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원고 발견
솔이를 임신했을 때 썼던 몇 개의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너의 태명은 축복
너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삶은 온통 네 중심으로
바뀌었단다.
너는 지금 27주야.
오래 전부터 너를 위한 블로그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바쁜 일로 그렇게 하지 못했어.
이제부터라도 기회가 되는 대로 너에게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해.
조으지? 크크. 엄마는 이런 식으로 말하길 좋아해. "좋지?'를 '조으지' 이런 식으로
받침 없이 말하길 좋아한단다. 쫌 귀엽지?
엄마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어.
창문에 루돌프 사슴, 교회, 눈사람, 눈, 나무 스티커들을 붙여 놓았단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러는 걸 보면 너를 의식하고 있는 게 분명해.
우선 오늘은 이만큼만 이야기할게.
이제 카레를 먹으려고 하거든.
엄마가 오늘은 카레가 먹고 싶대.
엄마는 요새 온통 먹는 이야기 밖에 안해.
너를 갖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아무래도 너 때무인 것 같아.
크크. 엄마는 요새 나더러 삐약이라고 부른다.
나보고 "삐약아, 밥먹자!" 그런다. 지금.
애고, 밥먹으로 가야지. / 2011. 11. 21. 18:52
축복아!
지난 주엔 4차원 초음파를 찍으러 병원에 갔었단다.
네가 아직 뱃속에 있지만
너를 조금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병원에 갔던 거야.
돈을 벌기 위한 병원의 장삿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축복이를 좀더 일찍 보고 싶은 마음에 갔던 거야.
그런데
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자세히 볼 수 없었어.
얼핏 보니 인형처럼 예쁜 것도 같고
콧구멍이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걱정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너를 보았단다.
너는 끝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또 발이 입가에 있고
탯줄도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잘 볼 수 없었단다.
하지만 다음에 또 한번 더 볼 생각이야.
30주까지도 볼 수 있다니까.
크크. 우리 축복이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극성이지? 그지? / 2011. 11. 22. 20:51
축복아, 요즘 엄마는 매일 먹을 생각만 한단다.
오늘 외할머니가 위내시경 하느라고 엄마가 낮에 잠을 못잤어.
엄마가 외할머니 모시고 병원에 갔었거든.
그래서 방금 저녁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일어나자 마자 냉장고에서 찰떡을 들고 왔단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사실 먹을 것을 조금 조심하고 있어.
임신 전보다 살이 10키로그램 이상 쪘거든.
이제 임신 7개월인데 말이야.
살이 너무 찌면 임신중독증에 걸려 너에게 좋지 않을까봐 조심하고 있는 거지.
음식을 먹는다고 눈치라도 주면
거의 울 것처럼 힘들어 한단다. 크크. / 2011. 11. 22. 20:59
축복아!
어젯밤에도 엄마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고통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어.
오늘 아침에는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했대.
그래도 네가 계속 크고 있다는 증거니까,
엄마는 즐겁게 고통을 견뎌내고 있단다.
그렇다고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네가 엄마를 아프게 하면서 컸듯이
우리 축복이도 누군가를 위해 고통을 견뎌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침대에서 일어날 때도 똑바로 일어나지 못한단다.
그래서 뒹굴뒹굴 하다가 겨우 일어나 침대를 내려온단다.
꼭 곰 같아.
그래서 내가 크게 웃으면 놀리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기도 해.
그래도 우리 축복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제 때에 태어난다면 그저 감사한 일이지.
요즘 엄마가 가장 힘든 것은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을 수 없다는 거야.
엄마는 너를 갖기 전만 해도 47kg쯤 나갔단다.
몸매에도 엄청 신경을 썼었는데.
너를 가진 이후로 입맛이 좋아져서 벌써 60kg를 넘었단다.
의사가 너무 살이 쪘다며 조심하라고 해서,
엄마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먹는 것을 조심하고 있단다.
크크. 엄마 기특하지?/2011. 11. 25. 22:02
엄마는 네 태동을 느낀지 벌써 오래 되었는데.
나는 아주 선명하게 느끼지 못했거든.
