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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해 사라지는 인간의 무드

인간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by 범진

AI 시대의 생산성과 무드:

인간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인간은 불도깨비를 이길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 대해 우리가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은 생산성이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능력. 그런데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건, 단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이 변화가 지속적인 지능의 발달, 즉 인간 자체의 확장으로 이어져야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도구로서의 AI를 넘어서, 그와 함께하는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요즘 나오는 연구와 기사들을 보면, 인간의 발전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흔들린다. AI와 협업한 학생들의 성적이 도리어 떨어지거나, 오히려 인간의 능력을 저해한다는 이야기. 심지어 어떤 연구에선 인간 혼자 일할 때보다 AI와 함께할 때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협업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뇌의 정보 처리 방식, 인지 부하, 심리적 몰입 등 수많은 요인이 얽혀 있다. 나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표현하고 싶다.



AI로 인해 우리가 얻는 것은 생산성,

그러나 잃는 것은 무드다.


내가 말하는 무드란 단지 분위기나 감정 상태를 넘어, 어떤 작업에 깊이 몰입하며 생기는 리듬, 집중의 흐름, 창작을 지배하는 섬세한 공기 같은 것. 한 번 타오르면 멈추기 어렵고, 한 번 끊기면 다시 되살리기 힘든 그것.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통제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결과를 낸다. 타인에게 모든 걸 맡겨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혼자 모든 걸 끌어안으라는 말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A급 개발자들을 믿고 그들을 칭찬하며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듯, 믿고 맡기되 무드의 중심축은 스스로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와 자주 협업하는 Alice 작가님의 말이 인상 깊다.

"예술은 무드가 전부예요."


AI는 무드를 알지 못한다. 그가 아는 것은 연결된 지식일 뿐이다. 감정도 없고, 분위기도 없다.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깊이를 느끼지도 않는다. 물론 나는 인공지능의 지식을 매일 같이 빌린다. 어떤 개념이 기억나지 않을 때, 내가 미처 몰랐던 정보를 정리할 때. 하지만 글의 무드를 만드는 건 나의 일이다. 실제로 창작에서 AI와 협업한 사람들이 작업 후 더 낮은 창의적 자기 효능감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은 AI가 만든 결과를 자신의 창의적 성취로 느끼기 어려워했고, AI가 관여할수록 스스로를 덜 창의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이 도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활용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무드를 방해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마치 인생의 짐을 타인에게 통째로 넘기지 않고 스스로 짊어지는 것처럼, 감정의 결을 AI에게 위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 많은 AI 협업 방식이 이렇다:

인간 → AI → 인간 → AI → 인간 …


나는 이 반복에 회의적이다. 무드는 이렇게 반복되는 간섭 속에서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작업은 복잡하다. 인간이 초안을 만들고, AI가 정리하고, 다시 인간이 수정하며 완성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흐름이 인간 중심의 몰입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AI는 짧게 쓰이니까 어쩔 수 없이 자주 번갈아야 해요."

사실 그것은 AI의 기술적 한계다. 기업이 긴 시간의 연산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짧게 써야 할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AI가 더 오랜 시간 집중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반복의 필요도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수십만 원짜리 구독을 하면 굉장히 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이런 협업 방식을 더 선호한다:

Task A: 인간 → AI → 인간 (검수) → 끝
Task B: 인간 → AI → 인간 (검수) → 끝
Task C: 인간 → AI → 인간 (검수) → 끝


각자의 무드는 유지되며, 인간이 주도한다.

아니면, 먼 미래에는 이런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Task E: AI → 인간 → AI (검수)


이건 AI가 먼저 움직이고, 인간이 피드백을 주며, 다시 AI가 조정하는 구조다.

말하자면 AI 관리자와 인간 편집자가 협업하는 세계.

하지만 이 구조가 되더라도,

여전히 나는 인간이 무드의 최종 책임자여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무드는 인간만이 만들 수 있다.

AI는 그 무드를 흐리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 그림은 Alice 작가님의 불도깨비 작품의 파생 작품입니다.



- Written by Science Vibe [Notion Page]

- Illustrated by Alice Eggi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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