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Jul 19. 2020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의 모든 장식이 콘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본 사회적 기업의 성공

착한 마음을 갖고 시작한 사회적 기업들 혹은 소셜 벤처들은 왜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편의점에 가서 ‘착한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있다 할지라도 품질이 좋지 않다거나 마케팅이 잘 안되었거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들은 너무도 좋은 의도를 갖고 있기에 세상이 알아줄 것이고 따라서 사업도 알아서 될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가 코카콜라를 마실 때 우리는 코카콜라가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아주 나쁜 짓 한것만 아니라면 제품 자체가 좋아서 마실 것이다. 악덕기업만 아니라면 제품 자체가 우수하면 그걸로 승부를 볼만 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나마 쉬울지 모르지만 좋은 일 하려고 하는 기업이 꼭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더 힘들 수 있다. 그래서인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본 사회적 기업들이 인상적이다.


출처 Cabbages& Condoms 레스토랑 공식 홈페이지


먼저 태국의 경우 방콕에 위치한 특이한 레스토랑의 내력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이 의외로 많지는 않은것 같다. 그냥 특이하고 재미있는 레스토랑 정도로 알고 있다.


방콕 스카이트레인 BTS를 타고 ‘아속(Asok)’역에서 내리면 ‘타임스퀘어’ 빌딩이 있다. 그곳에서 이정표를 따라 ‘소이(Soi) 12번’을 찾아 걸어가다보면 오른쪽에 ‘양배추와 콘돔’ 레스토랑이 나온다. ‘소이’는 골목길이다. 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보면 모든 게 다 콘돔으로 장식되어 있고 심지어 전등조차도 콘돔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름 독특한 마케팅이라고 볼 만한데 음식도 맛있고 단순히 특이한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서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사실 이 레스토랑은 ‘PDA(Population and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 즉 ‘인구 및 지역사회 개발 연합회’라는 태국의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PDA는 철저히 영리와 비영리 업무를 영리는 철저한 영리추구를 지향한다. 즉 우리는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것에 의존하기 보다는 레스토랑 본연의 기능에 치중하여 승부를 본다.


PDA는 또한 리조트도 갖고 있어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렇게 영리활동을 번 돈중 특정 퍼센트는 반드시 비영리활동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무상학교를 지어 운영하기도 하고 그외 직산지 농부들의 제품을 팔아주기도 하고 HIV에 걸린 이들이 만든 제품을 판매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직원이 6백여명, 그리고 2만명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해왔고 50개국에서 온 수천명을 교육시킨 사회적 기업계에서는 나름 알려진 곳이다. 특히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개발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출처 동아사이언스(빌&멜린다), 나무위키(로고)


2007년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가족 계획(콘돔 피임을 통해 가난한 가정에서 원치 않는 아이를 갖지 않도록 예방), HIV/AIDS예방 부문에서 40년 넘게 활동해온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미화 백만달러를 상금으로 받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이 단체가 단순히 NGO에 그쳤다면 여기에 굳이 소개하지 않았겠지만 PDA에 대한 특이점은 상기한 바와 같이 좋은 취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은 사업답게 하여 지속가능한 기업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일반 기업들처럼 영리를 추구하고 경쟁해나가 생존해야한다는 것을 실제 직접 보여줬다는 점을 잘 봐둘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고 그 계기가 있었다.


이 단체의 회장 메차이는 원래 성공한 정치인이었으나 사람들을 늘 돕고 싶어했다. 마침 그가 단체를 세운지 얼마 안되었을 70년대 무렵, 태국 전역에 에이즈가 무섭게 퍼져나갔다. 당시 태국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나 손님들이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에이즈 감염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배우자들에게도 옮기는 것도 큰 문제였다. 또한 빈곤한 이들이 산아제한을 하지 못해 자식은 자식대로 계속 나오고 수입은 한정되어 빈곤이 악화되가는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환으로 PDA는 성매매를 하는 직업 여성들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들에게도 무료로 콘돔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콘돔이라고도 불리는 메차이 비라바이디야 (Mechai Viravaidya) / 출처 TED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메차이 회장은 아무리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결국 돈이 없으면 못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일찍 깨달았다. 해외로부터 오는 원조나 기부금 등으로는 일관되게 사람들 돕는 일을 해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바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영리활동을 한 후 거기서 남는 돈으로 사람들 돕는 일에 직접 돈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이 ‘캐비지 앤 콘돔 레스토랑’인 것이다. 메차이 회장은 일반 레스토랑과 다른 차별화된 레스토랑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네킹들은 콘돔 옷을 입고 있고, 벽에 달린 조명에도 콘돔이 장식처럼 걸려 있었다. 레스토랑 입구에 위치한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콘돔 열쇠고리, 콘돔 티셔츠, 콘돔 꽃장식, 콘돔 카펫 등을 판다. 기업적 차별화와 프리미엄 레스토랑이라는 포지셔닝, 그리고 음식 맛으로 제대로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다.


