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육의 기록

by 부산물고기


이 글은 아이의 학교 적응기를 나,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 작성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큰 걱정 이였던 것이

바로 '보육'이였다.



어린이집 시스템이 잘되어있는 한국에서는 사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이는 한번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때쓴적도 없고, 운적도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미국에서도 큰 문제 없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스포츠센터의 Kids camp - 2019년 12월]


SE-358a6c65-76e9-4d00-8630-e4b5d8760cd7.jpg?type=w1 완전 아기 아기했네, 우리 아기

처음 갔던 곳은 스포츠시설 내에 있는

아이를 돌봐주는 프로그램이였다.


내가 운동하는 2시간의 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곳인데

왠만한 유치원 보다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돌봐주는 스텝들이 좋아서 - 별 문제 없을꺼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2주간 내내 울었다.


운동을 하다가 방송이 나와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기 일수였다.

운다고 다 방송을 하는건 아닌데,

10분여간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아이를 픽업 해야 했다.


물론 2주간의 적응 기간 후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그곳에서 적응을 해 잘 논다는 느낌 보다는

그저 아빠를 기다리는데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약간의 적응 기간을 거치고

'데이케어'로 가게 되었다.


[ Day care - Kids R Kids - 2020년 1월-2월]


SE-65188f56-dd96-4ac3-b29a-1f1fdd85448d.jpg?type=w1 우리 아이는 영어를 못배웠는데, 내가 아이를 데리러 가면미국 꼬마들이 다들 '아빠!아빠!' 라고 외쳤다

한국에서는 보육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달에 200만원 가까이 드는 데이케어를 보내는게

처음에는 꽤나 낯설었다.


그렇다고 한국보다 수준 높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였다.


한국 나이로 세살 이였던 아이의 반은

선생님 1인당 학생수가 8명 이였다.


아이는 울고 또 울었다. 들어가는 길엔 들어가기 싫다고 울고,

나오는 길에도 울면서 나왔다


CCTV가 설치 되어 있었던 곳이라 종종 CCTV를 보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교실 구석을

맴돌았고, 그런 아이를 위해 심적 안정을 주는 인형을 쥐어서

데이케어에 보냈더니 - 하루종일 그 인형을 한손으로 꼬옥 쥐고

문 앞을 서성였다.



종종 잘노는 날도 있었지만, 점심도 거의 먹지 않고-

낮잠도 거의 자지 않고,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나도 영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덜컥 겁이 나는데-

아이는 하루종일 생김새와 말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이였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미국으로 오는 모든 아이가 겪는 거라며

한 달이나 두달 쯤 지나면 적응 할꺼라 했지만,


CCTV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끄지 못하고

하루종일 맴도는 아이를 보며 눈물을 닦아야 했다

(아이도 울고, 나도 울고, 아내도 울고, 엄마도 울고)



이건 아니다. 내가 아이를 볼 수 있는데 계속 시설에 보내는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달만에 데이케어를 자퇴하고(?)

내가 하루종일 아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 이주일 쯤 후에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을 삼켰다.


[아빠육아-2020년 3월-2021년 4월]


SE-e09bb7ac-759d-4f5d-9419-90e5cf4ac59e.jpg?type=w1 팬데믹 직후 거의 모든 슈퍼에 휴지 코너와 물 코너가 텅텅 비워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 딱 코로나가 미국을 휩쓸었다.

그리고 모든 시설이 셧다운 되었다.


동네의 모든 놀이터는 폐쇄 되었고,

스포츠 시설 또한 전부 폐쇄 되었다.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변 동산 산책 밖에 없었고

집에서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셧다운이 풀리고도 생활을 자유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셧다운 후 문이 열린 수족관, 박물관 등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놀이터는 다 다녔다.

어림잡아도 2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사실 아주 긴 시간이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시 스포츠 센터 Kids camp-2021년 4월-5월]


SE-36c8563a-3e7f-4de3-b905-83fcc33cc200.jpg?type=w1 악동시절. 몇차례 경고 후 이용금지를 당하게 되었다

코로나에 대해 조금 둔감해졌을 때, 다시 스포츠센터에 갔다.

첫 3일 정도는 아이가 힘들어 했지만

이번엔 금새 적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종일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 했던 아이.

집에서 모든 장난감이 본인 것이였던 아이.

다른 아이와는 거의 놀아본 적 없던 아이는

시설에서 다른 아이가 다가오면 밀치거나,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슬쩍 뺏는 행동을 종종 했다.


신체 접촉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미국에서

그런 아이의 작은 행동들은 문제가 되었고,

결국 몇번의 경고후에

더이상 스포츠센터의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Summer camp - Barlina school 2021년 6월-7월]


20210607%EF%BC%BF091836.jpg?type=w1 섬머캠프 첫날 멀뚱 멀뚱

그때부터였다.

아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서적인 발달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 나이때 배워야 하는 것과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법등을

아이도 이제 알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겨울방학이 아주 짧고,

여름 방학이 아주 긴데

그래서 이 기간 여러 시설에서 Summer camp가 진행된다.


