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신생아(?)'의 생존법
시장은 공평(?)하게도 누구에게나 야속하다. 지금 잘나가는 그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길게 보면 시장(市場)이란 분에게 편애란 없다.
위 표현은 달리 말하면, 시장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뜻입니다. 노력한 만큼 응답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위기이자 기회라는 진부한 표현,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27년 간 샤워기, 욕실 하나만을 바라보며 특판영업(B2B)에 집중한 세비앙이, 이제 B2C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자 합니다. 바뀌고자 하고, 바뀌어야 합니다. 내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도 새롭게 정의해야죠. 이제 영업, 유통만큼 홍보, 마케팅도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스케일업팀은 O2O(Online to Offline / Offline to Online)마케팅 기획사 THE BOLT IDEA의 김보라 대표를 모시고 세비앙을 방문했습니다.
김 대표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TBWA'를 거쳐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서 4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기획/운영한 'IMC 캠페인' 전문가입니다. 국내 최초로 클리오스포츠 광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맥머도 바이럴 캠페인'을 비롯해 다양한 IMC 캠페인을 기획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세비앙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B2B와 B2C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체질개선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욕실만큼은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어필해야 하는 대상이 달라졌다.
이제 세비앙은 오피스텔, 아파트 건설사가 아니라 수많은 일반 고객과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세비앙의 철학을 이해시켜야 하고, 제품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HOW?
일반인에게 세비앙은 생소하다. “어제 잘 들어가셨죠?”라며 넉살스러운 인사말로 다가설 수 없는 일반인이다. 래미안, 자이 입주민들이 우리집 욕실에 설치된 샤워기가 세비앙 제품인 줄은 알고나 있을까? 기자도 집에서 사용하는 샤워기 브랜드를 모른다. 세비앙의 현 위치다.
세비앙에게 온라인 판매는 신생 기업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 중이고, 상세 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세비앙을 알리고자 시작한 홍보/마케팅 진행 기간은 이제 채 1개월 정도 지났다. 고민이 깊다.
회사 마케팅 팀의 생각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자체 온라인몰과 함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으로 온라인 채널을 확대한다. 둘째, 일반 소비자에게 세비앙과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 디자인을 강화한다. 셋째, 온라인 광고 및 홍보, 마케팅 강화다.
실제로 홈페이지 디자인 변경 및 제품 상세페이지 강화, 온라인 채널 확대, 키워드 및 바이럴 광고, 홈페이지 유입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데이터를 쌓는 중이다. 이렇다 할 데이터가 없다. 국내 주요 포털에서 어떤 키워드로 자사몰을 방문하는지, 방문자 비율, 머무는 시간, 제품 판매 연결 비율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온라인 홍보/마케팅에 필요한 비용도 조금씩 늘려나가는 중이고, 기존 협력사인 B2B 건설사와 연계할 수 있는 홍보 기획 방안도 진행 중이다. 일례로 신규 입점 온라인몰과 월별 프로모션, 카카오채널 추가시 쿠폰 지급 등 고객과 소통하고자 노력 중이다.
계획도 세웠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 라인업은 계속 확대할 예정이고, 유튜브 등 동영상을 활용한 광고도 계획 중이다. 자체 광고 및 협력사 콜라보레이션 기획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기존 영업, 마케팅팀과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세비앙의 설명을 듣던 김보라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 전까지 세비앙에 대해서 조사했다. 의외였다. B2B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미 B2C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며, “홈페이지 개편, 자체몰 운영, 소셜 채널, 콘텐츠 기획 등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세비앙은 27년이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갖춘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외부 전문가로 이렇게 컨설팅, 조언하는 자리는 쉽지 않다. 특히, 내부 담당 실무팀과 대표, 임원을 함께 만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미묘하다. 실무팀은 계획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데,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가 있다. A 기업이 신중하게 고민해 유명 모델과 계약해 TV 광고를 진행했다. 그런데, B 기업 대표가 A 기업 대표에게 그 모델 왜 썼냐고 묻는다. 그럼 A 기업 대표가 실무팀에게 말한다. 모델 채용 왜 했는지, 분석 자료 좀 가져오라고(웃음).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엉뚱하게 오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인사(?)를 대신해 길게 말한 김 대표의 의중은 이러했다. 이미 세비앙은 B2C 전환을 선택한 이후, 내부 실무팀을 꾸리고 3개월 전 담당자를 채용했다. 실무 담당자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그리고, 틀리지 않았다. 기본적인 것을 갖추고 있으며, 단계별로 계획에 맞춰 실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부분을 확인한 뒤, 말을 이어갔다.
