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가 세운 '아기띠=부모의 패션상품'이란 새 공식의 비밀
글로벌 육아용품 전문기업 코니바이에린(이하 코니)의 코니 아기띠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육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3년간 59여 개국에서 판매한 아기띠만 41만 여 개로 2019년 한 해 동안 144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창업자의 앞선 좌절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코니의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코니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4가지 성공 요인을 DBR 303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소개하려 한다.
코니는 아기띠를 사용하는 부모, 특히 육아 맘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 점이 독특하다. 통상 육아용품 하면 아기가 핵심 고객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아기띠의 경우 아기와 육아 맘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카테고리다. 핵심 고객을 육아맘으로 새롭게 정의하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뭘 입어도 아기띠만 착용하면 스타일을 망친다. 코니 임이랑 대표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기띠=패션상품'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우고 소비자와 공감하려 했다.
물론, 생각만으로 사업이 되진 않는다. 임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득인 후,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아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사업의 시작이 '무릎을 치는 문제의식'이라면, 사업의 실제는 '실천적 행동력'에 좌우된다. 디자인 싱킹이나 린 경영에서는 프로토타입을 통한 빠른 테스트를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한두 개 정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지만 코니의 시제품은 원단의 종류만큼이나 많이 제작됐다. 아기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니만큼 안전성이 중요했고, 코니의 차별화 포인트인 육아 맘들의 스타일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편리성, 저가격, 고객 경험에 집중하는 여타 D2C(Direct to Customer) 브랜드와는 달리 코니는 초기부터 제품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육아 관련 용품은 당장 필요한 경우도 많고, 반드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력에 최선을 다하면 구매의사가 확실한 카테고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전략이다.
코니의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사 몰을 통한 유통에 신경 썼다는 점이다. 보통 많은 스타트업 브랜드는 자체 유통을 구축하는 데 투자할 자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시장에서 널리 제공되는 온라인 오픈 마켓 플랫폼(G마켓, 네이버 스토어팜, 11번가 등)에 제3자 브랜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픈 마켓이나 세포마켓을 통한 유통은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기엔 단점이 있다. D2C 브랜드는 대부분 복잡하지 않은 소비재를 취급하는데, 오픈마켓의 경우 가격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코니는 자사 몰 중심의 정공법을 택한다. 사실 이는 D2C 브랜드로서는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어떤 브랜드이건 스타트업은 결국 창업자의 장기전 전략 의도가 중요한데, 코니의 경우 단기적인 반짝 브랜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어렵긴 하지만 가능하기만 하면 자사 몰을 통한 유통이 가장 좋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자사 몰로 트래픽을 유도하고 싶어 한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쉽게 데이터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곧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니 역시 고객 경험에 집중했다. 임 대표는 특히 제품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기띠를 사용하고 접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적어 포장박스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엄마들을 염두에 둔 포장박스는 유명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디자인했다.
상품을 배송받고 언박싱 하는 것은 선물을 받은 후 포장을 뜯는 것과 같이 즐겁고 신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진실의 순간을 코니는 놓치지 않았다. 또한 택배 직원을 통해 제품을 배송할 때 '아이가 깨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라'고 부탁한 작은 배려는 엄마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와 대비해 이러한 종류의 가치를 정서적 가치라 부른다. 현대 마케팅은 기능적 가치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객의 이성을 잡는 것을 넘어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장에서 온 제품의 포장도 문제가 있으면 다시 포장하는 디테일에 대한 천착, 아기를 키우는 육아 맘의 시각에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성은 다른 경쟁 브랜드들이 모방하기 힘든 '코니스러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육아용품이자 육아 맘들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상품이라면 가장 몰입도가 높은 집단은 지금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아기띠를 직접 사용하고 있고,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가장 많을 가능성이 높다.
코니는 육아 맘 중 출산 이전 직장 경험이 충분한 경단녀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아직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좋은 조건으로 손을 내밀어 준 코니에 능력 있는 경단녀들이 몰리고 있다.
임 대표 자신이 경단녀로서 누구보다 그들의 고충과 니즈를 잘 알고 있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코니로서도 절실했다. 100% 재택근무는 아기를 키우는 경단녀들에게는 보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최고로 선호하는 조건이었다.
재택근무는 새로운 업무 형태인 만큼 그에 맞는 적절한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비교적 협업의 어려움이 있는 재택근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 툴을 사용하는 한편,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명확성, 공유성, 달성 가능성을 중심으로 분명하게 세웠다.
회의에 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모든 직원이 항상 같은 페이스로 업무를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달성 정도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아기를 키운다는 제약조건으로 인해 근무 방식은 유연하지만 업무에 관한 프로세스와 평가는 단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조직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코니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도 공동의, 그리고 개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미래형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니는 지난 3~4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공 가도를 질주해 왔다. 기업가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도전과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다. 그간의 성공에는 창업자의 노력과 통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연스럽게 찾아온 행운과 기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많은 D2C 브랜드의 과거 사례가 보여주듯, 초기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가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속적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향후 성장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진출도 중장기적으로는 고민해야 할 과제다.
급속하게 성장할수록 조직의 규모는 비대해지고, 초기의 민첩성을 유지하기 힘든 시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과제를 딛고 지금까지의 성장을 한 단계 스케일업해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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