한국에서 처럼 2박 3일, 3박 4일간의 캠프가 아니라

방학 기간 내내 학교와 같은 시간대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10614%EF%BC%BF084756.jpg?type=w1 학교 단체복 입고!

나도 그리하여 시에서 운영하는 Summer camp에

아이를 등록 시켰다.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보다 더이상 늦추면 안될꺼란 생각이 더컸던 것 같다.



첫날 뭔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떠나는 아빠의 차를 보며

아이는 울었지만..

둘째날 부터 아이는 울지 않았다.

3세-6세 까지 아이들은 한데 어울려 놀았다.



summer camp 라고 하지만.. 놀이터에서 약 20명의 아이가

다 같이 노는게 전부인 듯 보였다.

3세 였던 아이는 여러 형, 누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곳에서의 시간에 적응하는 것 같았다.

매번 안가겠다고 했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아이는 summer camp는 조금 재밌어 했다.


20210616%EF%BC%BF085659.jpg?type=w1 마, 이게 한국의 워터파크 래쉬가드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이다.

summer camp를 다니고 나서부터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노는 법도 배우고, 학교가 그리 나쁘지 않은 곳이란 것을

깨닫는거 같았다.

돌이켜봐도 아이를 챙겨줬던 꼬마 친구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summer camp 이후 에도 이곳으로

계속해서 아이를 보낼 지 다른 학교로 옮길지..



[Carl wehde early school -2021년 9월-12월]



Summer camp가 끝나고 한달여 시간 아내와 나는 고민했다.

지금 적응을 잘한 시에서 운영하는 작은 학교에 계속 보낼지

아니면 집 근처에 있는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낼지.

시간은 비슷하였다. 오전 9시부터 11시.

비용은 둘다 한달에 약 250불.


그리고 주변에서는 이제 어느정도 적응을 했으니,

일반 사립 데이케어에 하루종일 맡겨서 아이의 미국 생활

적응력을 높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20211029%EF%BC%BF092656.jpg?type=w1 해피 할로윈!

그럼에도 우리가 공립 학교를 택한 이유는,

공립 학교는 특수 교육까지 가능한 학교였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거나, 언어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 케어가 가능했기에-

영어가 아예 안되는 아이의 발달과 적응에 적합해 보였다.


주변에서는 아이는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영어를 못하는 것 뿐인데

왜 특수교육 기능이 있는 학교에 보내냐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아내와 나는 그럼에도 해당 학교를 선택했다.


이때는 아이가 울지 않았다.

어련히- 또 어딘가 가는가보다 생각해서 그런지,

아이는 덤덤하게 교실로 향했다.

시간이 아주 짧았지만,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20211104%EF%BC%BF085158.jpg?type=w1 아이는 학교보다 등하교시간에 픽업을 위해 온 다른 아이들 부모들 차를 보는 걸 좋아했고, 특히 그 중에서 미니밴들의 문이 옆으로 열리고 닫히는걸 보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약 한달 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아이가 수업 시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와서

수업에 한번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였다.


몇번의 적응 실패를 겪었던 지라 마음이 좋지

그리하여 아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영어를 써야하는 상황이 올때마다

외면 했다. 아이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는

고개를 뒤로 돌렸고, 혼자서 그대로 교실 바닥에 눕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아빠와 조잘 거리는 아이는

학교에서 다들 영어만 쓰니, 일단 외면을 한다.

그리고 두시간만 있으면 아빠가 오니 그저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였다.

20211028%EF%BC%BF085122.jpg?type=w1 주상즌하 납시오!

학교 방문 후 아이와 학교에서의 일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고, 학교에서 한 공부나 놀이를 집에서도

함께 하려 아내와 나는 부단히 노력 하였다.


본인도 조금은 답답 했는지, 이 시기에

아이는 알파벳을 다 알게 되었다.

또한 아빠는 잘해주지 않았던 물감 놀이나 미술 놀이를 하며

하나 하나 재미를 찾아갔다.


문제도 있었지만 분명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

아이의 수업에 하루를 참가하고 난 또 결심하게 되었다.


'이제 시간을 늘려줄 때가 되었다'



[Gordard School - 2013년 1월]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었고 나는 데이케어에

아이를 다시 등록했다.


9시 부터 3시까지 아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1월 3일 처음 등교를 하고 아이는 오늘 3일째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Tadpoles%EF%BC%BFParent%EF%BC%BF20220103%EF%BC%BF144603711.jpg?type=w1 첫째날, 퍼즐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우리 아들

학교는 어땠냐는 말에 이제는 재밌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 너무 싫다고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조금씩 적응 해가는 아이를 보니,

대견 스럽기도 하고 아이가 처음 겪었던 수많은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미안하기도 하다.


지금도 한시간에 한번씩 올라오는 아이의 활동 사진을 보며

아무튼 이 아이가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보육 기록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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