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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17. 2020

7성급 호텔 두고 필리핀 마닐라 호텔 택하는 이유

스토리보다 중요한 '브랜드 스토리'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0년 출간된 도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두바이의 7성급 호텔과 마닐라 호텔을 비교하며 시작된다. 약 백년전 세워진 마닐라 호텔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비롯해 비틀즈, 존 웨인, 로버트 케네디 등 수많은 명사들이 묶었던 곳이다.


전쟁으로 인한 손상과 세월의 흔적으로 건물은 낡았지만 정성어린 서비스와 그만의 역사가 있어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상품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 상품 자체만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 상품이 소속된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에 더 가깝다. 각 브랜드는 타사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대표적인 전략이 브랜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달라져야 산다는 말은 즉 스토리가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브랜드 분야 최고 권이자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세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DBR 286호에 실린 데이비드 아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1. '꼭 사야 할 것'으로 인식될 하위 카테고리 제품을 구축하고 관리해라


아커 교수는 더이상 기존 카테고리 내에서 '내 브랜드가 당신보다 낫다'는 식의 마케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라이크 투 해브(Like to Have)가 아닌 '머스트 해브(Must Have)'를 목표로 자사 브랜드를 하위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린 맥주(좌), 아사히 맥주(우) / 출처 기린유튜브공식계정캡쳐, 위키피디아


소비자에게 과거 상품들이 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의미 있는 브랜드 관계를 형성할 때 그 상품은 '머스트 해브'가 된다. 시장점유율이 유의미하게 바뀌는 순간은 대규모 혁신을 통해 '머스트 해브'가 통했을 때 뿐이다. 과거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일본 내 라거 맥주의 제왕이었던 기린(Kirin)은 약 25년간 60%의 시장점유율을 누렸다. 하지만 1986년 아사히가 '아사히 슈퍼 드라이'를 도입했고 뒤이어 드라이 맥주를 내놨지만 기존 라거 맥주로 쌓은 명성 때문에 아사히에 대항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기린 맥주의 점유율은 크게 줄었다.


이 사례는 하위 카테고리를 개발한 원조로 자리매김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떤 업종의 카테고리를 보더라도 거의 예외 없이 '머스트 해브'가 적용될 때만 브랜드가 실질적인 성장을 이룬다.


하위 카테고리를 구축한 후 경쟁자들이 브랜드의 연관성(relevance)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예방하는 장벽을 만든다면 기업이 가진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지킬 수 있다.



2.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의 니즈, 스위트 스팟을 찾아내라


세포라 공식홈페이지 캡쳐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알아내 브랜드와 공동 관심을 찾아서 연결시켜야 한다. 고객에게 와닿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세포라는 세포라 회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뷰티 인사이더(Beauty Insider)'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진짜 스위트 스폿을 찾는다.


브랜드는 고객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월마트가 새롭게 내놓은 픽업 서비스 / 출처 월마트 공식홈페이지


아커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일본의 라쿠텐 같은 거대한 온라인 쇼핑몰이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을 바꿔놓았다.


온라인 채널의 규모가 커진 지금,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월마트의 '픽업 서비스'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픽업 서비스'를 내놓았다. 주문한 다음 배달되기까지 물건을 기다려야 하는 아마존의 단점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후 배달을 기다릴 필요 없이 매장에서 바로 물건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매달 면도날을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로 아마존을 이긴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도 좋은 사례다.


월마트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이제는 물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식료품 부문의 픽업 서비스는 아마존이 따라가지 못하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이다.


아커 교수는 이마트도 월마트와 같이 기존 영업점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배달하는 것뿐 아니라 매장에서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라'고 말하고 바로 물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3. '브랜드 스토리'에서 승부수 띄워야


더 이상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세히 묘사하는 방식은 고객에게 기억되지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브랜드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흔히 기업에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 달라고 요청하면 브랜드가 줄 수 있는 편익을 나열하지만, 시그너처 스토리는 그런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누가 울고 웃었는지를 얘기해주는 것이다.


더 마닐라 호텔(The Manila Hotel) / 출처 호텔 공식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앞서 언급한 더 마닐라 호텔(The Manila Hotel)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호텔이다.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 군사 고문 시절 이 호텔의 펜트하우스에 6년간 머무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고’ ,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곧 다른 경쟁자에 의해 역전되지만 마닐라 호텔이 가진 역사와 스토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호텔이 가진 스토리를 오랫동안 기억한다. 마닐라 호텔이 가진 스토리는 ‘7성급 호텔’라는 두바이 호텔의 스펙보다 고객들에게 어필된다.


노스트롬백화점(Nordstrom department store) / 출처 flickr


미국 노스트롬백화점의 '타이어 환불 스토리'는 1970년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한 남자가 노스트롬백화점에서 팔지도 않는 타이어를 가져다가 영수증도 없이 환불해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그 자리에서 바로 환불해줬다는 내용이다.


이 스토리의 핵심은 고객이 사지도 않은 타이어를 환불해 백화점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는 게 아니다.


노스트롬백화점은 일개 직원이 고객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환불해줄 수 있을 정도의 재량권을 갖고 서비스한다는 게 핵심이다. 무려 35년이 넘은 이야기인데다 광고 한번 한 적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이런 게 바로 뇌리에 남는 스토리의 마법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6호

필자 동아일보 배미정 기자


인터비즈 이다희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 기사에 언급된 브랜드로부터 어떤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았음을 알립니다. 브랜드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아커 교수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시를 들었을 뿐입니다. 일본 맥주의 구매를 조장하려는 의도 역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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