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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Aug 04. 2021

"이 친구야, 스펙은 실력이 아니야!"

팀장의 속마음_1화

팀장은 오늘도 열불이 납니다. 위에선 임원한테 깨지고, 아래로는 팀원한테 받힙니다. 멍하니 화병 직전 상태로 앉아 있자니 사리가 수십 개는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어디 가서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오면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은데… 이런 팀장의 마음을 대변해서 시원하게 말하겠습니다. ‘팀장의 속마음’, 사이다 같은, 당신의 대변자가 되겠습니다.



박 과장님, 제가 이런 허드렛일이나 하려고 스펙 쌓고 입사한 게 아닙니다!


들어온 지 석 달 된 신입사원 윤OO 씨가 오늘 회의에서 한 말이다. 같이 보고서 작성을 하던 박 과장에게 단단히 화가 났던 것 같다. 박 과장 역시 감정이 크게 상해 있었고, 나는 다음 미팅도 있고 해서 그쯤에서 회의를 파했다. 재무팀과 회의를 마치고 이제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한다.


요즘 ‘MZ세대’로 사내에서 말들이 많다. 주로 부정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세대 차이를 ‘인정’한다. 이것은 ‘이해’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뭔가를 이해하려면 자신의 기준과 견주게 돼 있다. 그러면 꼭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하게 마련이다. 아울러 감정까지 개입하기 십상이다. 이건 세대 차이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그냥 받아들인 상태에서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다.


윤OO 씨는 똑똑한 친구다. 기본적으로 센스가 있고, 일 처리 속도가 빠르다. 입사 동기 중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터라 자부심이 센 편이다. 이게 자만심으로 이어져서 문제지만 말이다.


최근 입사한 친구들 이력서를 보면서 나는 입사 동기인 인사팀장과 한 얘기가 있다. 


“이야~ 우리 정도 스펙이었으면 요새 입사 절대 못 했겠다.”


입사 전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스펙을 쌓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스펙 = 실력’이라는 생각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요즘 토익 900점 넘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고 할 수 있을까? 회사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지 토익 점수를 바라는 게 아니다. 둘 간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회사는 전혀 수평적이지 않다. 개인의 경험, 능력, 기질이 다른 사람들의 집합체가 회사다. 개개인에 대한 성과 기대치가 다르다. 그래서 연봉도 다 다른 것이다. 신입사원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이 될 것이다. 중요한 일을 맡겼다가 엎어지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잘 설명할 필요는 있다. 그 일이 왜 필요하고, 그 일을 하고 난 후에 어떤 경험을 쌓아 다음 일로 나갈 수 있음을 말해줘야 한다(비록 나는 신입사원 시절에 듣지 못했었지만).


결국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은 곧 팀이다. 팀에서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이 제일가는 ‘저성과자’라고 본다. 협업하지 않으면서 본인 할 일만 잘 해내는 사람(고성과를 냈더라도)은 절대 ‘고성과자’라고 평가하면 안 된다. 팀워크를 망치는 스펙 따위는 절대 실력도 뭣도 아니라고 말해야겠다.


“윤OO 씨, 우리 회의실에서 지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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