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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Dec 27. 2023

아빠, 나 몇등이였어?

아이의 놀이를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혼자서 리조트 내부를 산책한다.
리조트 복도의 카펫에 나뭇잎 모양이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침에 재이가 일어나서 복도를 걸을 때면 여기서  
 또 놀이를 만들겠지?’ 라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영장 가는 길에 아이는 나에게 말한다
“아빠, 나뭇잎 모양 말고는 다 절벽이니까,
나뭇잎 모양만 밟고 가야 해”
아이와 나는 나뭇잎 모양만 찾아서 점프를 한다.  

아이에겐 모든 세상이 놀이터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무엇을 보든 더 많은 걸 상상하고,
혼자만의 세상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삶의, 주변의 작은 풍경 속에서도 기쁨을 찾고
놀이로 재미를 찾았으면 한다.


아이와 고카트를 타러 간다.
아이들만 타는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우리 아들 화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으러  
카트의 트랙 주변에 섰다

다른 아이들의 카드가 쓔웅 하고 지나가자
우리  아이가 서서히 나타난다.


다른 아이들은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려서 달려
지나가는데 우리 아들 녀석은

아주 진지하고 조심스레 운전을 한다.  
그 모습이 정말 운전연수를 받는 어른처럼 진지하다.


다른 아이들이 다 돌고,
우리 아이는 마지막으로 도착한다.

“재이야,  왜 빨리 안달렸어? 왜 부스터 안썼어?”
“아빠, 나는 안전하게 운전을 하고 싶었어.  
 빨리 달리면 내가 힘이 부족해서 핸들을 놓칠까봐-
벽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더니
나 지금 힘들어”


"아, 우리 재이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달리는 게 더 중요했구나?”

“응, 근데 나 몇등이야 아빠?”
“재이야, 일등은 여러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어.  
 만약  최고 속도로 빨리 들어오는 사람이 1등이라면  
 우리 재이는 1등은 아니지만,  
 가장 안전하고 서로 부딪히면 안된다는
규칙을 가장 잘 지킨 사람은
 바로 우리 재이가 1등이야”


아이가 조 금더 빨리 달렸으면 하고
내심 안타까워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트랙을 달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재이야, 재이는 혼자 고카트 타면서

운전 하는게 좋아?
  아니면, 아빠가 운전하고 옆에 타는 게 좋아?”
“난, 아빠랑 같이 타는 게 좋아.

아빠랑 타는 게 더 재밌어.
 혼자 하는 건 핸들 돌리는 게 너무 힘들어”

 

당연히 직접 운전하는 걸

더 좋아하겠지 생각 했는데

아이는 나와 타는게 더 좋다고 했다

언제까지 녀석이 아빠 옆에 앉아

조잘 조잘 떠들며
함께 고카트를 타는 걸 더 좋아할 진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길었으면 한다.


매번 내 기준이 아닌 아이의 기준으로

아이의 삶을  바라보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아이의 놀이를 보며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아따마

우리 아들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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