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위하여
군대에서 타자기로 공문서를 작성했다.
출판사에 처음 취직했을 때 워드프로세서라는 기계를 사용했다.
타자기와 비슷했지만 아주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다는 점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 보는 물건이라며 신기해했다.
몇 년이 흐른 뒤, 화면이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사용해 보았다.
KT(그 당시엔 다른 이름이었다)에서 무료로 빌려주었다.
컴퓨터라는 개념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글을 쓰는 도구라기에 호기심이 일어 얼마간 사용하다가 반납하였다.
소위 노트북이라는 걸 140만원 주고 구입했다.
우리 직장에서는 내가 최초였다.
동료들은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물었다.
아무 장소에서나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서 구입하였다.
지금은 듣기에도 생소한 도스 프로그램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명령어를 사용해야 했다.
막상 사용해 보니 화면이 작고 키보드가 편안치 않아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드디어 윈도우가 등장하고 글쓰기가 편리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다.
결국,
나는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
첨단 글쓰기 도구들과
글쓰기를 편하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을 편력했으나
정작 욕구만큼 글을 쓰지 못했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옳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는 닭털로 수많은 장편소설을 썼다.
의지나 노력, 동기가 쇠퇴할수록
자꾸 핑곗거리는 많아지고 커진다.
쓰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서 써야한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새벽에도 밤에도 아침에도
바람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바빠도 바쁘지 않아도
지금,
여기서,
지금이 아니면
먼훗날, 이런 후회와 핑계가 담긴 글을 쓰게 되리라.
#글쓰기#글쓰기프로그램#의지#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