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늦둥이를 낳았습니다. 지난 1월 말 쯤에요. 이름은 솔이입니다. 딸이구요.
평생에 자식 같은 것은 두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문학을 좋아했지만, 늘 생각은 철학이나 신학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현실보다는 추상 속에서 살 때가 많았거든요. 자식도 조금은 사치라고 생각했을까요.
군사독재 시절과 세계화의 가혹한 현실을 겪으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일을 아픈 시대적 현실과 비교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한번씩 전에 다니던 출판사 편집부장의 말을 떠올리곤 했었죠.
"자식은 하나만 낳겠다. 남은 에너지는 사회를 위해 살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은 조금 허풍이었던 것 같다. 그의 삶은 그의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예 자식을 낳지 않고 그 에너지로 세계를 위해 살겠다던 박노해 시인의 말도 종종 떠올렸습니다. 물론 이들의 신념에 동조하여 자식을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자식을 갖지 않다 보니 어떤 정당화를 위해 이런 말들을 떠올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지요. 한 가지, 자식을 갖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자 '그' 아이에 대한 기록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한 인간의 시작이자 우리 모두, 거창하게 말해서 인류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거든요. 모든 인간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태어나 비슷한 유아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잘 하면 인류의 출발에 대한 중대한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육아일기를 거대 담론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면서 그 성장에 대한 기록의 욕구를 차마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고 한 인간으로서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