“세비앙은 온라인 마케팅팀이 일주일에 2번 대표님과 미팅을 진행하고, 매주 오프라인 마케팅팀과도 회의한다. 의사 결정 및 전달 과정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나름의 철학을 지켜온, 27년의 스토리를 지닌 기업에서 하나의 의견으로 추진하는 과정을 프로세스로 밟고 있다. 이는 마케팅/브랜딩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은 하나의 비전으로 움직인다. 세비앙도 마찬가지다. 특히, 창업자가 계속 존속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대표의 생각과 비전을 회사 전체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홍보, 마케팅도 똑같다. 제품, 브랜드를 기획하는 담당자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한다. 즉, 담당자의 생각과 비전은 영업, 유통 등 회사 전체와 목적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이제 출시한다고 가정하자. 상품 기획팀에서 유통팀에게 제품 납품을 의뢰했는데, 영업팀에서 이 제품은 B2B 특판 영업으로 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소비자에게 오늘 내 배송을 약속한 제품이 늦어지고, 반복될 경우 전체 신뢰도는 하락한다.
어떤 일이든 회사 전체가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김 대표는 “회사를 알리고, 제품을 알리는 홍보, 마케팅은 어느 1명에게 담당되어진 일이 아니다. 회사 모두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B2B에 치중했던 기업의 경우, 세일즈와 브랜드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비앙이라는 회사를 알리려는 것인지, 샤워 캐디라는 제품을 판매하려고 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세일즈와 브랜딩은 구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부 회사 전체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29년 간 사업한 창호 전문 기업 윈체는 지난 2017년 배우 김혜수씨를 모델로 섭외해 TV 광고를 진행했다. 윈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PVC창호 업체들은 자재생산업체와 조립가공업체가 다르기에 품질확보와 자제납기 등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윈체는 창호재사업 구조를 수직계열화 하여 이 같은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입니다’란 설명을 배우 김혜수를 통해 알렸다.
영업, 홍보, 마케팅, 브랜딩 등에 대한 비용을 김혜수라는 모델 계약을 통해 상쇄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베란다 창문 새시(sash)는 윈체로 교체하라는 설득 메시지를 모델 김혜수로 삼았다. 새시 교체를 원하는 고객의 연령대(40~50대)를 파악하고, 어떤 매체를 가장 즐겨 보는지 분석한 뒤에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을 섭외한 사례다.
올해 초 노스페이스는 소지섭, 신민아를 모델로 섭외, 2020SS 상품을 소개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연예인이 입는다고 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산다. 고객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노스페이스는 소지섭, 신민아와 촬영한 영상을 TV에 광고하지 않았다. 유튜브, IPTV 등을 통해 진행했다. 주 고객이 사용하는 기기를 공략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 영상을 스마트폰에서 봤는지,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봤는지 모른다. 적은 비용으로 TV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도록 기획한 셈이다.
콘텐츠(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를 통해 알리고자 고민했다면, 제작과 매체를 나눠 생각해야 한다. TV가 주 매체였던 과거에는 그냥 많이 볼 수 있게 틀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N-스크린 시대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PC 모니터 등 수많은 기기와 다양한 매체에서 콘텐츠를 접한다.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기기, 매체를 통해 알릴 수 있다. 그만큼 확실한 콘텐츠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제작 비용과 매체 비용에서 고민한다면, 제작 비용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명한 시몬스 침대 영상이다.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은 시몬스가 ‘Manners Maketh Comfort(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공공장소 새치기, 쩍벌남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 행동을 유쾌하게 꼬집는 영상으로 담았다. 침대 광고에 침대는 등장시키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편안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를 열고 150주년 기념 로고 들어간 굿즈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안전모, 작업복 느낌의 점프수트와 목장갑, 각종 공구와 소화기, 노트·연필 같은 문구류 등을 팔았다.
