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2012년, 4년간의 KBS 성우 시험을 보면서
저는 PD가 되기 전에 성우를 꿈꿨습니다. 방송을 생각하게 된 계기도 성우였었죠.
음, 16살 때부터 진로를 정했어요. 고등학교 방송부 아나운서, 대학교 방송국 아나운서를 하면서
성우의 꿈을 키웠었죠. 그러다가 마침내 20살이 되었고, 방송사 상관없이 성우 시험이 나오면
지원했었습니다. 방송사 대부분은 몇 년에 한 번씩 나와서 시험 보기가 어려웠지만,
그나마 KBS만 유일하게 매 년마다 성우 시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4년 동안 KBS만 시험 봤었답니다!
2009년 20살부터 2012년 23살까지, 대학생 신분으로 KBS 성우 시험을 봤네요.
지금은 성우가 아닌 PD가 되었지만, 오늘도 준비하고 계실 성우 지망생 분들을 위해 제가 겪었던
성우 시험 후기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0년 전 경험이라서 요즘 성우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위기였구나, 이런 식으로 시험을 보는구나' 참고만 하셨음 해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KBS는 성우 시험 보기 전에, 사전 접수를 해야 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직접 가서 접수를 했었던 것 같네요.
성우 시험 접수 덕분에 처음으로 9호선 국회의사당 역에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위에 있는 사진(오른쪽)이 KBS 신관 내부 모습입니다. 역시나, 많은 분들이 원서를 작성하셨습니다.
방문하면 담당자분께서 원서를 주시는데, 담당자분이 성우분이셨던 기억이 나네요.
TV에서만 목소리를 듣던 성우를 실제로 보니 되게 신기했어요. 내용들을 다 쓰고 수험표 받으면 접수 끝!
원서 내용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나이, 성별, 학력사항, 사진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야 했어요. 얼굴과 함께 주민번호를 확인했었거든요.
한국어 능력시험 자격증이 있다면 가산점을 주었어요. 지원자격은 남자는 군필, 여자는 고졸 이상이었는데
대학교 재학생은 지원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당시 대학생이었기에, 고졸로 적었습니다.
고졸이라고 해서 불이익받고 이런 건 전혀 아닙니다!
KBS 성우 시험 수험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KBS 본관에서 시험을 보았는데 참 많은 분들이 계셨어요. 어떤 분들은 자리가 없어서 일어선 상태로
대기하고 계셨는데, 그렇게 많은 대기자 분들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되면, 번호대로 대기실 이동했는데요. 5층 스튜디오 대기실로 이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 방식은 이러했습니다. 먼저 지정된 대본 문제들을 받는데 총 5문제가 나왔었어요.
5분 동안 5문제를 연습하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문제 하나를 골라서 녹음하는 것이었어요.
기회는 단 한 번뿐! 5명씩 지정된 녹음 스튜디오로 다시 이동합니다. KBS 녹음 스튜디오를 보니
정말 방송국이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 당시 저는 맨 마지막이었습니다. 녹음하기 전에, 수험번호와 함께 이름을 말해요.
"안녕하십니까, 수험번호 5510번 000입니다. 2번 대본 시작하겠습니다"
그 당시 5문제들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1번째 문제는 남자랑 헤어진 어떤 여자의 대사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남자 친구가 없어서
감정 잡기가 안될 것 같아 패스. 2번째 문제는 화난 여자아이의 대사, 3번째 문제는 여자와 형부의 대사.
무슨 의논하는 거였어요. 4번째 문제는 헤어진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의 대사. 1번째 문제랑 비슷해서
감정 잡기 어려울 것 같아 과감하게 패스했어요. 마지막 5번째 문제는 나레이션이었는데
아파트 공사 이야기였어요. 5줄 정도였던 것 같네요. 저는 2번 문제인 화난 여자아이의 대사로
녹음을 했습니다. 감정 잡기가 제일 무난했었던 것 같아요. 시험은 1분 이내로 끝납니다.
대기시간은 2시간이었는데, 그에 비해 너무 빨리 끝나버리는 시험이라니. 허무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2009년 11월, 제가 처음으로 성우 시험을 보았던 해였는데요.
당시 KBS 제35기 성우 공채 최종 경쟁률은 여자 246.6 대 1, 남자 113.6 대 1
참 많이 지원했다고 생각했는데, 2009년 지원자 수가 역대 최소인원을 기록했었다고 해요.
음... 첫 시험이라 떨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떨리지가 않았어요.
오히려 지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 처음이라 경험상으로 봤던 것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2009년에 이어 2010년, 2011년, 2012년에도 성우 시험은 동일했습니다. 그리고 시험도 약속이나 한 듯?
항상 11월 마지막 주에 봤었네요. 매년마다 볼 줄 알았는데, 2013년부터는 또 다른 꿈이었던
PD의 길로 가게 된지라, 성우 시험은 보지 않았답니다. 요즘 성우 시험이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CD로 사전 제출하고 추려서 보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성우가 아니지만 덕분에 좋은 경험 했고,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한 때 성우 지망생이었던 제 모습에게 고생했다고 위로를 해주고 싶네요.
4년간의 성우 시험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성우를 준비하고 계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