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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Oct 11. 2019

17. 남의 집 귀한 자식

눈물이 많아졌다 이거

엄마는 아기를 낳고 나서 울보가 되었다.


이제 3개월 애기를 놔두고 술먹으로 나갔다가

아침에 돌아왔더니

아기는 이미 잘못되었더라...

는 기사를 읽고 울었다.


숨이 턱 막혔다.


2살된 아기를 방에 가두고 때렸다는 기사를 보고는

또 울었다.


기사는 쓸데없이 잔인하고

현실은 기사보다 더 잔인하고

글은 말할 것도 없이 잔인하다...


어쩜그리 상황을 즐기는 것 같은 사람이 많은지

놀라웠다.


우리 아기는 이제 21개월. 인정많은 한국나이로는 2살.

맞아도 왜 맞는지 모를 나이이고

왜 때리냐고 한방 먹이지도 못하는 아기다.

엄마, 쟤가 때렸어 말도 못하고

왜 때리세요 라고 항의도 못하는 아기다.


21개월이 어느정도냐 하면..

아직 옆집 5살 푸들보다 사리분별을 못하는 나이다..

키는 일미터도 안되고

SUV 뒤에 서 있으면 당연히 안보인다.

빨간불이고 파란불이고 튀어나가는데

하네스를 둘러찬 옆집 개는 혀를 끌끌 차며 우리 애기를 보다가

파란불이 되면 보무도 당당하게 주인을 이끌고 건널 줄 안다.


옆집 개는 낱말카드도 몇개 맞게 가져온다지만

우리 아기는...낱말카드....잘 씹어먹는다...

혹시 우리 애기가 누군가에게 얻어맞았다면 어쨌을까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난다.

강아지처럼,

애기는 맞아도

엄마한테 또는 아빠품에 안길 수 밖에 없다.

간식주면 헤헤 좋아하고 같이 산책나가면 좋아서 설레발치며 빨간불이고 파란불이고 뛰어다닌다.


일년 전에 아파트 방송이 다급하게 나온 적이 있다.

내복을 입은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를 보호하고 있으니

본인이  

이런저런 옷차림을 한 아기 부모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어서 관리사무소로 와달라고.


아기가 아직 어려 자기 이름도 말 못하고

워낙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된 동네라

도대체 몇단지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연에

마음 급한 동네 애기 엄마 몇이 쫓아가서

내복바람의 아기를 입히고

간식을 먹이고

같이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맘카페에 글이 계속 올라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맘카페 이야기를 듣자하니

집 안에 CCTV를 켜두고

밤에 엄마 아빠 둘이서

심하게는 금강휴게소로 도리뱅뱅을..먹으 외출을 가거나

집 앞 곱창집에서 소주를 먹으며 핸드폰으로 애가 자나 안자나 체크하는 집도 있다니..


만약 이게 진짜라면

아기는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에게 아기는 세상 전부이고

또 누군가에게 아기는 똥오줌도 못가리고 잠도 못자게 하는 귀찮은 존재일뿐이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저 새끼도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는 저 인간도

다 누군가가 마른자리 진자리 가려서 키워줘서

저렇게 큰거라는 걸 생각하면

저런 인간도 그래도 사랑을 받고 컸지 싶어서

가심이 짠해진다.


아기는 그냥 놔두면 알아서 큰다는 말은

진짜 큰일날 소리다

아기 크는 시간이 워낙 정신없이 빨리 지나니

지나고 보니

'어, 언제컸지? 벌써 저리 컸나?' 싶을 뿐..


아기를 낳으니

세상에 슬픔이 이렇게 많구나 새로운 세계를 보인다.

아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아기 시절은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난다

유니세프 광고를 보고

눈빛이 흔들리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

총각 때 숱하게 봤을 광고가 이제야 보인단다.

이제

남의 집 자식이라도 이제 남의 집 자식이 아니게 되었다.


아기는 부모를 투영하고

부모는 아기를 투영한다


낳은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키우는 건

그것도 밝게 건강하게 

엄하고 사리분별 하게 키우는 건


예사일이 아니고

나.. 혼자서 절대로! 할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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