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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바다 Nov 05. 2024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사람

연지동 일기34

꿈을 꾸었다. 

새벽녘이었다.

젊을 때는 주로 시가전이나 골목길에서 총을 쏘는 꿈을 꾸었다.

아마도 5.18광주항쟁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광주항쟁이 일어났고 나는 인근도시에 있었다.


오늘 꿈에서는 아마도 한국전쟁의 이미지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에서 불꽃을 튀기며 폭탄 같은 것이 떨어졌고 나는 차 바닥에 엎으려 그것을 피했다.

조명탄은 밝고 또 밝게 켜져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눈앞으로 비행기들이 낮게 비행하며 총을 쏘아댔다.


초등학교 이후,

사람들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젊을 땐 잘 몰랐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인생 전반에서 유일하게 금지되어야 할 한 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그건 단연 전쟁이다.

국민들이 전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런 전쟁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전쟁은 호전적인 소수 통치자들이 개인적인 욕망이나 무분별한 판단력으로 저지르게 된다.

그들은 전쟁 선포 이후 곧바로 아들과 함께 안전한 벙커로 도망갈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젊은이들끼리 까닭도 모른 채 서로 죽인다.

어딘가 배낭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눴을 지도 모르는 그 사람을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땅에서 전쟁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나도 반드시 힘을 보탤 것이다.

팔레스타인이나 우크라이나에선 어쩌지 못했지만..




#인생에세이#전쟁#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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