태국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인 톰양쿵부터 각종 해산물 요리와 서양식 요리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선택할 수 있으며 서비스도 훌륭하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에 ‘양배추’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메차이 회장은 이곳에서 지방의 가난한 농부들이 가져온 양배추와 각종 채소들을 대신 판매해주고 수익금을 농부들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레스토랑 이름에 ‘양배추’가 들어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 레스토랑에서는 각 지역 농부들로부터 직접 구입한 재료를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회적 기업 ‘아루나(Aruna)’는 영세어부들이 160만명에서 80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와 이를 해결하고 싶은 대학생 세 명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며 시작되었다.


2016년경 대학생 세 명은 중개상인들은 돈을 많이 버는데 반해 정작 어부들은 파산하고 어업을 포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들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테크놀로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고 싶었고 그래서 무턱대로 셋이 모여 창업을 한 것이다.


이슬람국가는 아니지만 이슬람교도가 많이 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닭고기, 소고기와 함께 해산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영세어부들의 생존과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중개상인들의 횡포를 막고자 하였다.


젊은 아루나 공동창업자들 및 멘토. 맨 우측이 대표 파리드(Farid)


그래서 이들은 ‘아루나(Aruna)’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아루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어부들이 생선가공공장들과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부들로서는 중개상들을 거치지 않으니 좋았고 생선가공공장들도 직거래를 하다보니 이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해산물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루나는 영세어부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의미있는 사회적 기업을 일궈나가는 덕분에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전 임기동안 대통령 관저로 초청받기도 하였다.



중개상인들을 단순히 제거하려고만 했다면 갈등이 커졌겠지만 중개상인들에게도 역할을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영세어부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만들었고 이 조합내에서 중개상들도 흡수하여 함께 일하게 만든 것이다.


중개상들은 전자기기를 잘 다루고 영민하기 때문에 아루나가 만든 디지털 플랫폼 앱을 빠르게 이해했고 이를 조합내 영세상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내는 게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앱을 사용하고 있는 어부들 / 출처 아루나 공식 홈페이지


아루나에게 초기 어려웠던 점은 영세어부들에게 앱 사용법과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이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조합을 만든 후 세미나 및 끊임없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게 되었다.


또한 자선단체가 아닌 엄연히 사회적 ‘기업’이기에 영리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이에 따라 수익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하여 아루나는 해산물에 특화된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낸 것이고 영세어부들과 해산물가공공장 혹은 소비자와의 직거래에 건당 수수료를 통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다. 흑자에 흑자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에 대해 영국의 BBC가 와서 촬영하고 인터뷰하기도 하였다.


한국 스타트업 조이드론 조형규 대표(왼쪽)와 아루나의 파리드 대표(오른쪽)


초창기 자금 조달은 각종 스타트업 콘테스트를 휩쓸어 상금으로 충당하기도 했고 사업이 성장해나가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성공하게 된 것도 특이점중 하나이다. 아루나는 특히 올해 ‘알리페이’에서 행한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거두기도 하였다.


작년부터는 한국 스타트업 ‘블루블랩(BlueBlab)’과는 신선한 해산물을 콜드체인으로 가능토록 하는 부문에서, 그리고 ‘조이드론’과는 드론을 이용하여 잠재 어군 등을 찾는 부문에서 협업중이다.



아루나의 경우, 영세상인들을 보고 단순 모금 정도로 하여 도와주는 활동에 머물렀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영세어부들을 살려내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좋은 취지를 갖고 있어도 영리활동 통해 제대로 된 수익모델 및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기술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태국의 PDA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아루나도 모두 좋은 의도와 사업은 어디까지나 철저히 사업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기에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유지해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일 한다는 것에 너무 도취되어 모두가 다 알아주고 사업도 잘 될 거라고 착각하고 여기저기서 상 받으면서 정작 사업보다는 좋은 취지를 가진 기업가 정도로만 인식된다면 거기서 멈출 것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성공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경영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성자 / 백세현 (주)피그말리온 글로벌 대표
davidbaek@pygmalionglobal.com


인터비즈 임현석 신유진 정리
inter-biz@naver.com


*출처 미표기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매주 한 건씩 수요일 오전에 발송하는 인터비즈 뉴스레터는 그주의 핵심 트렌드 키워드와 테마를 가지고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를 분석합니다. 매주 인터비즈의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인터비즈 뉴스레터 신청하기

작가의 이전글 '비건 라이프' 주목, 해산물·자동차도 비건 바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