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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Dec 22. 2023

Peep ShoW

크리스마스의 기적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하지만 예전만큼 캐럴이나 들뜬 분위기가 없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의 통행도 줄어들었다. 


" 땡그랑, 땡그랑 "

어디선가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 크리스마슨데 좋은 일 하나쯤은 해야지. '

주머니 속에 만 원짜리 지폐 하나가 생각났다. 


요즘은 공사 현장에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일 거리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몸이 아픈 탓이다. 

아마도 지난가을에 일하던 현장에서 다친 뒤로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프다.

현장소장은 나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며 병원비 일부를 결제하고는 사라졌다. 

작고 조그마한 개인 현장이라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쉬고 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잠조차 편히 잘 수 없을 만큼 고통은 계속되었다. 


틈틈이 모은 종이박스와 폐지를 팔아 손에 쥔 만원은 오늘 나의 수입 전부였다. 

어차피 풍족하게 무엇 하나를 살 수 있는 금액도 아니기에

선뜻 자선냄비 속으로 넣을 수 있었나 보다. 


생각해 보니 기부를 한다거나 누구를 돕는 일을 해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몇 백 원씩 모아 기부를 하고

군대에선 헌혈과 봉사활동 지원을 나갔던 일이 전부였다. 


' 내가 누굴 돕거나 기부할 형편이나 될까? '

혼자 생각하다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집어넣은 만원이 무슨 큰 도움이나 될까 싶다. 


천천히 도시로부터 멀어져 가는 뒷골목 안으로 들어가면서 찬 바람은 더 거세졌다. 

눈이라도 오면 분위기라도 좋으련만, 최근 크리스마스엔 눈이 오지 않았다. 


'그래, 눈이 와 봤자 길만 미끄럽지 뭐. 



빈 집안으로 들어갈 때가 가장 싫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고, 온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불도 켜지 않고 방 한가운데 앉아 있는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까맣고 시커먼 벽과 가구들이 어슴프레 눈에 들어온다.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이 세상이 멈춘 것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 아빠, 엄마, 동생들과 함께 이불을 펼치고 앉아서 고구마도 먹고, 호빵도 먹었는데. '


천천히 눈이 감긴다. 


" 형, 엄마가 불러 그만 자고 일어 나."

' 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내가 꿈을 꾸고 있나? '

' 분명 동생 목소리인데, 엄마가 나를 부른다고? '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집이다. 작지만 따스하고 포근한 우리 집이다. 

맛있는 음식 냄새도 났다. 

아빠와 엄마 목소리, 내가 자주 보던 만화영화가 브라운관 TV를 통해 보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창 밖엔 눈이 가득 쌓여 있고, 아직도 눈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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