‘침대 없는 침대 매장’이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사진 명소’라는 입소문이 났다. 개점 두 달 만에 방문객 1만 명을 넘겼다. 6월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2호점’을 열기도 했다.
현재 시몬스 고객에 대한 분석이다. 위 영상과 팝업스토어는 10대, 20대를 타겟으로 제작했다. 이들에게 500만원짜리 침대를 소개하면,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었을까?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고객에게 알릴 것인지 분석한 사례다.
이를 고민해야 한다. 세비앙은 무엇을 알릴 것이고, 어떤 타겟의 고객에게 알릴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자사 온라인몰에 유입되는 고객만 분석해도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20대 여성, 인천시 서구에 사는 40대 남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을 찾아야 한다.
세비앙이 납품한 샤워기. 대한민국 국민의 90%는 모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샤워 캐디’라는 B2C 제품을 선보였다. 샤워 캐디. 김 대표가 “캐디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라고 물었다.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골프였다. 김 대표가 이어서 물었다. “샤워와 골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사실, 샤워 캐디는 미국에서 해당 제품군을 통칭하는 단어다.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단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모른다. 샤워 캐디가 무엇인지. 샤워기 브랜드 조차 모르는 상황 아닌가.
김 대표는 “세비앙을 알릴 것인지, 샤워 캐디를 알릴 것인지, 그리고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중요한 이유다. 세비앙 샤워 캐디는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제품이다. 굳이 골프라는, 중후한 느낌의 캐디를 사용했어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부터 시작한다. 타겟을 1인 가구, 젊은 층으로 잡았다면, 그들에게 쉽고 편안한 브랜드를 어필해야 한다. 만약 연령대를 낮췄다면, 낮은 연령대 고객을 계속 세분화 해야 한다. 혼자 사는 여성인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여성인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인지 등으로. 이후에 브랜드부터, 유통방법, 판매 채널 등을 결정해야 한다.
27년. 세비앙이 겪은 시간이다. 류인식 대표가 이끌어 온 시간이고, 디자인 경영이라는 철학을 내세운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세비앙은 샤워기, 샤워기 세트를 하나 개발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들인다고 답한다.
5년 전, 샤워기 세트에 기획한 안전 손잡이를,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고 있단다. 이건 그 누구도, 그 어떤 경쟁사도 따라할 수 없는 세비앙만의 무기다.
김 대표는 “시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따라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브랜드에서 어려운 것이 시간이다. 유구한 세월은 쉽게 표현할 수 없다. 때문에 많은 비용으로 시간을 산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세비앙에게는 시간이 있다”라며, “27년간 쌓아온 경험을 스토리로 알려줄 수 있다. 세비앙만의 해리티지(Heritage)다. 이를 알려보면 어떨까”라고 했다.
LG전자가 스타일러를 개발할 때는 3년 뒤 시장을 예상했다. 당장 시장에서 통용될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지만, 결국 3년 뒤 시장에 안착했다. 간혹 제품과 브랜드에게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세비앙은 이를 갖췄다. 지난 세월동안 흔들리지 않았고, 비록 B2C가 아닌 B2B 영역에 우선해왔지만, 공통된 스토리가 있다.
세비앙이 당장 지금 우리 경쟁자는 누구인지를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년 후에 누가 우리의 경쟁자일지, 고객은 우리의 제품을 다른 무엇과 비교할지, 현재 우리의 철학이 5년 뒤에도 통용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 어쩌면 그것이 세비앙의 미래를 책임질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욕실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조하는 게임체인저, 세비앙에게 독자 여러분들의 가치 있는 조언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필자 = IT동아 권명관 (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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