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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25. 2020

"별이 다섯개~" 이제 함부로 쓰시면 안 됩니다!

Q & A로 알아보는 국내 소리상표의 진실 


지포(Zippo) 라이터 뚜껑을 열 때 나는 '딸깍' 소리. 흡연자가 아니라도 아마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해 익숙한 소리다. 하지만 이 소리에도 상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포는 2018년 '딸깍' 소리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했다.


상표라고 하면 통상 문자, 로고와 같은 시각상표를 떠올리지만 소리는 물론 냄새도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국내에는 늦게 도입 되었지만 미국은 1947년부터 소리상표를 보호해왔다. 영화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MGM사의 사자울음 소리, 펩시콜라사의 병 따는 소리 등은 모두 상표권을 인정받는 소리들이다.


Q&A를 통해 국내 소리상표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 소리상표란?

A. 상표란 '자사의 상품과 타사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한 모든 표시'다. 상표권은 그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 중 소리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해 소리로 구성된 상표를 말한다. 이는 시각적인 요소가 아닌 음성, 음향 등 소리 자체로 일반 소비자에게 그 출처가 인식되거나 상품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 인정된다. 10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어 반영구적인 권리로 인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7년 타결된 한미 FTA 협정문(제 18.2조.1)에 따라 소리상표를 보호하여 할 의무가 발생했다. 이후 2012년 3월 상표의 범위에 추가됐다. 국내 1호 소리상표는 시행 당일 출원된 미·솔·도 3개 음계로 구성된 '청정원'이란 소리파일이다. 과거 광고 마지막에 로고와 함께 나왔던 소리다.


소리상표는 시행 후 한동안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출원1과 등록2사례가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2년 상표법 개정을 통해 소리상표가 상표로 인정된 후 2019년까지 총 124건이 출원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6건에서 2019년 44건으로 7.3배 증가한 것이다.

1. 특허출원이란 특허 등록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출원절차에서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2. 특허등록이란 출원된 특허에 대해 심사 후 거절 사유가 없어 특허성을 인정한 경우를 말한다.



Q. 소리상표 인정받는 방법은?


A. 소리상표는 일반적인 상표 등록과는 다른 요건이 요구된다. 우선 상표법에 규정된 상품 분류에 따라 분야를 지정해 출원해야 한다. 출원시에는 소리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설명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MP3파일 등 범용 오디오 파일을 제출해야한다. 예를 들어, 핑크퐁은 2016년 '핑크퐁'의 각 글자에 해당하는 음계와 박자를 설명 후 소리파일을 첨부해 출원했다. 2016년 4월에 출원을 신청한 해당 상표는 2017년 2월에 상표권이 정식 등록됐다.



물론 출원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등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소리상표의 등록율은 출원건수의 35% 수준이다. 상표의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출원을 해도 심사과정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와 현대자동차는 자사 광고에서 사용한 징글(짧은 로고송)을 등록하려 했지만 '수요자에게 상품의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고 일반적인 소리'라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당했다.



Q. 소리상표로 인정된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A. 국내에 등록된 소리상표로는 기업이나 브랜드 제품의 로고음, 광고 속 소리, 그리고 유행어 등이 있다.


앞서 살펴 본 대상의 '청정원', 카카오의 "카톡왔숑" 톡알림음, SK텔레콤의 통화음 "띵띵 띠링띵"이 대표적인 기업의 소리상표다. 해외 사례로는 인텔 광고 속 멜로디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작음을 들 수 있다.


유행어처럼 널리 쓰이는 광고 속 멘트 중에도 상표권을 보호받는 것들이 있다. 장수돌침대는 2000년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이 직접 등장해 "별이 다섯 개"라고 외치는 광고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 멘트를 따라한 패러디물도 여럿 등장했다. 지난해 장수산업 최 회장 육성으로 녹음된 "별이 다섯 개"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입니다"를 소리상표로 등록했다. 보령제약의 '용각산' 광고에 나온 "이 소리가 아닙니다" 역시 소리상표를 획득했다.


(좌) 2000년에 나온 장수돌침대 광고 (우) 2020년에 리뉴얼된 장수돌침대 광고. 여전히 '별이 다섯개'를 트레이드 마크로 쓰고 있다. 출처_장수돌침대


소리 특허 출원은 기업 못지않게 개인도 많이 신청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유명개그맨들은 자신의 유행어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상표등록을 하기도 한다. 개그맨 김준호의 "케어해주쟈나"는 마지막 '쟈나'부분에 비음을 섞어 애교섞인 부탁을 하는 소리로 들린다는 특징이 있어 소리상표로 등록됐다. 컬투(정찬우, 김태균)의 "그때그때 달라요"와 "쌩~뚱맞죠"역시 고유의 억양과 음절로 구성된 소리로 인정받아 상표로 등록됐다. 그 외에도 김대희의 "밥묵자", 나몰라패밀리의 "오케~이 잘 모르겠쒀요" 등의 유행어가 등록됐다.


개그맨들의 유행어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리상표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KBS Entertain, 빽능 유튜브


기업 혹은 개인이 이들 유행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사용료를 지불해야하고, 동의 없이 사용하면 법적 제제를 받는다. 소리상표로 등록한 소리들을 광고 등에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상표권침해죄, 침해금지가처분, 손해배상 등의 민·형사 소송이 가능하다. 특히 라디오 광고 등에서 성대모사로 특정 유행어를 마음대로 쓰는 행위는 희극인들의 창작물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에 해당된다.



Q. 소리상표가 기업에게 중요한 이유?


기업들은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소리'를 활용한다. 몇 초의 소리나 몇 개의 음계만으로도 시각적인 것보다 더 강한 기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같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들은 제품 구매 상황에서 더 떠올리기 쉽다. 마케팅적으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다.


또한 브랜드와 관련된 소리가 정착되면 이는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소리상표를 통해 직접 만든 고유의 소리에 대해 권리도 보호 받고,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법적 제재를 걸 수 있어 기업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경쟁력이 된다. 특허청 문삼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국내 기업들이 문자, 로고 등 시각상표 뿐만 아니라 소리상표를 적극 활용해 기업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면, 국내 경쟁력 확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비즈 박은애 조정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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