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sns 파도를 타다가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에서 개발했다는 뇌훈련퀴즈를 보게 되었다. 간단하게 치매여부를 알 수 있다나 뭐라나. 주어진 초성을 보고 동물을 맞추는 간단한 퀴즈였다. 마침 오빠가 부모님과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십만 원 입금해 줬는데 이 돈을 상금으로 걸고 부모님과 게임을 했다.
이름하여 '단어의 왕'
간단하게 보드판에 적은 초성을 보고 동물을 유추하는 스피드 게임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쓸데없는 승부욕이 과도한 집안에다가 누구보다 빨리 흥미를 잃기 때문에 누구든 빨리 5개를 맞추면 끝나는 걸로 합의 봤다.
게임시작!
'ㄱㅇㅇ'
초성을 보자마자 엄마가 먼저 외쳤다.
엄마: 정답! 기억 이응 이응!
* 정답: 고양이
엄마가 게임룰을 전혀 이해 못 한 듯했다.다시 천천히 설명했다.( 이걸보고 '귀여워' 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mz세대)
'ㅅㅅ'
내심 엄마가 분위기 싸-해지게 민망한 성적인 단어를 말하면 어쩌나... 긴장했지만, 역시나 뇌보다 혓바닥이 더 빠른 엄마는 자음을 보자마자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아빠를 뜬금포로 밀치고는 손을 드는 동시에 외쳤다.
엄마: 정답 설사 설사ㅏㅏㅏㅏㅏ
아빠:..... 그건 아니지.
* 정답: 사슴
엄마가 다행히 룰은 겨우 이해한 듯 보였으나 '동물'관련 게임이란 건 깜빡했나 보다. 마지막으로 다시 천천히 예시까지 들어 설명해 주고 진정한 10만원빵 내기 시합을 시작했다.
'ㅎㅁ'
엄마: ㅎ.. 하. 하마! 하마!
아빠:... 하...ㅏㅏ. 아 졌다..
엄마가 빨랐다. 1점 획득.
겨우 한 문제 맞혀놓고 교육부 장관 시험 합격급의 세리머니까지 했다. 대학을 괜히 나온 게 아니라며 대학교 교가까지 부를 기세였다. 엄마를 진정시키고 게임을 이어갔다.
'ㅂㅇㄹ'
엄마: ㅂ.. 브... 부.. 부엉.. 리
아빠: 병아리!
아빠 승리 1점.
'ㄱㄹㄱ'
엄마: 그...ㄱ... 기.. 기린.. 귀..
아빠: 가..ㄱ.. 기.. 기러기!
2:1로 아빠가 치고 나온 상황. 그리고 이어지는 아빠의 연속 정답 행렬.
4:1로 아빠의 10만원 소유권이 확정되는게 느껴지자 엄마가 조급함에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엄마의 실력은 자음 2개까지인가 보다. 엄마가 앞서 이미 진 것에 대해서는 다 무료화 해달라고 하면서 인생은 한방이니 제일 어려운 문제 하나로 승패를 가리자 했다. 아빠는 엄마의 일방통행 배째 아 몰라몰라 요구사항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했다. 그래야 게임이 끝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