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짠 Jun 11. 2019

3.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들이 주는 자잘한 정

그만 주세요. 배불러 터지겠단 말이에요

 다음 중 내가 복직 후 한 달안에 들어보지 못한 말은 다음 중 몇 번일까요?


① 아기는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지, 너무 어린데 어린이집 맡긴 거 아니야? 정서적으로 문제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② 육아휴직하면서 푹 쉬고 좋았겠네? 얼굴이 훤해졌구먼

③ 둘째는 언제 낳을 거야? 한번에 몰아서 낳아야지 그러다가 외동된다. 우리나라 출산율도 낮은데, 신경써야지?

④ 10년만 버텨.


☞ (정답 및 해설)

① 내 정서부터 챙긴다. 내가 건강해야 애가 건강하다. 넌 아갈머리 닥쳐.

② 일 년 사이에 시력이 많이 감퇴하셨네요. 정신도 어째 온전치 못하신 것 같으시고 쯧쯔..

③ 오지랖은 여전하시네요.

④ (정답) 복직 후 두 달 째 들은 말.


지나가듯 툭 던지는 말, ‘버티라’에 오기가 생겼다.


결혼 전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책도 실컷 읽던 그 시절, 물론 그립다.

하지만 그 기억이 되려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준다.

그 때 읽었던 책, 담았던 풍경이

힘들 때 꺼내어보라고 저장된 힘이요 기억이 되었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상처뿐인 관심에 휘청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저장한 힘을 꺼내어 까진 상처 부위에 발라본다.


조직의 나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지만

가정의 나는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그 사실을 복직 후 '엄마'인 나는 매일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그래도 힘들다.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엄마가 되기 전,

내가 본 책, 풍경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어.

그래도 버틸 수 없으면 잠깐만 좀 주저앉아 엎드릴게. 빨리 일어나라고 그러지 마.

그리고 다시 걸어볼게..

안되면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6.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