엄마는 네가 태동을 할 때마다
얼른 내 손을 가져다 대지만
너는 좀처럼 태동을 잘 보여주지 않는단다.
아니, 엄마는 느끼지만 아빠는 잘 느끼지 못하는 거지.
그때마다 엄마는 말하곤 하지.
"이 자식이 내숭떠냐? 아빠만 손을 대면 가만히 있네."
며칠 전 밤,
잠을 자다가 엄마의 허리에 손을 얹었는데
헉,
무슨 딱따구리 소리처럼 내 손으로 전해져 오는 느낌.
무슨 대문을 노크 하듯,
툭툭, 툭툭툭,
툭툭, 툭툭툭,
너무나 선명하게 전해져 오는
너의 느낌.
너와 내가 처음 만나는 물리적 느낌.
내 손끝의 그 느낌이 며칠 동안 계속 나를 따라 다닌단다. / 2011. 12. 1. 16:19
지금은 밤 11시 30분.
엄마는 또 야식을 먹었단다.
갑자기 라면을 먹고 싶다더니,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었단다.
박박 긁어먹고 나서 하는 말.
"정말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축복아, 아빠 미치겠다.
살빼려고 오늘도 배드민턴 치고 있는데
엄마 때문에 또 라면 몇 젓가락 먹고 말았단다.
흑흑. / 2011. 12. 1. 23:34
축복아!
너를 잉태한 지 29주가 되면서
엄마는 요즘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한단다.
어젯밤에도 먹은 것을 다 토했어.
네가 자꾸 커서 횡경막까지 올라왔대.
위, 장 등 모든 장기들을 누른다는구나.
하하,
그렇다고 너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구.
엄마는 축복이가 무럭무럭 잘 커준다면
그저 기쁜 일이라고 말한단다.
사실 지난 번에 병원에 갔을 때
네 몸무게가 900g쯤 나가야 하는데 700g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 아빠가 조금 걱정이거든.
물론 지나치게 저체중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에 맞는(?) 몸무게가 나가기를 엄마아빠는 바라는 거지. 크크./2011. 12. 6. 14:21
축복아!
임신 30주.
어제 병원에 갔었어.
양수가 너무 적대. 몸무게도 조금 적구.
그래서 엄마 아빠가 조금 걱정이 많네.
그래도 포카리스웨트, 물, 과일 같은 거 많이 먹으면 양수가 늘어난다니까
다음에 병원에 갈 땐 괜찮겠지?
그런데도 니네 엄마는 포카리가 맛이 없다고
잘 안먹으려고 하는 거 있지?
그리고 네가 뱃속에서 거꾸로 있대.
엄마는 그게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
밤중에 일어나서 네가 배에서 도는 운동을 했단다. 크크.
오늘은 교회에 갔어.
엄마는 네 이름으로 헌금을 했단다.
하하, 웃기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이름으로
헌금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병원에서 의사가
웬만하면 문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엄마는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안녕! / 2011. 12. 11. 22:37
임신 30주 2일.
엊그제 병원에 갔더니 양수가 적단다.
다행히 아이는 1400g으로 정상이다.
그 전에 갔을 때는 아이 몸무게가 적다고 했었는데 다행이다.
아내는 양수가 적다는 의사의 말 때문에 불안한지
혹 양수파수가 아닐까 걱정한다.
약간의 분비물이 있는데
그것이 양수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밤에 인근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니
다행히 양수는 아니라고 한다.
임신하고 정말 단 하루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 / 2011. 12. 16. 21:16
임신 8개월 넘어서면서
아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프다'이다.
갈비뼈를 뭔가가 파먹는 거 같다는 말을 비롯해서
아랫배가 묵지근하고
뭔가가 콕콕 찌르고
생리할 때처럼 아랫배가 기분 나쁘게 아프고
엊그제는 결국 새벽 4시 25분
이전과는 다른 통증이 있다고 해서
60키로 떨어진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진통은 아니란다.
수축검사를 했는데 배의 뭉침은 전혀 없다고 했다./2011. 12. 29.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