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시장에서 고구마를 사왔다.
고구마는 쪄도 맛있고, 구워도 맛있고, 튀겨도 맛있으니 한박스는 금방 먹을것 같다며 박스채 사오셨다.
하지만 그 날 바로 쪄먹어본 결과, 엄마는 장사꾼 아저씨한테 속았다.
정말 드럽게 맛이 없다.
단맛이 하나도 안하는 그냥 노란색 무였다.
과일과 채소 속을 판매자가 어찌 알겠냐만은 이건 너무 했다.
이 많은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로 고구마 요리를 검색했다.
마침 고구마와 찹쌀가루만 있으면 만들수 있는 고구마찹쌀빵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레시피 고대로 만들었다.
일단 한 개를 맛보기용으로 에어프라이어기에 넣어 만들고는 아빠에게 맛을 봐달라고 했다.
아빠가 한 입 먹어보더니 그냥 맛없는 고구마를 둥글게 말아서 따뜻하게 먹는 맛이라고 했다.
찹쌀가루가 부족한것 같아서 레시피 보다 3배를 더 넣었다.
20분뒤, 아빠한테 이번엔 다를꺼라고 다시 한개를 줬다.
이번에는 고무장갑에 맛없는 찐고구마를 넣고 씹어먹는 질긴 맛이라고 했다.
너무 질겨서 턱이 아프다며 턱관절장애맛 이라고도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찹쌀가루 대신 밀가루를 써야했나.
이왕 이렇게 된거 레시피는 모르겠고 밀가루를 나머지 반죽에 더 추가해서 그냥 다 구워버렸다.
요리는 실험이야.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맛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빠는 전혀 행복해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남은 반죽이 아까우니 제발 딱 한번만 맛봐달라고 했다.
입벌려, 화강암 들어간다.
아부지, 턱관절 조심하세유 이번엔 더 딱딱합니더.
아빠가 앞니로 아주 조금 베어물더니 이번에는,
비둘기도 안먹을 맛이라고 하고는 자꾸 헛웃음을 지으셨다.
아, 나 한때 요리왕 비룡으로 불리며 칭찬을 듣던 사람인데,
고구마가 진짜 드럽게 맛이 없어서 소생이 불가하다.
맛없는 고구마는 어떻게 먹어도 맛이 없구나 싶었지만 빵을 20개나 만들어버렸다.
들어간 재료가 아까워서 억지로 꾸역꾸역 구워내긴 했는데,
나도 먹기 싫고
아빠도 먹기 싫은 상황.
곰곰히 생각한 아빠는, 내일 새벽에 운동갈때 들고가겠다고 싸놔달라고 했다.
새벽에 나가면 파크골프치시는 동네사람들이 많다며, 그 사람들에게 준다고 했다.
왠일.
사람들과 나눠 먹고싶은 정말로 괜찮았나.
나는 그 동네분들이 고무처럼 질기고 딱딱한 고구마빵을 과연 좋아하실지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아빠가 당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먹으라고 주는거 아녀.
파크골프공으로 치라고 줄라고"
아,
음식물 무단투기는 100만원 이하 벌금형인데
아빠가 아직 그걸 모르네.
끗
화강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