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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Nov 09. 2020

옆 동네에도 자자하다는 '토스부심'

[인터뷰] 이형석 비바리퍼블리카 리더


토·스·부·심


요 몇 년 업계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네 단어다. 자부심(自負心)과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합쳐 놓은 말로 그 기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한 유명 스타트업의 홍보 담당자는 "우리도 한가락 하는데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앞에서는 부심 자랑하는 거 아니더라"라고 치를 떨었다(?). 좋게 말하면 애사심이요 나쁘게 보면 허세. 그 실체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토스는 짧은 기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현재 180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는 추후 있을 사업 확장에 든든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매출 규모도 지난해 1187억 원으로 뛰어오른 것과 동시에 사상 첫 흑자(월간 기준)까지 나타냈다. 이제는 모바일 증권과 인터넷은행 등 신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자연스레 커진 외형만큼 내실을 다질 인재 수급에도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토스를 '금융, 정보기술(IT) 업계의 인재 블랙홀, 또는 용광로'라 칭하는 내부 나르시시즘도 생겨나는 듯한데…. 옆 동네 업계에서도 자자하다는 토스부심의 정체를 까보기 위해 이형석 비바리퍼블리카 리더(Head of Technology)에게 서면으로 몇 가지를 물어봤다. 부심 뿜뿜일 줄 알았던 답변은 의외로 겸손하고 친절해 김이 샜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현혹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형석 리더는 네이버에서 검색 크롤러 엔진 개발에 참여, 이후 모바일 메신저 ‘틱톡'을 한때 1000만 사용자의 메신저 앱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2015년 비바리퍼블리카의 초기 멤버로 합류,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인 Head of Technology를 맡았다. 7월, 3년 이하 경력 개발자 모집(20명 정원)에 5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매우 흡족해한다는 전언.






※ 현혹 주의: 이 리더의 말은 '자세히 보아야 부심이 읽힌다(feat 나태주 시인)'.
답변 내용은 2차 가공 없이 원본 그대로 실었습니다. 단 밑줄 치고, 코멘트(▼) 달아놓은 것 제외



Q. 올해 들어온 개발자 중 인상 깊었던 분이 있다면?


지난 7월 ‘2020 토스 넥스트 개발자 채용(3년 차 이하 개발자 채용)’을 통해 선발한 한 분은 이승건(현재 토스 대표)님이 20대 때 이랬을까 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경영학과 재학생이었는데 학교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경영학도로 팀에 도움 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공부했고 유니콘 기업에서 인턴십을 거쳐 취업까지 확정됐지만 토스에 지원했습니다. 그분은 개발 공부를 시작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학습한 내용을 정리해서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는 활동을 지속하기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기자가 궁금해서 찾아낸 이승건 대표의 실제 20대 때 모습, 출처SBS 캡처



기본적으로 토스 팀에서는 화려한 경력이 없거나, 연차가 적더라도 스스로 쌓아올린 실력과 일에의 몰입을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온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과 태도를 갖춘 분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재적인 후보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작동되는 것 같습니다.



7월에 진행한 개발자 채용 포스터. 비바리퍼블리카 측에 따르면 올해 개발자 채용 인원은 총 89명(2020년 10월 기준). 연말까지 모든 개발자 포지션에 대해 상시 채용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토스 임직원(계열사 포함)은 2018년 161명에서 10월 현재 7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Q.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해 토스 엔지니어링은 적어도 ‘이것’,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특출나다”라고 강조해본다면.


타 대형 IT기업들이 IT 서비스 전반에서 쌓아온 경험이나 조직의 규모는 토스 팀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금융에 있어서 만큼은 토스 팀이 가진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토스 팀에는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대형 IT기업에서 같은 회사에서 대규모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훌륭한 개발자들이 늘어나며 토스 팀 전체의 엔지니어링 역량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주니어 시절부터 높은 몰입을 통해 폭발적으로 역량을 키워온 경험을 가지고 있어(▼), 학습의 속도가 빠른 좋은 팀 내의 개발자들과 조화를 이룬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결코 '라떼'라고 말하진 않았다...쵝오!


또한, 폭발적으로 규모가 성장하는 동시에 금융의 맥락에서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과정 속에서, 이를 지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진화해 온 엔지니어링의 현재 모습이 저희가 가진 경쟁력을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토스 팀 개발자들은 기술적 역량뿐 아니라 문제를 푸는 본질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가는 데 익숙해있는 분들입니다.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것만이 개발자의 덕목으로 여기지 않고 기술을 접목시켜 문제를 해결 해내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 대규모 트래픽에 최적화된 확장 구조와 유연성 확보를 위해 K8S(쿠버네티스: 컨테이너 일정 관리부터 컨테이너 간 서비스 검색, 시스템 부하 분산, 롤링 업데이트와 롤백, 고가용성 등을 지원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도구)로 운영 환경을 전환했습니다. 기간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 서비스 구조가 아무리 복잡해져도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에 대한 대응을 서포트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6개월이 걸려 모든 레거시 네트워크를 SDN(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네트워크 내의 뇌에 해당하는 전송부와 손발에 해당하는 전송부를 분리한 것)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 비슷한 프로젝트가 2년가량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혁신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 큰 규모의 변화를 과감하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평상시 두 개의 데이터 센터를 Active-Active 모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데이터 센터 2개에 사용자의 트래픽을 평소에는 50:50으로 나누어 처리하다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트래픽 비율을 0:100으로 조정하여 문제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고, 대규모 인프라 작업 시에도 이런 구조를 활용해 무중단으로 서비스에 영향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엔지니어링 팀 역시, 토스가 비즈니스에서 어떤 과감한 시도를 계획하더라도 이것을 뒷받침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의 시스템이나 일하는 문화는 토스가 추구하는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열망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Q. 토스하면 업계에서 결과(또는 성과)를 매우 중히 여기는 조직으로 소문이 나있더라고요. 만약 그렇다면 누군가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기 마련인데. 한 조직의 리더로서 이런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지가 궁금합니다. 『HR 철학도 좋고, 화합을 도모하는 시스템적, 개인적 대응책도 다 좋습니다.』


