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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버거 Aug 21. 2023

전세사기를 당했다.

2. 임대인의 직업은

이 글에 적힌 모든 내용은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검색결과

임대인의 이름이 특이했기에 구글에선 딱 한 사람만 검색되었고 검색 결과에 나타난 사진에 나온 인물은 임대인의 나이와 비슷한 나이로 추정되었다. 검색 결과에 나타난 임대인과 동명이인의 직업은

공인중개사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심이 가는 이 사람을 좀 더 조사를 해보려고 했다. 내가 판단력이 흐려져 무고한 사람에게 나의 미움을 쏟아내면 안 되었기에. 하지만 나는 사람의 촉이라는 것을 믿었고, 이 사람은 관상부터 풍겨지는 무엇인가가 꺼림칙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대표로 있다고 적혀있는 공인중개사를 카카오맵에 검색해 보았다. 좋은 동네에 사무실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도 멀리 떨어진 비싼 동네에서. 그래서 아 역시 아니구나, 내가 괜히 분노에 사로 잡혀 앞뒤 구분 못하고 생사람을 잡을 뻔했구나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사무실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어떠한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처음 보는 정보여야 하는데 그 정보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역설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역설의 느낌이 '촉'이다. 나는 그 번호가 어딘가 익숙했다. 나는 내 핸드폰에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통화목록에 나와있는 임대인의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역시 촉은 틀리지 않았다. 사무실 전화번호 뒷자리와 임대인의 전화번호 뒷자리는 정확히 일치했다.  


내가 전세 계약을 한 부동산 사장님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소유주가 변경될 때 해당 매매거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새로운 임대인에 대해서 아는 게 있냐고 물어봤다. 사장님은 새로운 임대인이 부동산 관련 일을 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나에게 말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한 사람만 특정되어 결과가 나올 정도로 흔하지 않은 이름. 등기부등본에 적힌 나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얼굴. 검색된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전화번호와 일치하는 임대인의 전화번호 뒷자리. 이 모든 걸로 봤을 때, 나는 이 공인중개사가 나의 임대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서 나는 이 공인중개사가 현재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이 내 임대인의 등기부등본상 주소랑 같은 아파트인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이름도 특이한 새끼가 착하게 살 것이지. 멍청한 새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xx년에 공인중개사를 취득한 나의 임대인은 무슨 목표로 공부를 했을까?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엿을 먹일 때 부동산 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의 가책은 있었을까?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전세사기를 잡아 엄벌할 것이라는 소식이 매일 매시의 뉴스마다 쏟아지는데,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좀 안다고 모든게 쉬워 보였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조사를 해보니 이놈은 변호사와 세무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법률 상담같은 컨설팅을 해주는 사무실처럼 보였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이 임대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 그들 눈에는 나의 임대인이 젊고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로 보여지고 있을까?


나는 공돌이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다. 내 주변엔 공대생뿐이고 다들 법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나와 절친한 동네 친구들도 어려서부터 공부엔 잼병인 놈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법 쪽에 밝은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임대인의 사무실을 보고 사실 두렵기도 했다. 지금 내가 싸워야 하는 이 공인중개사가 변호사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으며 서로 막역하게 지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 임대인은 변호사 선임비나 소송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나보다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배짱 좋게 이런 짓을 했겠지. 반면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이 이곳저곳 많으며, 심지어 10월엔 신혼집으로 사려고 매매한 아파트의 잔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잔금으로 내야 하는 내 돈의 일부는 이 전세와 함께 묶였다. 정정하겠다. 나의 미래와 나의 돈이 묶였다.


소송과 경매는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고, 계속 나의 피를 말릴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과연 나의 피 같은 전세보증금을 다 회수할 수 있을까? 법의 테두리에서 보장하는 계약에 의거하여 나는 돈을 전세 보증금으로 임대인에게 빌려주고, 계약이 끝나면 그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나는 왜 이걸 어렵게 시간을 들여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내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나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그들은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까?


나에게 이런 고통을 준 사람은 이런 행위로 법적으로 받는 처벌은 따로 없다고 들었다. 우선 주말이기 때문에 아직 법무사나 변호사를 만나서 상담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추후에 정정하는 글을 쓰도록 하겠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나는 너무 억울하다. 나는 이렇게 미래가 빠그라지고 고통스러운데, 내가 힘들게 내가 받아야 할 돈을 받고서, 이런 상황을 만든 놈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계속 살 수 있다는 상황이.


뭐라도 해보자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무기력하게 있지 않을 것이다. 꼭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을 다 받고, 어떻게라도 정의 구현을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정의 구현은 무엇일까? 이 사람에게 물리적으로 해를 입히고 싶진 않다. 그럼 나도 처벌을 받으니깐.


그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변호사랑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사는 놈을 내가 법으로 엮어 참교육하는 방법은 승산이 너무 낮고 역으로 내가 당할 확률이 크다. 주먹도 법도 안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언론 플레이 


내가 지금 이 글들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나는 수동적으로 가만히 당하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다리며 허송세월 보내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내가 돈을 받기 전까지 나라를 좀먹는 체납자 임대인새끼와 있던 모든 에피소드를 글로 기록해 둘 것이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나의 이 상황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여 내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도움 받기 위함이다. 도움이라 하면 간단한 팁이라도 좋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법무부장관의 눈까지 이 글이 들어가면 더 좋고.


두 번째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이다. 처음에 압류라는 글자를 봤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며 삶의 희망이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나와 같은 상황에서 결국 본인 탓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더 철저하게 확인해봤어야 했는데

그때 그 집 좀 이상했는데 계약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월세 살걸 바보같이 좀 아껴본다고 전세 계약한 내 탓이지.. 등등


하지만 나는 그들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서 한마디 할 수 있는 건 이런 점을 모르는 사람들도 사기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고 국가 시스템의 존재 이유이다. 이런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에서, 전세사기가 올해 갑자기 '까꿍' 하며 등장한 것도 아니고, 판을 친 것이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매일매일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많은 허점이 있고 하루빨리 정상화되도록 손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누워있지 말고, 어떻게든 우리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보자.


나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이유로 글을 쓰며, 앞으로 새로운 진행사항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을 여기에 기록하겠다.


받아야 할 보증금 160,000,000 원

받은 보증금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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