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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Sep 14. 2020

5명의 CEO 사례로 보는 신뢰의 리더십

나는 신뢰받는 리더일까?


신뢰를 저버린 리더는 곧 쫓겨난다. 잘못된 경영진을 해고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옳은 조치여서만은 아니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기도 하다. 리더를 향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는 조직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신뢰를 얻고 또 잃을까. 필자는 정당성, 역량, 동기, 수단, 영향 이 다섯 가지 평가 기준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잘 이해하는 리더는 더 많은 신뢰를 쌓고,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이 기준에 무관심한 리더는 엉겁결에 자신의 신뢰를 훼손하기 쉽다. 리더가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신뢰의 리더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HBR 2019.11-12월호에 실린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1) 정당성

 

창업자가 아닌 사람이 조직의 꼭대기에 오르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이사회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이사회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과 고객도 이사회의 리더 선출 프로세스를 존중하기 때문에, 결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다수 기업의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자리에 오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이던 캐서린 그레이엄은 남편이 사망하면서 회사의 최대 지분을 물려받았다. 남편은 신문의 소유주였던 장인의 결정으로 리더 자리에 임명됐었다. 가족 사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그레이엄은 경영 일선에 나서기로 결심, 1963년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저널리즘 경험이 부족하고 사업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언론계와 재계는 여성을 기업의 수장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편을 믿고 따랐던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는데, 많은 직원들이 그레이엄을 '무식한 침입자' 취급했다. 그레이엄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업무 학습량과 자격지심이라는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2) 역량


이해관계자들은 '일 잘하는 리더'를 원한다.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오래 보전할 수 없다. 역량은 리더가 정당성을 점진적으로 획득하는 주요 경로가 된다. 그레이엄도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쳤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펜타곤 문서와 워터게이트 조사로 시끌했던 몇 년 사이 워싱턴포스트를 전국 유력지로 성장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레이엄이었다. 


워싱턴 포스트가 언론으로서 성공한 덕분에, 그레이엄의 취임과 사임 사이 회사 수익은 8400만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레이엄은 여성 최초 포천 500대 기업의 리더가 되기도 했다.


(좌) <워싱턴포스트> 전 회장 캐서린 그레이엄, (우) <제너럴 모터스> CEO 메리 바라ㅣ 출처 AFP, GM 홈페이지

한편,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는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 결국 CEO가 됐다. GM에서 30년 동안 CEO의 비서, 글로벌제조공학 담당 부사장, 조립공장 책임자, 경쟁적운용공학 담당 전무, 인사부장, 최고제품책임자 자리를 두루 거치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덕분에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었다. 바라는 각 자리에서 영향력 있는 기여를 했다.

 

바라는 공식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거치기 전에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반면, 그레이엄은 보다 파격적인 과정을 거쳐 리더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냈다. 이는 신뢰를 얻는 데 정당한 절차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당한 절차가 없어도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3) 동기


리더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동시에 기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종종 타협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이해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더가 자신들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투자자 같은 특정 이해관계자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거나 회사 혹은 리더 개인의 입장만을 우선시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ㅣ출처 세일즈포스 페이스북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겸 CEO인 마크 베니오프는 1999년 세일즈포스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동기를 명확히 밝혔다. 주주들의 요구를 뛰어넘는 어젠다를 보여주고 수익 창출 이외의 목표를 포함시켰다. 베니오프는 회사 수익의 1%, 직원 업무시간의 1%, 자사 제품 가치의 1%를 해마다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맹세했다. 


베니오프는 직원 보상 정책을 정기적으로 검토해, 성별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자동 및 반자동 총기를 판매하는 고객사가 세일즈포스 기술 이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의 수익보다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베니오프의 신념을 보여주는 조치였다.


지금까지 이런 조치들로 회사가 본 피해는 없다. 오히려 세일즈포스는 세계 최대의 고객관계관리 기업이 됐다. 베니오프의 경영방식에 모두가 동의하진 않을 것이지만 그의 입장이 무엇이고,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혼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동기를 투명하게 밝히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베니오프는 직원, 고객, 주주, 이사회의 신임을 얻었다.



4) 수단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 결정하고, 회사의 행동방침에 기반이 되는 규칙을 설정할 책임이 있다. 이런 규칙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이해관계자들은 리더를 신뢰하고 리더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렌트 더 런웨이> CEO 제니퍼 하이먼

2009년 설립된 미국의 패션 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를 설립한 제니퍼 하이먼의 인사관리철학 역시 공정성을 매우 중시한다. 2018년 하이먼은 파트타임 직원들에 대한 불공평한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사내 정규직 직원은 원격근무, 병가, 가족휴가, 혜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반면 파트타임 직원들은 출산, 경조사, 가족 병간호 등 개인적인 일이 닥쳤을 때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정규직 직원들이 누리는 휴가와 안식의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목적은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었지만 생산성 향상, 직원 교육비용 절감 등의 부수효과도 기대했다. 그 결과 현재 렌트 더 런웨이에서 일하는 유자녀 여성 직원의 이탈률은 0%다.


 

5) 영향


리더도 조직과 마찬가지로 의도와 상관없이 본인이 초래한 영향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청산가리에 오염된 캡슐형 타이레놀을 복용한 일곱 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존슨앤드존슨은 위기를 맞았다. 


청산가리가 존슨앤드존슨이 소유한 시설에서 투입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는 손쉽게 책임을 피해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CEO였던 제임스 버크는 즉각적 대응에 나섰다. 시중에 진열된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하고 즉각 광고를 중단했다. 


또 리콜을 실시한 첫 일주일 동안 800만 개의 타이레놀 캡슐을 테스트했다. 소유하고 있던 타이레놀 병을 버린 고객에겐 보상 쿠폰을 제공하고 새로운 3중 오염방지 밀봉법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기까지 했다.


<존슨앤드존슨> 전 CEO 제임스 버크ㅣ출처 CNBC


타이레놀은 존슨앤드존슨 순이익의 17%를 책임지는 제품이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브랜드가 재기할 수 없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두 달 후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책임감 있는 조치를 보여준 덕분에 버크는 포천이 선정한 위대한 CEO 10인에 오르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이 보여주듯, 리더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거나 되찾거나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CEO를 비롯한 리더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다섯 가지 기준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소유권을 지니고 있고, 회사를 위해 일하고,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9년 11-12월 호

필자 샌드라J. 서처, 샬린 굽타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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