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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30. 2020

'배민체'.. 민족의 폰트가 된 이유

20대 대학생 사이서 무료 나눔 폰트로 브랜딩에 성공한 배민

출처 배달의 민족 공식 홈페이지(캐릭터)


위의 사진이 어딘가 이상해보이지 않은가? 무엇 때문일까? 분명 캐릭터와 문구는 배달의 민족인데, 배달의 민족 같지 않다. 그렇다. 글씨체 때문이다. 사실 저 사진은 필자가 배달의 민족 전용 서체가 아닌 네이버에서 무료 배포하는 '나눔스퀘어라운드'로 편집한 이미지다. 같은 문구와 캐릭터에 글씨체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폰트가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브랜딩 위해 만든 '배달의 민족체', 민족의 폰트가 되다


배달의 민족에서 폰트를 내놓은 데는 배달의 민족의 본사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영향이 크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네이버, 현대카드, 네오위즈 등에서 아트디렉터 및 브랜드 마케팅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과거의 직장생활에서 김 대표는 폰트 디자인 작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 배달음식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을 선보인 뒤 2012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폰트를 디자인 해 무료 배포하기 시작했다.


한글 조합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를 음식 이미지로 대체하여 타이핑할 때 순간적으로 음식 그림이 나왔다 사라지게 하는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 출처 우아


그들은 자신들이 핵심 타겟인 20대 대학생 및 자취생과 회사에서 배달 주문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의 감성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막내 디자이너에게 폰트의 초기 디자인을 맡겼다. 여러번의 수정 끝에 복고 문화가 떠오르는 '홍대 앞' 분위기와 복고의 상징 '1970년대 간판스타일'을 표방하는 '배달의 민족 한나체'가 탄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대표의 딸 이름을 딴 '한나체'와 '주아체' 이외에도 영업본부장 아들의 이름을 딴 '도현체' 그리고 '연성체'까지 잇달아 발표하며 서체 개발에 몰두했다. 무료 다운이 가능한 이 서체들은 대학생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필수 폰트로 등극하며 젊은 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배달의 민족은 자연스레 광고 및 브랜딩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출처 배민문방구 공식 홈페이지


배달의 민족 폰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자 대학생 뿐만 아니라 기업들 또한 마케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삼양은 2017년 배달의 민족 폰트를 사용해 리패키지한 한정판 불닭볶음면 한정판을 내놓았다. 애경산업은 배달의 민족과 콜라보해 'B급 감성'을 내건 생활용품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과자 포장지, 마트 전단지,TV 프로그램 자막, 스마트폰 게임 등 다양한 곳에서 배달의 민족 폰트를 사용하고 있다. 금재현 우아한형제들 디자인실장은 “오픈 당시엔 네이버 나눔고딕처럼 영향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요즘은 같은 정보기술(IT) 업계 내부 공지문도 우리 글씨체를 쓴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이야기했다.


저작권 때문에 고민이라고? 그렇다면 무료폰트를 사용해보자!


새로운 브랜딩 방법으로 '폰트 마케팅'이 떠오름에 따라 야놀자, 티몬, 인터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전용 서체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대학생 및 여러 폰트 이용자들은 기업들의 이런 행보를 반기는 모양새다. 폰트 저작권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인터넷에서 폰트 저작권에 대한 자각 없이 폰트를 다운로드 후 사용하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유튜브나 각종 매체로 수익을 얻는 사람들의 경우 개성있으면서도 수익 창출에 사용할 수 있는 폰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시도는 환영받고 있다.


몬소리체 디자인(좌)과 몬소리체를 사용한 지하철역 옥외 캠페인(우) / 출처 '티몬 디자인스토리' 브런치


'몬소리체'를 만들어 무료 배포한 티몬 측은 "최근 개인이나 기업이 홈페이지 등에서 잘 모르고 사용한 서체에 대한 저작권 비용을 물게 되는 등 사회적 이슈가 많았는데, 이번에 무료로 공개된 티몬의 2가지 서체를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료 폰트, 사용하더라도 이것만큼은 명심하자!


저작권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글씨체 자체의 디자인이 아닌 '000.ttf'로 저장되는 개별 폰트 파일이다. 따라서 정품 소프트웨어에 포함돼 배포되는 폰트나 제작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적법하게 다운받은 폰트를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로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범위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폰트의 사용범위 확인 시 기본적으로 확인해야할 사항은 ▷상업적 또는 비상업적 사용가능 여부 ▷수정, 변경, 재배포 가능 여부 ▷CI, 로고, 단체명, 슬로건 등 사용가능 여부다. 이 외에도 기업 마다 폰트의 가용 범위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시 기업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해야한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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