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May 13. 2020

어떤 팀원과 일하실래요?

일 잘하는데 게으름 피우는 베짱이 VS 능력 부족인데 성실한 일개미



"팀장이 되고 보니, 팀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더군요"


최 팀장은 올해 팀을 밑게 된 신임 팀장이다. 팀장이 되고 보니 전에는 신경도 안 썼던 일들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특히, 팀원 관리에 대한 고민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팀원에 대한 1차 인사권을 가지게 되니 팀원들의 강점과 부족한 점들이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2명의 팀원이 있는데 스타일이 완전 달라요"


최 팀장 밑에는 A팀원과 B팀원이 있다. 그는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A팀원은 업무를 잘한다. 일의 방향을 설명하고 기한을 정해주면, 팀장 기대에 맞는 결과물을 가져온다. 확실히 '일 센스'가 있다. 그런데 '태도'는 가끔 거슬린다. 


A팀원은 일을 시키면 곧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중간 보고도 거의 없다. 데드라인을 눈 앞에 두고서야 겨우 시작하는 것 같다. 천성이 게으른 건지 일을 하는 게 귀찮은 건지 속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가끔 팀장 눈엔 일 안 하고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와 달리 B팀원은 성실하다. 5년간 지켜봤지만 지각 한번 한 적이 없다. 인사성도 바르고 온순하다. 업무 지시를 하면 그날부터 계획을 짜서 자료를 수집하는 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간보고도 일정에 맞춰 꼬박꼬박한다. 


문제는 결과물이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찬다. 작성하라고 말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진행된 자료를 가져오거나 프로젝트의 핵심을 아예 못 잡을 때도 종종 있다.



최 팀장은 두 사람을 볼 때마다 할 수만 있다면 반반씩 섞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 부문 내 새로 인력배치가 이뤄지면서 두 팀원 중 한 명을 타 팀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다보니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최 팀장은 어디에 말도 못하고 마음 고생 중이다.


"대체 누굴 타 팀으로 보내야 하나요?"


팀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본 고민이다. 현재 비슷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분이 있을 지도. 팀장님들을 인터뷰해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 많다.


"일 잘하고 성실하고 태도도 좋은 직원, 어디 없을까요?"


사실 질문을 하는 당사자도 이 말을 해놓고 웃는다. 그런 직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답답해서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필자가 뭐라고 답했을까? 아마 이 글을 읽는 팀장님들은 대답을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직원을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답했을 거라는 걸 말이다.


다시 최 팀장 사례로 돌아가 함께 고민해보자. A팀원을 타 팀에 보내자니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일을 시키면 말귀를 알아듣고 해오기 때문이다. 의외로 말귀를 알아듣는 팀원이 주변에 흔치 않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팀장이 결과물을 특별히 수정할 필요 없이 만들어 오는 팀원과 일해본 적 있으신지?


그렇다고 B팀원도 선뜻 보낼 순 없다. 일 센스는 부족해도 꾸준하고 성실한 건 분명 장점이다. 일을 대하는 기본 태도가 좋고 배우려는 자세가 있으니 앞으로 가르치면서 함께 하면 나아질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예의바른 B팀원과 함께 일하면 팀장으로서 마음이 편하다.


정답은 없다. 다만..


미리 말씀 드리지만, 여기서 명확한 정답을 기대했다면 단언컨대 그런 건 없다.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팀장의 성향에 따라 원하는 팀원 스타일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옆에 있는 사람이나 코치가 조언을 해도 결국은 본인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그리고 팀이 회사에 속해있는 하위집단이지만 팀을 이끄는 건 팀 리더인 팀장이므로 무엇보다 팀장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하며 후회를 최소화할 순 있다. 우선 현재 팀 목표 달성에 어떤 팀원이 적합한지 'FACT'를 중심으로 파악하자. 


팀마다 목표가 다르고 성과평가 기준이 다르다. 어떤 팀은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게 주요 역할이지만, 어떤 팀은 타 조직을 지원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회사 내 우리 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서 해당 팀원의 공헌도를 FACT 기반으로 정리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을 보좌하고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팀이라면 무엇보다 보고서 작성 능력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성실한 직원이라도, 경영진의 눈높이와 방향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오탈자를 자주 낸다면 마음 아프지만 이 팀원을 다른 팀으로 보내야 한다. 


반면, 타 조직의 담당자를 수시로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지원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 팀이라면, 아무리 똑똑해도 업무 진행을 뒤로 미루거나 게으른 팀원은 적합하지 않다. 비록 답답하긴 하나 일정대로 업무를 추진하고 성실하게 처리하는 팀원이 팀에 더 적합하다.


다음으로 팀장 자신이 어느 수준까지 해당 팀원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 있는지 솔직히 돌아봐야 한다. 앞서 팀 목표 달성에 더 많이 공헌하는 팀원을 팀에 남겨야 한다고 했지만, 결정을 내려놓고 어딘가 불편하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팀원 한 명 때문에 팀장의 에너지와 감정이 과도하게 소모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에 마이너스가 된다. 팀원 한 명 때문에 팀장이 번아웃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미련을 버리자. 이게 가장 중요하다. 리더도 사람이다. 수많은 의사결정 상황에 당연히 실수도 한다. 시간이 지나 이 결정을 돌아보았을 때 '다른 팀원을 보냈어야 했는데'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면 그 순간에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믿고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인터비즈 박은애 정리





작가의 이전글 사재기 와중에 "음식 버릴 수밖에 없는" 미국 농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