토스 팀에서는 단순히 잘 하는 개발자를 모아 좋은 팀을 만든다기 보다 (개발자를 포함해 전 구성원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각자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스 팀 구성원들은 누군가에게 의해 주어지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결정이 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스스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책임 있는 결정과 더 나은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를 만들고 우리가 나를 만들고 #!@%$!


단, 실패나 혹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이런 문화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속에서 더 나은 성취를 위한 도전도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기인합니다. 또한, 실패 뒤에는 항상 배움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시스템적인 보완의 과정을 통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팀 차원에서 함께 합니다.


토스의 최고의사결정권자(DRI)란?

-토스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본인이 맡은 일에서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다.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로 일반 회사에서 실행은 실무자들이 결정은 임원들이 하는 것과 대조적인 형태.

팀원 스스로가 DRI가 되어 일을 하니 제가 처음부터 관여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가정했을 때의 목표보다 더 큰 목표와 결과물을 창출하고 있다.-라고 토스 측이 자랑했습...by 김 기자


Q. 전체 조직 운영의 큰 그림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는 각각의 시기마다 몰두하는 이슈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개발 방식이나 인력 수급 등 비바리퍼블리카의 개발 파트에 관한 모든 문제를 통틀어 리더님이 요즘 꽂혀있는 이슈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핀테크와 전통적인 금융의 경계가 더욱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혁신의 답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로부터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 인프라는 안정성을 최우선시 한다는 나름의 이유로 10~20년 동안 견고하게 정해진 기존의 틀이 존재하고 있어, 빠르게 고객의 니즈에 맞게 변화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토스 역시 최근에는 은행, 증권, PG 서비스에 진출하며 금융혁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기존 금융회사의 인프라를 이해하는 과정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위해 다년간 고려되어온 요소들을 빠짐없이 파악하면서도, 서비스에서의 혁신뿐 아니라 이런 과감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금융 인프라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에 대한 고민과 이것을 실제 만들어가는 과정이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토스에서는 연말(예정) 증권 서비스의 출범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금융거래 플랫폼이다 보니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설계해 예를 들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토스 앱 장애가 나더라도 증권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토스 부심이 스타트업계 모든 부심을 짓누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한 것이 관리자로서 “우리 개발자분들의 사기가 높아 기쁘네”라고 느꼈던 장면, 에피소드가 있었는가입니다. 있다면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토스에서는 ‘기존에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가 아닌 기존의 어려움을 유연하게 바꾸고 시도하는 것에 열려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을 때에도 구성원들은 안되는 이유를 찾기 보다 목표에 공감하고 빠른 시도를 합니다. 그렇기에 직접 같이 일하지는 않아도 주변의 팀들이 매일매일 만들어내는 놀라운 성과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이런 훌륭한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유저 분석과 마케팅을 위해 쓰던 외산툴이 있었는데, 고가의 툴임에도 만족스럽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년 차 개발자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고,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해 3달 만에 자체적으로 툴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토스 서비스에 적합한 툴임에는 물론이며 월간활성사용자 수가 늘수록 비용을 줄일 수도 있어 연간 1억 5000만 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팀의 능력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스스로에게는 자극이 되어 도전적인 목표에 두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토스 팀에는 수많은 도전과 성취의 경험이 쌓여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기존의 토스 서비스뿐 아니라, 증권, 은행, 페이먼츠 등 새롭게 도전하는 영역에서도 저희 개발자들은 두려움보다는 도전과 혁신에 대한 설렘과 높은 자신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저 역시 토스 팀원으로서 토스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020.4 손익분기점 돌파 행사 당시 이형석 리더. 왼쪽 두 번째. 그렇다 이 리더가 직접 밝혔듯이 웬만한 부심이 있지 않고서야 저런 하트 안경, 그것도 빨간 테두리가 둘러처진 기물(奇物)을 쓰긴 힘들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비바리퍼블리카가 개척해나가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계의 새로운 개발자 문화, 경영문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문화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토스 블로그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토스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정말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환경인데, 실제로도 그럴까? 이것이 가능할까?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문화를 표방해도 실제 구성원들이 맞닥뜨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다른 경험이 반복된다면, 기업문화는 점차 실망을 넘어서서 무관심과 불신의 대상으로 바뀌게 되는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남다른 열정이 있고 높은 성취 목표가 있는 개발자분들이 열망하는 완전한 자율과 책임의 수평적인 문화를 일상의 모든 지점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 모든 과정을 모든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개발 문화 역시 구성원들에 의해 더 나은 방식이 제안되고, 자발적인 참여가 확산되며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문화는 살아 움직이는 문화로서 작동할 때 무엇보다 강력해지며, 이것을 구성원들과 함께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노오력 말고)은 매일매일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비즈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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