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날갯짓도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연재하며 한 가지 걱정은 소재 고갈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모든 것을 논해버리면 다음 글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이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인공지능의 생태계는 오늘도 변해버렸습니다. 어쩌면 내가 분석해야 하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나비는 여유롭게 풀숲 위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나비효과'는 아주 작은 존재인 나비의 작은 날갯짓도 큰 바람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단어는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되며 행동을 조심하라는 의미나 과거의 선택을 재조명할 때 적절한 비유입니다.
이 글에서 '나비효과'를 가져와서 AI에서 대입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현재 개발되는 기술이 비록 작을지라도 큰 파급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 위함입니다.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을 생각하면, 작은 기술의 큰 파급력은 그럴듯한 말이죠. 또한 아직 정확히 측정되지 않은 영향력 (보이지 않은 실업)을 고려한다면, 작은 기술의 영향력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 이상입니다. 인공지능의 기술이 나비라면, 하나 둘 날갯짓을 시작해 기존 사회적 기술이 대체되는 큰 바람으로 이어집니다.
잠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1. 이러한 큰 영향력은 인류에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비행기, 인터넷, 휴대폰 등)
2. 개인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변화는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공포감을 체감할 필요 없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작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거대한 파급력을 지닌 AI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비유하기 위해 나비를 묘사해 보면,
나비는 자신의 작은 날개를 몇 번 펄럭였으나
바람이 흘러서 다른 바람과 만나 더 큰 바람으로 귀결된다.
연쇄적인 작용이 지속되면 거대한 태풍이 만들어집니다. 나비의 바람 혼자서 만든 게 아니죠. 작은 바람이 기존 대기의 바람들과 결합해서 태풍이 만들어집니다. 보통 나비효과를 이야기하면 두 가지만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1) 시작이 된 작은 바람 : 나비
(2) 만들어진 거대한 바람 : 태풍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아주 기본적인 질문은 "나비가 태풍을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나비효과를 가정한다면, 나비의 날갯짓은 태풍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도 새로운 종류가 나타나고 있고, 그 기술들은 시간이 지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거대한 기술로 형태를 드러냅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단순했던 언어모델이 ChatGPT라는 고유명사로 변한 것입니다. 기존 연구자들이 하나 둘 만든 아주 작은 모델이 사회를 바꾸는 거대한 모델로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많은 나비를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라는 작은 존재에 대한 평가는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데, 사업의 경우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점차적으로 부피가 커지고 많은 소비자를 바탕으로 기하급수적인 형태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SNS에 힘 업어 성장의 속도는 과거보다 빨라졌고, 작은 사업들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의 소통이 용이해지고 정보를 전달하기 수월해지면서 작은 것일지라도 그 가치를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와 공급의 긍정적인 사이클이 순환되며 눈덩이처럼 덩치가 커집니다.
이 과정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장 환경”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도 나비에 의한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나비가 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날갯짓으로 큰 바람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람을 흐르게 만드는 대기입니다. 물리적인 자연의 법칙과 환경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비가 아무리 날개로 작은 바람을 만들지라도 큰 바람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나비효과도 그 바람이 얼마나 작은지, 혹은 큰 바람으로 귀결되는지 말하는 것보다 현재 자연의 상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모델을 하나 만드는 것에 대해서,
나비의 날갯짓을 거대하게 키워주는 환경은 다음과 같이 변했습니다.
3~5 년 전: 모델을 만들어서 학습하고 데이터를 구하고 해 보자. 어느 정도 잘 되는 것 같아.
1~2 년 전: 사전 학습된 모델을 활용해서 최소한의 데이터를 사용하자.
1년 이내 : ChatGPT를 활용해서 만들어 보자.
결국 지금은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기 훨씬 쉬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나비는 무리하지 않아도, 대기는 그가 만들 바람을 크게 키울 겁니다.
즉, 환경이 바뀌는 게, 태풍이 오는 것보다 무섭습니다.
마치 지구온난화처럼요.
나비는 대기가 없으면 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비는 우주로 갈 수 없으며,
우주에서 바람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이 아닐지도 몰라.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계를 탐험하게 해 줬잖아.
그러니까, AI는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라 사실은 빛의 광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