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에는 당신이 걸어온 길이 너무 아깝다.
김포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3개월 차 남양주시청 공무원이 발견되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메모로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정작 '미안하다'라고 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수많은 가시 달린 말들을 우리도 모르게 뱉게 되고 그 말들은 다시 우리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고 또한 그 상처는 다시 곪아 터져 병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결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직장을 다니는 한 사람으로서 요즘 많은 신규직원들을 볼 때마다 새내기 시절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새롭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패기가 넘치던 때 말이다.
그러한 열정도 사회생활을 하면 조금씩 유채색에서 무채색으로 바뀌었다. 선배들의 조언으로 실제 많은 도움도 받아봤고 반대로 억압과 불합리함도 느꼈었다. 조직에 대한 애착도 느껴봤고 증오도 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힘들어하고 직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직원들을 보며 직장에 먼저 들어온 선배로서 후배직원들에게 해줘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만 잘하면 돼'
'내가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쓸 틈이 어디 있어?'
'내 일도 벅찬데?'
라고 생각했던 나날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진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하는 한마디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가시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반창고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본다.
'MZ세대는 원하지 않는데?'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믿는다. MZ세대의 끝자락에 걸쳐있는 나도 그렇고 대다수의 MZ세대들은 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이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내 옆의 사람이 살아야 내가 살 수 있고 당신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요즘 친구들은 나약해!'
'요즘 MZ세대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 나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힘들면 그만두면 되는데 나약하네'
라고 하는 등의 말들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일 뿐
내가 처한 상황과 내가 자라온 환경이 다를진대 어떻게 같을 수가 있을까?
외모도 성격도 말하는 것도 모두 다른 우리인데 말이다.
인생이라는 사각형 안에 조금 더 먼저 발을 내딛고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은 내가 온 길을 걷는 다음 사람들을 위해 잔돌을 치워줘야 한다. 이길로 갈 것인지 저 길로 갈 것인지는 그 사람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힘들어하면 물정도는 건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람으로서 선배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정도를 걸어보자. 나의 도움과 당신의 도움이 다른 사람들과 나와 당신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것이다. 세상은 밝지만 이렇게 밝은 세상을 느껴보지 못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가능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하기 쉽지 않고 정말 힘들다 싶으면 사무실에 있는 모니터를 던져버려라! 다른 것도 괜찮다.
삶은 포기하기엔 당신이 걸어온 길이 너무 아깝다.
더구나 오늘 날씨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