 가능성을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EOS가 기대되는 이유는 스팀 블록체인 때문이다. EOS의 기반 기술은 댄 라리머의 이전 작품인 스팀과 상당히 유사하다. 스팀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팀 블록체인은 위임 지분 증명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탈중앙화 네트워크이다. 스팀의 보상 메커니즘과 인센티브 구조는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있다. 스팀을 만들어봤던 댄 라리머라면 뭔가 사고를 한번 치지 않겠나.. 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대중들의 생각인 듯하다.
EOS 메인 블록체인 출시는 6월 1일로 예정이 되어있다. 여태까지 수많은 딜레이 사례 (EOS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를 볼 때 정확히 그 시기를 지킬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쨌든 이더리움이 스케일링에 성공하기 전에 EOS가 약속했던 모든 기능들을 구현해서 나타난다면, '이더리움 킬러'라는 별명이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