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당신의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역사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참 오래 고민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채웠고, 몇몇 거창한 제목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후보들은 대강 이렇다. '다시 보는 역사', ' 야사로 보는 역사', '뒤집어 보는 역사' 등등. 이런 제목 후보들만 보더라도 어떤 글을 쓰고 싶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러한 제목을 가진 책들은 시중에 얼마든지 나와있고, 막상 들여다보면 그 전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리 다를 것이 없는 데 제목만 뒤집어 보자느니, 다시 써보자느니 하는 말을 써 놓은 경우도 많다.
사실 그 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써 놓고 아무 말이나 근거도 없이 떠드는 사람들이다. 그런 제목을 단 모든 역사책이 근거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빈도가 많아서 기초자료로 쓰기에는 못 미덥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제목을 단 역사책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습게도 평소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 역시, 막상 역사관련 글을 쓰려고 보니 그런 제목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아는 역사 말고 색다른 이야기를 써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 필자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 역사를 다시 보자는 취지 자체도 좀 식상하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역사를 잘못 알고 있기에 그렇게나 뒤집자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에 가깝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구성원의 평균교육 수준만 따진다면 부동의 세계 1위를 십수년째 지키고 있다. 특히 문맹률이 채 2%도 안 된다는 점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 그럼에도 출판시장이 불황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이 더 놀랄 일이기도 하지만 -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우리 교육이 부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 덕분에 우리는 역사 분야에서도 역시 지구촌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식수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 하에서 역사교육을 영어로 받았다거나, 수능에서 선택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역사는 전혀 배우지 않아도 되었던 세대는 제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많은 경우 학창시절에 배운 것을 제대로만 꿰어 맞춰준다면 역사에 대해서 한마디씩 거들 정도의 지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필자의 경우 '1392 - 조선건국', '1492 콜롬버스 신대륙발견', '1592 임진왜란'... 뭐 이런 모래알처럼 흩어진 사실들은 뇌리에 박혀서 잊혀지지도 않는다. 가장 보편적으로 조선시대 왕들의 순서를 외우기 위해 우리는 '태정태세문단세' 정도는 단박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100명이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노래를 한 번 정도는 흥얼거렸을 법하다. - 그런데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다 위인은 맞긴 한 거야? -
쓰다보니 잡설이 너무 길어졌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역사에 대해 충분히 많이 알고 있고, 꿰 맞추기만 하면 되는 보물 같은 지식들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그런 보물들을 꿰어 맞추고, 또 한 편으로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지나 현대까지 권력과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왜곡된 역사를 조금은 바로잡아 보는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그런 작업을 하기 위해 필자가 고심 끝에 정한 제목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역사'다. 필자에게는 역사를 그 무엇보다 좋아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실제 역사관련 전공을 하고, 관련 직장을 얻으면서 오히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많이 잃어 버렸다. 그런데 그 일을 떠나고 나니 다시 역사가 좋아졌다. 그러면서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역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달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하루에도 몇 권씩 역사책을 읽는다. 물론 전체를 다 읽지는 못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일주일에 수십권을 읽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다시 역사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역사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학교에서 암기 위주로 배웠던 역사는 분명 따분했다. 하지만 지금 머리속에서 빼내려고 해도 빼내지지 않는 몇 가지 지식은 역사를 더욱 재밌게 해주는 배경이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에서 첫번째로 알아볼 역사는 '조선시대 여성'이다. 조선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에게 너무나 고착화 되어 있고, 그 고착된 이미지를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사골국 우려 먹듯이 계속 우려 먹고 있다보니 이제는 좀 다른 얘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이야기가 될 지 현재로서는 필자 자신조차도 예측할 수 없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미리 말해두겠는데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자, 이제 이 시덥지 않은 글의 마무리를 해보자. 필자는 또래에 비해 글을 일찍 깨우쳤다. 그래서 역사책을 읽고 재밌었던 부분을 이리저리 살을 붙여서 또래 친구들에게 신나게 떠들어 댔었다. 마치 그리스와 로마의 거리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영웅들의 이야기를 연극하듯 풀어놓던 재담꾼처럼. 필자가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 때에는 아무리 책을 읽기 싫어하던 장난꾸러기들도, 한 손에 공이나 유리구슬을 들고 놀이를 할 생각에 들떠 있던 아이들도 숨을 죽인 채 이야기에 빠졌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해 줄게."
이 말은 필자에게는 하나의 권력이었다.
적어도 그때 그 아이들에게 역사는 놀이보다 재밌었다. '내가 좋아한 역사'는 그렇게 놀이보다 재밌는 역사, 신나는 역사, 흥미진진한 역사였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렇게 흥미진진한 역사들을 신나게 풀어내 보려고 한다.
하루에 한 편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시작해보겠다.
그럼 다음 이야기는 내일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