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is success if we learn from it.”
실패는 그것으로부터 배울 때 성공이 된다.
– Malcolm Forbes
인간에게 실패는 낯설지 않다. 우리는 도전을 선택하고, 그 도전의 결과로 실패를 맞이한다. 물론 실패는 아프고, 때론 두렵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것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변화하며, 나아간다.
인공지능은 대부분 강제된 학습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떤 데이터를 보며 무엇을 학습할지는 인간이 정했고,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도전할 기회조차 선택하지 못했다. 틀린 답은 그저 “오답”일뿐, 부끄러움도 실망도 없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관점을 바꾸는 일 없이, 단지 최적화의 결과로써 다음 답변을 조정할 뿐이다.
ChatGPT로 발전하면서, 더 자유로워진 AI가 이제는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며,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사고 속에 ‘실패’라는 감각은 정말 존재할까?
지금까지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본다면,
우리는 실패를 단지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실망, 부끄러움, 좌절, 혹은 그 안에서 피어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비로소 “나는 실패했다”는 자각이 생긴다. 감정이 있고, 과거의 경험이 있으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인간만이 실패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AI는 감정이 없고, 몸도 없고, 타인의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실패를 느끼고 반성하는 구조 자체가 없는 셈이다. 그저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정답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될 뿐이다 [아래 노트 참조].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인간의 학습을 설명하며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이라는 두 개념을 제시했다. 동화는 기존의 틀에 새로운 정보를 끼워 맞추는 것이고, 조절은 기존 틀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틀을 조절한다. 생각이 틀렸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관점을 수정하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간다. 진짜 학습은 바로 그 순간 일어난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동화’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그것을 기존 패턴에 맞춰 해석하려 한다. 틀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니, 조절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반성, 패턴 수정, 재구조화 같은 과정이 빠진 AI의 학습은 정밀해질 수는 있어도, 본질적으로 변화를 겪지는 않는다.
한 연구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실패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를 다섯 가지 항목으로 비교했다. 실패 인식, 자기 수정, 경험 기반 학습, 편향 수정, 상황 적응력. 인간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고, 특히 경험 기반 학습에서 만점(10점)을 기록했다. 반면 AI는 고작 1점을 받았다. 이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과거의 실패를 기반으로 의미 있는 교정을 하는 데 큰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AI는 점점 더 인간과 닮아가고 있다. 말투는 자연스러워지고, 감정 표현도 흉내 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AI는 실패를 모른다. 그리고 그 실패로부터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지도 못한다.
인간은 실패로부터 성장한다. AI는 아직 실패를 겪지 않는다.
만약 언젠가 인공지능이 자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그 실패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틀을 바꾸는 존재가 된다면—그 순간 우리는 기계와 조금 더 깊이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Note 1: 인공지능에게 실패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대부분 언어나 이미지를 통해 학습한다. 일부 로봇 연구들이 감각 기반의 학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감정이나 신체 감각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교하지 않다. 언어나 이미지를 통한 실패의 감각은, 인간의 언어에서 “기분이 나빴다”, “좌절했다”와 같은 감정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모델링 된다. 이는 ‘웃는다’, ‘울었다’ 같은 외부 표현과 함께 감정을 추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실패를 느끼는 감각 자체가 선행되고, 그 이후에 언어나 이미지가 떠오른다. 감정은 몸에서 시작되며, 말로 설명하기 이전에 이미 경험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췄지만, 아직 어린아이 같은 감각도 갖고 있지 않다.
Original Art Work by Alice Eggie
투명 정물이라는 이름처럼, 실패는 이상한 덩어리들의 모음이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AI는 완벽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미완성이 완벽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