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103

조용히 약을 먹다

by 모래바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솔이는 약을 잘 먹지 못한다.

솔이에게 약을 먹이는 일은 고역이다.


약을 먹이기 위해 비스듬히 눕히면 솔이는 기겁을 하고 울어대기 시작한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아내가 약을 먹이고 내가 팔을 잡아도 버둥거리는 힘 때문에 약을 흘려버릴 때도 많다.

다리에 힘을 주어 위로 치솟다가 벽에 부딪힌 적도 많다.

혀를 이용해 약을 뱉어내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러던 솔이가 어느날부터 버둥거리는 일을 멈추었다.

팔을 잡지 않아도 버둥거리지 않고 그냥 조그만 목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릴 뿐이다.

입을 앙다문채, 아주 슬프게.


막상 버둥거리지 않으니 솔이가 안스럽게 여겨졌다.

버둥거려봤자 약 먹는 일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제 힘과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솔이가 최초로 경험한 것이다.

차라리 힘을 주지 않고 버둥거리지 않는 것이 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아이에게 절망을 안겨준 것 같아 마음 아프기도 하다.


약을 먹일 때마다, 아내는 솔이를 꼬옥 안고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한다.

거의 울음에 가까운 목소리다.

솔이가 약을 먹지 않으면 꾸욱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때문에 약을 먹이는 거라며

엄마도 먹이기 싫다며

약을 먹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물론 솔이가 그러한 설명을 인지하는 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그런 솔이가

지난 일요일,

아무런 표정 없이 약을 꿀꺽 꿀꺽 삼키는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는 감동했다.

성장이란 이런 것이구나, 성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이런 것이로구나, 감격했다.

그 동안 약을 먹이면서 큰소리 한 번 치지 않았다.

엉덩이 한 대 때리지 않았다.

약을 먹기 싫어하는 솔이를 끝까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니 스스로 약을 먹는 날이 오는구나,

우리는 우리의 양육방식에 자부심을 갖고 만족했다.(ㅋㅋ)


하지만 그것이 솔이의 성장의 결과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그날,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2014년 9월 28일.

약을 먹이기 전, 솔 엄마는,

몸이 아파 울었다.


그리고 솔이가 우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솔이는 아내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약을 꿀꺽꿀꺽 삼켰다.

혹시 솔이는 저 약먹이는 일이 힘들어 엄마가 울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솔이에게 더욱 미안했다.

우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쓰디쓴 약을 참고 먹었다니.

정말 그랬다면

솔이는 타인을 위해 고통을 감내했다는 증거일테니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이 어찌 미안하지 않겠는가.


(어제도 솔이는 제 엄마의 안색을 살피며 약을 꿀꺽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