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리를 거절한 적은 거의 없다.
좋아하는 이들과의 술 자리는 당연하고,
썩 내키지 않는 술 자리도 거절한 적이 없다.
미국에 와서는 사실 건수가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거절은 없다.
술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하는걸 참 어려워했다.
어쩌다 거절을 해야할때면
핑계부터 머리 속에 맴돌았다.
지난 주, 난 술자리를 거절했다.
좋아하는 성당 형들과의 술자리였지만-
못갈꺼 같다고 말했다.
아이 때문에도 부모님 때문에도 아니고,
한 주간 피로가 누적 되어있었고-
금요일 저녁 마시면 토요일 예정되어 있는
일정에도 차질이 있을거 같아서-
재밌을께 뻔한, 즐거울것이 뻔한
그 술 자리도 거절했다.
스스로 대견했다.
예전이면 피곤이 뭐고!
하면서 달려갔을텐데-
이제는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내 자신이 조금 대견 스러웠고-
그 거절 덕분에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가게에 나와서
일을 하였고, 오전부터는 온전히 딸과의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에는 아빠와 재이와 함께
근교에 단풍 놀이도 다녀왔다.
거절이 참 어려운 나였는데,
이젠 변명과 핑계 없이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대견스럽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변명하지 않고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쥘 르나르(Jules Renard)-
물론 다음날 맛있었냐며, 즐거웠냐며
그날 자리를 참석한 형에게 카톡하며-
침을 줄줄 흘리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