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6
솔이는 친구가 없다.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친하게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없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과 카톡도 하고 동네에서 만나 떡볶이도 먹고 도서관도 가고 그랬으면 좋으련만...솔이는 학교를 마치면 그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온다. 봄날엔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그네에서 시간을 보내다 왔다. 그리고 교실이 아닌 그곳에서 만난 모르는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 아이들 노는 것이 유치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건지 아니면 정말 소통의 층위가 맞지 않는 건지...친구 없이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니...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제 스스로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붙인 적도 있는데, 아마도 솔이는 그것이 아빠의 어린 시절 별명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 없이 지내는 솔이가 걱정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솔이가 코로나 세대이기 때문이다. 솔이는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4학년 때 코로나를 겪었다. 2학년 땐 거의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집구석에서만 지냈다. 혹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우려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꽤 흐르고 나면 드러나는 어떤 신드롬 같은 것,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올해 들어선 친구에 대해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자꾸 얘기하면 자신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길까 염려되었다. 까짓껏 친구가 뭔가. 되돌아 보면 친구란 그저 구름처럼 모였다가 구름처럼 흩어지는 그때마다의 흔적이었을 뿐이다.
엊저녁 솔이가 휴대폰을 가져와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온통 하늘 뿐이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하늘도 솔이는 '와, 저기 하늘 좀 봐!'하며 휴대폰 카메라를 켜곤 했었는데, 막상 온통 하늘 뿐인 갤러리를 들여다 보니 어떤 뭉클함이 밀려 온다. 그래, 꼭 사람만 친구냐, 하늘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뭐.
#친구#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